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정치력’ 겸비 ‘주니어 7인방’ 뜨나
‘세월호 참사’로 침통한 분위기 속에 여의도 정가에선 여권 세대교체 조짐에 주목하고 있다. 7명. 숫자는 같지만,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박근혜 대통령의 원로 자문그룹인 ‘7인회’가 여론의 견제와 질타 속에서 숨죽이고 있다면 박 대통령의 국정 수행을 측근에서 보좌하는 ‘신진 7인방’의 부상 가능성이 회자되는 것이다.
잘알려졌다시피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인연이 이어지면서 부녀(父女) 대통령 탄생에 기여한 ‘원조 7인회’는 강창희 국회의장, 현경대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 김용환 새누리당 상임고문,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 안병훈 기파랑 대표, 김용갑 전 의원이다.
하지만 정부 집권 2년차에 들면서 7인회의 힘이 떨어졌다고 이야기하는 이들이 많이 나왔다. 정부 인사에 관여한다는 인사 개입 논란, 시대 조류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처진다는 속도저하론 등 ‘올드보이’에 대한 견제 여론이 비등해졌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도 7인회의 언론 노출을 자제하라는 주문을 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까지 퍼질 정도였다. 정가 소식에 빠른 한 소식통의 말을 들어보자.
“원로 자문그룹 7인회의 역할은 사실상 집권 1년차에 끝이 났다. 이들이 국정기획이나 정책을 자문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 막 출범하는 정부의 큰 틀에 대해 경험이나 노하우를 알려주는 선에서 움직였기 때문이다. 이 큰 틀이라 함은 ‘국방을 강화하세요, 안보에 신경 쓰세요, 통일비전을 알리세요’ 정도의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적확한 콘텐츠와 비전으로 청사진과 그 틀을 실행할 때여서 실무진에게 밀려날 수밖에 없다. 시대에 따라가기엔 노회한 자문그룹인 셈이다.”
이에 반해 요즘 뜬다는 ‘신진 7인방’, 즉 ‘주니어 7인방’은 국회 쪽에선 최경환 새누리당 원내대표, 홍문종 사무총장, 윤상현 원내수석부대표, 안종범 의원, 강석훈 의원이며 청와대엔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각에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거론된다. ‘당-정-청 삼각편대’ 주요 포스트의 핵심들로 묶여 있는 것이다. 여권 동향에 밝은 기관 관계자의 말은 이랬다.
“세월호 참사 수습 국면으로 정부가 큰 위기를 맞았다. 박 대통령이 책임자 엄벌을 말하며 책임선상에서 슬쩍 빠졌지만 아무래도 반정부 여론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경제민주화, 기초노령연금 등 연금개혁, 공기업 비리 타파 등 공공분야 개혁, 규제개혁 등 현안이 산적하지만 세월호를 덮을 만한 이슈를 찾기가 쉽지 않다. 결국 전면적인 내각 개편으로 국면 쇄신이 필요하다. 대폭 개각이 있다면 이들 7인방의 중용 가능성을 눈여겨봐야 할 것 같다.”
정홍원 국무총리,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 서남수 교육부 장관에다 임명된 지 얼마 되지 않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이주영 해양수산부 장관 등의 경질론이 회자한다. 칼로 물 베듯 하면 안 된다는 이야기가 여권 내부에서 이야기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주니어 7인방에서 특히 주목받는 이는 전문가 그룹에 속하는 강석훈 안종범 의원과 최근 계속 위상을 높여가는 김장수 실장이다.
안 의원은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 출신으로 조세와 재정 전문가다. 지난 대선전에서 박 대통령의 대표적 복지 공약이었던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와 자활과 자립 복지’를 만들었다.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지만 기자들과 즉문즉답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인 데다 능변이다. 박 대통령의 과외교사 격이었던 ‘5인 스터디그룹’ 멤버였다.
김 실장은 세월호 참사 국면에서 자택으로 퇴근하는 일 없이 청와대에서 숙식하고 있다고 한다. 박 대통령도 참사 관련 소식을 모두 김 실장으로부터 보고받고 있다. 특히 청와대는 최근 국가안전보장회의법을 개정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와 사무처를 신설키로 했는데, 신설되는 NSC 상임위원회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위원장을 맡게 돼 있다. 김 실장의 위상이 한 단계 더 올라간 셈이다. 김 실장은 앞으로 외교·안보정책에 대해 매주 한 차례씩 대책을 수립해 대통령에게 건의한다. 필요시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할 수 있다.
‘최·홍·윤’으로 알려진 최경환 홍문종 윤상현, 세 의원은 원내에서 ‘한 세트’로 움직인다. 요즘 정가에선 충청권 역할론을 내세운 이완구 의원의 원내대표 합의추대론이 회자하면서 비박계 비주류인 김무성 의원의 당권 도전에 제동을 걸 대항마로 최 원내대표가 거론되기 시작했다. 충청권 출신의 서청원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설 경우 당 대표와 원내대표 둘 다 충청 출신으로 지역이 겹친다는 논리에서다. 최 원내대표가 당 대표가 되면 홍 사무총장과 윤 원내수석부대표가 큰 역할을 맡을 것이란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이들 셋은 10년 넘게 박 대통령을 측근 보좌해 온 ‘실무 보좌진’ 그룹과 친밀한 관계에 있다. 1998년 박 대통령이 정치권에 입문한 뒤 줄곧 함께해온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정호성 청와대 제1부속실장, 안봉근 제2부속실장과 아주 가깝다. 윤 의원은 이정현 청와대 홍보수석과 가까워 ‘청심(청와대의 의중)’은 윤 부대표에게서 들을 수 있다는 말이 정설이다.
앞서의 소식통은 “친위그룹인 신진 7인방은 콘텐츠와 정치력이라는 상호부조가 가능하다”면서 “지방선거에 나선 친박계 인사들이 부진한 가운데 가뜩이나 친박계의 자생력이 떨어진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는 지금, 소수의 핵심끼리 결집해 여권을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 박심(박 대통령의 의중) 중 하나가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