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는 김학찬씨(41)가 민주당 ‘네티즌 비례대표’ 후보로 등록하면서 던진 ‘출마의 변’이다.
두 달 앞으로 다가온 17대 총선을 앞두고 각 당의 ‘사이버 총선’이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른바 ‘인터넷 후보’, ‘네티즌 비례대표’ 등이 그것.
인터넷 후보의 자천 타천 사연도 가지가지다. “독도사랑이 남다르니 이 사람을 뽑아 독도 지킴이로 보내라”, “5개 국어를 사용할 줄 아는 국제통이니 이 사람을 국회로 보내달라”, “웃어른에게 잘하니 공천해 달라” 등의 웃지 못할 추천의 변도 등장했다. 한 네티즌은 “독불장군에겐 미래가 있다”는 이유로 박찬종 상임고문을 추천하기도 했다.
5천 건이 넘는 후보 추천이 들어오고 있는 한나라당의 경우 “너무 많은 사람들이 추천되고 있어 당황스럽다”는 반응. 그러나 기획조정국 강지연 간사는 “동원된 듯한 느낌을 주는 추천이 많아 문제”라며 “공천신청자들이 인터넷 선거공간을 자신의 홍보수단쯤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네티즌 후보’ 1등을 비례대표 안정권에 배정한다는 계획이다. 애초 계획대로라면 2~6위 후보는 당 중앙위원으로 활동하게 될 예정.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신철호 전자정당추진기획단장은 “화려한 경력보다는 동네사람 같은 평범한 인물이 선출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현재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50여 명의 네티즌 후보들이 입후보한 상태. 평범한 아줌마부터 사업가, 민주화운동 유공자까지 면면이 매우 다양하다.
“민주당 내에 ‘취업 특공대’를 조직해서 청년실업을 극복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증권중개인 김동수씨(35), 기업에서 부동산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는 29세의 주부 박기남씨가 주목을 받고 있는 대표적인 인물. 특히 박씨는 아이를 안고 있는 사진을 후보 사진으로 게재, 화제가 되고 있다. 자신을 ‘이름 없는 방랑시인’이라고 밝힌 최찬호씨(48)나 탈북자 출신 모델 겸 연기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윤인호씨(29)도 ‘요주의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두 야당과는 다르게 정작 ‘인터넷 국회의원’ 열기에 불을 붙였던 열린우리당은 아직 구체적인 선출 방안을 세우지 못하고 있다. 당 관계자는 “(인터넷 국회의원이) 정 의장의 경선 공약 중 하나였지만 참여 네티즌의 실체가 불분명하고 공천 신청자들의 홍보공간으로 전락하는 등 이벤트 효과에 비해 악용 사례가 너무 많아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이를테면 ‘인터넷 국회의원 회의론’인 셈. 그러나 열린우리당이 이미 ‘20대 남녀 네티즌 후보 한 명씩을 비례대표에 배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공약’을 어떻게 실천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