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은 ‘비박 돌풍’ 호남은 ‘안풍’ 거세다
4월 29일 서울 매일경제신문 사옥에서 열린 6·4 지방선거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2차 TV토론회에서 김황식, 정몽준, 이혜훈 후보(왼쪽부터)가 열띤 논쟁을 펼쳤다. 사진공동취재단
# 수도권
지난 4월 29일 새누리당 서울시장 경선 2차 TV토론이 열렸다. 세월호 참사가 채 수습되지 않은 시점이기에 조용한 토론이 예상됐지만 결과는 사뭇 달랐다. 이날 토론은 여론지지율에서 가장 앞서는 정몽준 의원을 향한 김황식 예비후보의 공세가 두드러졌다.
세 후보 가운데 가장 열세로 꼽히는 이혜훈 예비후보는 서울시 안전 문제를 화두로 내세웠다. 이 예비후보는 지난해부터 서울 잠실에 짓고 있는 제2 롯데월드의 안정성 문제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제2 롯데월드 재검토 의향에 관한 이 예비후보 질문에 정 의원은 “서울시장이 되면 점검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김황식 예비후보는 “과학적 검증을 거쳐야 할 문제”라며 즉답을 피했다.
여의도연구원 출신 여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 이후) 수도권이 어려운 선거를 치르게 됐다”면서 “박원순 서울시장을 꺾기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주변에서도 정몽준·김황식 두 후보 모두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나온다”라고 전했다.
수도권의 또 다른 광역단체장 경선에서도 세월호 여파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유정복 인천시장 예비후보는 사고 직전까지 안정행정부 장관 신분이었다. 세월호 참사 초기 ‘전원구조’ 문자메시지로 큰 혼란을 일으킨 경기도교육청은 김상곤 교육감이 새정치연합 경기지사로 나서면서 공석이 됐다. 앞서의 여권 관계자는 “인천시장 선거 역시 낙승이 예상됐지만 (세월호 참사 이후) 야권 현역단체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는 중인 것 같다”라고 평했다.
# 영남권
새누리당 텃밭인 영남에서는 ‘이상 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새누리당은 대구시장 후보로 서울시 정무부시장 출신 권영진 전 의원을 최종 낙점됐다. 여권에서는 친이계이자 쇄신파로 분류되는 권영진 후보가 아닌 친박계 출신 서상기·조원진 두 현역 의원 가운데 후보가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권영진 후보가 1위에 올랐고 2위는 구청장 출신으로 중앙 정치권과 거리가 먼 이재만 후보가 됐다.
이는 대구시장 예비후보 등록 막판에 서상기 의원이 출마하면서 조원진 의원과 친박계 표가 갈렸기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하지만 현 정권이 들어선 이후 대구지역 민심이 새누리당으로부터 점점 이완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
부산은 3파전 양상이다. 지난 30일 새누리당은 서병수 의원이, 새정치연합은 김영춘 전 의원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관건은 무소속 오거돈 예비후보의 행보에 있다. 오거돈 예비후보는 시중 여론조사에서 늘 1·2위를 다투며 여야 거대 정당을 상대로 선전하고 있다.
지난 15일 <부산일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오거돈 예비후보는 서병수 후보와의 대결에서 45.5% 대 38.9%로 6.6%포인트(p) 차로 앞섰다. 이 때문에 야권에서는 오거돈 후보와 새정치민주연합 측이 어떤 방식으로든 단일화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만일 야권 단일후보가 부산시장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친박계 진영은 대구시장 후보를 내지 못한 데다 부산시장까지 빼앗기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다.
# 호남권
새정치민주연합 텃밭인 호남은 시간이 갈수록 혼탁한 양상을 띤다. ‘공천이 곧 당선’으로 연결되는 곳이니만큼 경선 룰을 유리하게 가져가려는 물밑 다툼이 치열하다. 특히 호남은 안철수 대표 진영의 예비후보들이 최종후보가 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지역에서는 ‘개혁공천’, ‘물갈이’ 여론이 바람을 타고 있어 지역조직에서 열세인 안철수 대표 쪽 후보들 기세가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윤장현 전 새정치연합 공동위원장
광주시장 경선은 지난 4월 지역의 국회의원 5명(강기정·김동철·박혜자·임내현·장병완)이 안철수 측 공동위원장을 맡은 윤장현 예비후보 지지선언을 하면서 파행 상태다. 강운태 현 광주시장과 이용섭 의원은 “5명의 국회의원을 공천관리위원회에서 배제하지 않으면 모든 경선일정을 보이콧할 것”이라며 강경하게 맞서고 있다.
‘윤장현 지지선언’으로 경선 과정에서 대립각을 세웠던 강운태·이용섭 두 예비후보는 공조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두 사람은 지난 4월 27일 세월호 사고 이후 정치일정 자제 분위기 속에서도 “광주시장 경선을 전남과 같이 여론조사 50%와 공론조사 50%로 해야 한다”라며 탈당 후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며 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설상가상 지도부가 안철수 대표에게 광주시장 경선에 관한 전권을 위임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윤장현 후보가 낙점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나온다. 한 야권 관계자는 “지역조직력이 약한 안철수 대표 쪽 후보들이 내심 전략공천을 바라는 것도 이해되는 부분이 없지는 않다”라면서도 “문제는 왜 호남에서만 이러냐는 거다. 본선경쟁력이 없으니 민주당 텃밭만 자꾸 갈아엎으려는 것 아닌가. 경선 결과가 납득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면 호남에서부터 안 대표 책임론이 불거질 수 있다”라고 밝혔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