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 성탄절 복권 만든다고? 시끌시끌
정부가 복권사업 관련 규제도 완화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은숙 기자 espark@ilyo.co.kr
지난 10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복권위)는 서울 서초구 KW컨벤션센터에서 ‘복권제도 중장기 발전방향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지난 2004년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등 10개의 복권발행기관이 복권위원회로 통합한 후 10년간의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10년의 비전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날 복권위는 컨설팅업체 인포마스터에 연구용역을 의뢰한 ‘복권제도 중장기 발전방향’이라는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국내 복권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매출총량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국무총리실 산하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사감위)가 복권을 비롯해 카지노, 경마, 경륜 등 사행산업의 매출총량을 규제하고 있다.
기재부 역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해봤을 때 한국 복권시장의 적정수준은 2012년 기준 4조 5000억 원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해 한국의 복권시장 실제 규모는 3조 1800억 원으로 1조 원가량이 적었다. 또한 2018년 시장 규모 목표치는 6조 원으로, 복권산업이 연평균 11.2%를 성장해야 가능한 수치다. 따라서 매출총량을 늘려 시장을 성장·확대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이어 국내 복권산업이 로또(온라인복권)의 사행성을 기반으로 성장했다고 지적했다. 복권시장에서 로또로의 쏠림현상이 지나쳐 로또에 대한 사행성 인식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3년 복권상품의 총 판매액 3조 2300억여 원 중 로또 판매액은 2조 9800억여 원으로 92.4%에 해당했다. 추첨식 ‘연금복권’과 즉석식 ‘스피또’ 등 4종류의 인쇄복권 판매액은 전체의 6.5%(2100억 원)에 불과했고, 전자복권 판매도 1%(330억 원)에 그쳤다.
따라서 다양한 방식과 목적의 새로운 복권이 개발·출시되면 로또에 대한 쏠림현상이 완화될 것이고, 사행성보다는 여가·레저성이 높아져 복권에 대한 인식도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게 보고서의 의견이었다.
이에 대한 방안으로 크리스마스 등 특정 기간에만 발행해 복권 수익을 소외계층에 지원하는 방식의 이벤트 복권이나 숫자를 긁어 수식을 완성해 당첨 여부를 결정하는 복권, 호주나 미국의 ‘파워볼’ 등을 참고해 숫자 선택 방식을 다양화하는 방식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에서는 앞서 주장들이 기획 중인 계획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복권위 관계자는 “이번 보고서는 연구용역을 수행한 업체의 주관적 내용일 뿐,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한 새로운 복권상품 출시 검토에 대해서도 “중장기적 방향에서 복권상품 다양화를 분석 중인 초기 단계로, 현재 이벤트성 복권발행계획은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보고서를 작성한 인포마스터 관계자 역시 “우리가 연구한 보고서의 내용이 왜곡된 면이 많아 안타깝다”고 운을 떼며 “한국 복권시장은 로또가 차지하는 비중은 90%가 넘는 편향적 구조다. 복권을 게임으로 접근해 즐기고 싶어 하는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한다. 이런 의미에서 좀 더 많은 재미를 제공해주는 의미에서 복권상품이 많아져야 한다고 말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럼에도 기재부 복권위가 그동안 사감위를 향해 복권의 매출총량 규제 완화를 꾸준히 요구해왔던 것을 비춰볼 때, 이번 용역보고서의 내용과 복권위의 사업 목표와 방향이 상당부분 맞닿아 있어 향후 사업 추진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느냐고 보는 시선도 적지 않다. 따라서 복권위가 매출총량 규제 완화와 새로운 복권 사업 확장을 추진한다면 감시기구인 사감위와 갈등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사감위 관계자는 “복권위 측에서 매출총량 규제 완화 등에 대한 정식 요구가 없었기 때문에 사감위에서도 정식 입장을 내놓을 상황은 아니다”라며 말을 아끼면서도 “만약 규제 완화가 공론화된다면 대립각을 세우며 논의가 벌어지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시민단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나타냈다. 참여연대의 한 관계자는 “복권은 도박이나 경마 등 다른 사행산업보다는 중독성이 낮다. 그래서 정부에서도 복권은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면서 “그러나 복권은 판매소도 눈에 많이 띄고 접근성이 좋아 국민들을 손쉽게 사행산업으로 이끌 수 있는 역할을 한다. 국가가 복권산업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돈만 벌려고 하는 것 같다”고 경고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정부는 복권 수익금을 좋은 일에 쓴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복권은 ‘빈자의 세금’이라고 불린다. 복권시장 규모를 키운다는 것은 일반 국민들에게 돈을 더 뜯어내 복지 책임을 떠넘기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복권의 건전성이나 레저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