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1월 김만복 당시 이라크2차정부합동조사단장이 청와대에서 조사결과를 브리핑하고 있다. | ||
우선 지난 10일에는 현 정부 ‘코드 인사’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서동만 기획조정실장이 교체돼, 후임에 부산 출신 김만복 국가안전보장회의(NSC) 국가정보관리실장(58)이 임명됐다.
서 전 실장의 퇴진은 널리 알려진 대로 김대중 정권(DJ) 당시 요직을 독점하다시피한 ‘호남 인맥’ 정리의 수위-시기를 놓고 고영구 원장과 극심한 견해차를 보인 것이 배경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인 17일에는 국정원장 정책특보에 이화춘씨(57)가 임명됐다. 이 특보는 경남고와 영남대 영문학과를 졸업한 후 75년부터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 국가안전기획부에서 근무해 부이사관(3급)까지 지냈으나, 99년 3월 김대중(DJ) 정권 출범 후 대대적으로 이뤄진 영남인맥 제거작업의 타깃이 되어 해직된 바 있다.
그러나 이 특보의 등장에 이목이 쏠린 것은 그와 노무현 대통령과의 ‘특수관계’ 때문. 이 특보는 80년대 중반 안기부 부산시지부 정치담당 조정관으로 근무할 당시 인권변호사로 재야활동을 하던 노 대통령을 알게 된 후 20년 가까이 친분을 이어왔다.
그는 동갑인 최도술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은 물론 한 살 위인 노 대통령과 허물없이 말을 터놓고 지낼 정도였고, DJ정권 들어 해직된 이후에는 서울 종로와 부산 북·강서 을 지구당 사무실을 수시로 드나들며 도왔고 2002년 대선 때는 자원봉사자로 활동하기도 했다.
여권, 특히 국정원 주변에선 노 대통령이 이 특보를 파격 기용한 배경을 두고 여러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자신들을 겨냥해 칼을 갈던 서 전 실장의 ‘낙마’에 안도했던 국정원 내 일부 호남 라인들은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한다. 이들은 이 특보가 DJ정권 때 ‘호남인맥 심기’의 희생양이었던 데다 내부사정에 정통해 ‘칼질’을 하기엔 적임이란 점을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김만복 기조실장 역시 DJ정권 당시 부산 출신이라는 이유로 한때 ‘살생부’에 올랐던 경력을 갖고 있다는 점도 이들에겐 껄끄러운 대목. 게다가 김 실장과 이 특보는 한 살 차이에 각각 부산의 양대 명문고교인 부산고와 경남고를 졸업했고, 중앙정보부에 몸담은 시기도 각각 74년, 75년으로 비슷해 ‘환상의 복식조’가 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국정원 내 일부 호남 라인들이 긴장하는 것과 달리 DJ정권 시절 ‘초토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영남 라인들은 아연 활기를 되찾은 모습을 보여 대조를 이루고 있다.
한 관계자는 “국정원에서 잔뼈가 굵은 김 실장과 이 특보는 지금 고위직에 오른 호남 라인들이 과거에 어떻게 처신해 왔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의욕만 앞서 무리수를 두다 물러난 서 전 실장과 달리 이번에는 두 사람이 제대로 된 물갈이를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