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지역에서는 한국인들이 몇 명씩 펀드 형식으로 자금을 끌어모아 집단 재배에 나섰으며, 중국 현지 조합에서도 한국인 원예전문가를 고용해 맛과 모양에서 나주배와 손색이 없는 제품을 생산하고 있어 실태조사와 함께 경쟁력 확보 방안 수립이 절실하다.
중국 산둥성 엔타이(烟台)시에서는 전북 김제 출신인 이춘섭씨(43)가 한식당을 운영하면서 13만여 평의 배 과수원을 경작하고 있다. 이씨는 지난 2001년부터 직접 한국 신고배 묘목을 중국에 가져와 접순을 만드는 방법으로 묘목을 생산, 지난해 9월 15kg 기준 1천여 박스가량 첫 수확을 거뒀다.
이씨가 첫 수확한 배는 신고배로 모양과 크기 등이 나주에서 생산된 최상품의 신고배와 비교해서 전혀 차이가 없으며, 휴대용 당도측정기로 측정한 결과 당도 역시 14~17도로 월등히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산 나주배의 경우 11~12도에 머물렀다.
반면에 생산비는 15kg 기준 2천5백원에 불과하다. 현재 나주지역에서는 상품 15kg 한 상자가 4만원 수준에 출하되고 있다. 마진을 제외하고라도 10배 이상 가격 차이가 나는 것이다.
산둥성 일대에는 이씨 외에도 한국인 6~7명이 함께 돈을 끌어모아 투자하는 방법으로 두 번에 나누어 1백만 평에 신고와 황금·수성·원앙·만수 등의 묘목을 심어놓은 상태다. 이들 배 역시 2~3년 뒤면 본격적인 수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중국 현지 조합측에서도 한국 시장을 겨냥해 1년 전 4백만여 평에 배 묘목을 심어 놓고 한국인 원예전문가까지 고용, 유기농법으로 시험 재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도 나주지역 배 재배농가들은 2~3년 뒤면 곧바로 닥쳐올 이 같은 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방치되고 있다.
김정배 나주배연구소 연구관은 “지난해 10월 중국 현지를 방문한 결과 한국인들이 나주배와 비교해도 손색 없는 신고배를 대량 재배하고 있었다”며 “우리도 하루속히 체계적인 경쟁력 강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에서 비록 배와 사과가 예외 품목으로 인정됐지만 그마저도 조만간 수입을 허용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어서 나주배의 경쟁력은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편 중국에서 집단적으로 신고배가 재배되고 있는 지역은 산둥성 라이양과 라이시 지구로 강우량이 적은 반면 일조량이 많고 태풍마저도 지나지 않아 예부터 중국에서 배 생산지로 널리 알려진 곳이다.
[광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