의혹의 열쇠는 ‘당회 회의록’에 있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전경. ‘사랑의교회 276억 원 대출 의혹’과 관련, 교회 측이 “대출은 적법하게 진행됐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사랑의교회의 276억 9000만 원 대출은 지난 2009년 5월 28일에 이뤄졌다. 신축 공사와 관련한 600억 원 대출이 지난 2009년 6월 17일에 이뤄진 것을 감안하면 약 2주 전쯤 대출이 이뤄진 것이다. 600억 원 대출은 교회 신축 공사 부지를 담보로, 276억 9000만 원은 오정현 목사의 명의로 된 교회 정기예금 21개를 담보로 이뤄졌다.
애초 600억 원의 대출은 교회 내에서 한창 시끄럽게 회자된 바 있다. “당회와 공동의회의 결의를 거치지 않은 독단적인 거액 대출이다”라는 지적이 교회 내부에서 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측은 “부지 매입이나 건축 관련 사안은 ‘제직회’ 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펼쳤다. 제직회는 교회 장로, 안수집사 등이 회원이 되는 교회 의결기관이다. 즉 제직회 승인 후 받은 건축 관련 대출이기에 별다른 의결 과정을 거치지 않더라도 그 자체로 합법적이라는 주장이다.
이처럼 잡음이 일었던 600억 원 대출과 달리 ‘276억 9000만 원’ 대출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해당 대출이 알려진 계기는 몇몇 교인들이 사랑의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회계장부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 재판 과정에서였다. 교인들은 지난해 11월 오 목사가 헌금을 임의로 사용했다는 의혹을 제기해 재정장부 공개를 주장하며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법원이 교회 측에게 신축 공사와 관련한 여신거래 약정서를 공개할 것을 결정했고 276억 9000만 원의 대출 약정서가 공개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교회 내부에서 비밀리에 행한 대출이 밝혀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 한 관계자는 “그동안 600억 원의 대출은 익히 알려졌지만 276억 9000만 원은 처음 알려진 것이다. 대체 왜 대출을 한 것인지 모르겠다. 행방도 도저히 알 수가 없다”라고 전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측은 “대출이 비밀리에 이뤄진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2009년 5월 23일 당회가 개최돼 토지매입을 위해 교회 보유자금과 은행 차입금을 조달하기로 적법하게 결의했다”고 반박했다.
276억 9000만 원의 행방이 베일에 가려졌다는 의혹도 교회 측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대출된 돈은 전액 ‘신축 부지’를 매입하기 위해 대림산업에 계약금과 중도금으로 지급됐다는 주장이다. 사랑의교회 측은 “교회는 건축과 관련한 모든 사안을 올바른 절차와 방법으로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대출과 관련한 여러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관건은 해당 대출을 승인한 ‘당회’(교회 최고의결기구)에 쏠리는 모습이다. 사랑의교회 커뮤니케이션 센터 박동수 본부장은 “교회 재산을 담보로 해서 행하는 대출은 당연히 당회를 거쳐야 한다. 276억 9000만 원 대출도 물론 당회 승인이 이뤄진 것이다. 당회 회의록에 대출과 관련한 내용이 들어가 있다. 하지만 당회 회의록은 내부 자료라 공개할 수 없다”라고 전했다. 이에 사랑의교회 갱신위원회 측은 “당회 회의록에 대출을 언급한 부분은 없다. 적합한 대출 승인이 아직도 의심되는 대목이다”라고 여전히 반박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측은 대출 과정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사랑의교회 측은 “정기예금 만기일에 276억 9000만 원에 대한 대출 상환을 마쳤다. 건축공사계약, 변경계약, 설계변경, 대출 등의 전 과정을 명확하게 처리하며 공사를 완료했다. 우리의 신앙 양심과 교회 앞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게 진행됐다”라고 전했다.
박정환 기자 kulkin85@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