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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하단동의 한 나이트클럽을 찾은 손님들이 밴드의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있다. 이곳은 여자손님이 남자보다 많다고 한다. | ||
부산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으로 대통령의 탄핵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심경은 다른 지역에 비해 특히 더 복잡하고 혼란스러워 보인다.
최근 부산의 신유흥가로 떠오르고 있는 부산 사하구 하단동 일대는 불야성을 이루며 마치 일본 신주쿠 거리를 보는 듯했다. 탄핵 직후 전국에서 술 소비량이 가장 급격하게 증가한 곳이 부산이었다는 통계가 입증하듯 이곳은 흥청거리고 있었다. 마치 딴 나라에 온 듯한 ‘그들만의 세상’, 그 현란한 요지경 속으로 들어가 봤다.
부산 시민들의 정치에 대한 거부감은 최근 절정에 달한 모습이다. 안상영 부산시장의 자살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아 대통령의 탄핵까지 터진 것이다.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팽팽한 대결 양상으로 이번 4·15총선의 향방을 가를 가장 뜨거운 접전 지구로 주목받고 있는 부산의 최근 특징은 뚜렷이 두 가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밤이 되면 ‘탄핵 반대’를 외치며 촛불시위에 참가하는 부류가 있고, 유흥가로 모여들어 술에 빠져드는 부류가 있다.
특히 부산은 일본과 가까운 지리적 여건으로 해서 유흥 문화에서는 이국적 분위기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취재진의 눈앞에 펼쳐진 하단동 일대 유흥가는 앞서가는 정도를 넘어서 국내 유흥문화를 ‘주도’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었다. 하단동 인근을 중심으로 형성된 신유흥가는 서울 사람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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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루 입장객이 1천8백여 명에 이른다는 나이트클럽 입구. | ||
취재진이 찾은 지난 3월13일 주말 밤에도 이곳은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일단 이곳이 유명한 이유는 ‘부킹의 천국’으로 불릴 정도로 부킹을 목적으로 모여들기 때문. 전문적으로 부킹을 주선하는 ‘부킹걸’이 있을 정도. 여기에 최근 급격히 확산되고 있는 이른바 ‘즉석 부킹 섹스’라는 충격적인 유흥문화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
나이트클럽에서 만난 한 웨이터는 “처음 만나서 술 몇 잔을 한 후 바로 섹스를 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남자 두 명이 오는 경우가 많다고. 한 명이 홀에서 춤을 추며 자리를 비워주는 사이에 다른 한 명은 룸 안에서 ‘일’을 치른다.
물론 손님은 담당 웨이터에게 ‘부를 때까지는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엄명을 해놓는다. 그러나 웨이터 외에 각 방을 늘 점검하러 돌아다니는 주임급 웨이터에 의해서 들통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주임급 웨이터인 최아무개씨는 “가끔씩 룸이 너무 조용하면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문을 열고 들여다본다”며 “성관계를 맺고 있던 남녀가 화들짝 놀라는 모습은 가관”이라고 말했다.
하단동 인근 유흥가는 이밖에도 3∼4개의 나이트클럽이 모두 부킹 천국으로 불리고 있다. 이곳에서 만난 한 웨이터는 “신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손님이 늘긴 하지만 최근 이상하게 사람들이 부쩍 많아졌다”며 “정치상황으로 인한 어수선한 분위기가 오히려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했다. 30대의 한 직장 남성은 “술맛 떨어지니까 정치 얘기는 하지도 말라”며 크게 웃기도 했다.
최근 이곳의 입소문을 듣고 들끓는 사람들만큼이나 갖가지 해프닝도 만발했다. 한 남성 손님은 “기분이 좋다”는 이유만으로 한 나이트클럽 2층에서 무려 2백만원의 현금을 뿌렸다. 당시 홀 전체는 돈을 찾기 위해 아수라장이 되었다고 한다.
또 어떤 남성은 부킹을 하기 전에 일단 만원짜리 현금다발을 테이블에 수북히 쌓아놓고는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일단 합석한 여성에게 돈을 쥐어주는 것으로 자신을 과시했다고 한다. 한 주점에서는 술에 취한 직장 남성 두 팀이 시비가 붙어 유혈이 낭자할 정도로 패싸움을 벌인 사건도 유명하다. 이들의 시비 이유는 탄핵에 대한 찬·반 주장 때문이었다고 한다.
인근 업소의 웨이터들에게 들은 이야기 중 가장 압권은 ‘부부동반 여성의 부킹담’. 어느 날 두 쌍의 부부가 동반으로 한 나이트클럽을 찾았는데 한참 술을 먹던 중 한 명의 부인이 화장실을 간 뒤 돌아오지를 않더라는 것. 걱정이 된 남편이 업소 내 이곳 저곳을 찾다가 아연실색, 난동을 부렸다고 한다. 자신의 아내가 다른 테이블의 남성들과 부킹을 하고 있었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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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이트클럽 룸 근처에서 얘기를 나누고 있는 두 남녀. | ||
이곳의 부킹 문화를 엿보기 위해 취재진이 클럽 입구를 서성이며 웨이터들과 손님들이 나누는 대화를 들었다. 특히 놀라운 점은 여성들의 대담성이었다. 그들은 나이트클럽 입구에서부터 담당 웨이터에게 부킹에 대한 확약을 받으려고 했다. 담당 웨이터에게 연신 자신의 이상형을 말하느라 오랜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다.
“오늘 부킹 화끈하지? 부킹 안되면 술값도 없어!” (30대 후반으로 보이는 3명의 여성)
“돈도 있고, 사회적 지위도 있고… 알지?”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2명의 여성)
“어제 부킹 안돼서 오늘 또 왔잖아. 오늘은 잘하자!”(30대 초반으로 보이는 2명의 여성)
“오빠(웨이터를 부르는 소리), 이대이(2:2) 되냐?” (20대 후반으로 보이는 2명의 여성)
한마디로 업소를 찾는 대다수 여성들의 목적은 부킹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그녀들은 처음부터 ‘단단히 마음먹고’ 오는 듯했다. 실제 이곳 유흥업소를 찾는 손님들의 남녀 비율은 4:6으로 여성이 오히려 더 많다고 한다. 또한 마치 출근부를 찍듯이 매일 들르는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소위 사회 지도층 인사의 부인들이 상당수 이곳의 단골 손님이라는 것. 한 웨이터는 “의사, 변호사, 회사 대표 부인들이 자기들끼리 그룹을 지어 수시로 들락거린다”며 “하지만 이들의 경우 남성을 선택할 때 꽤 까다롭다”고 말한다.
부산=이남훈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