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한다면서 군침은 왜 흘려?
신창재 회장
신 회장은 또 교보생명이 유력한 후보자로 거론되는 우리은행 인수에 대해서는 “몸값·매각 조건이 나오지 않은 상황이고 이사회에서 어떤 공식적인 결정도 하지 않았다”며 조심스러워 했다. 그렇지만 인수 의지가 여전하다는 것을 숨길 수는 없었다. 다시 말해 구조조정과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를 동시에 검토하겠다는 얘기다.
한쪽은 수조 원이 넘는 돈과 많은 시간·인력·파트너 등을 끌어 모아야 하는 일이고 다른 한쪽은 반대로 비용을 줄이기 위해 직원들을 내쳐야 하는 일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사실이다 정도지 구체적인 계획이 세워져 있는 것은 아니다”며 “강제적·인위적이 아닌 희망퇴직 형식이기에 우리은행 인수전과 연관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반박했다. 교보생명 구조조정에 대해서는 과장급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15%가량 인력을 줄일 것으로 알려졌다.
상반된 두 가지 일을 같이 진행하겠다는 것이 쉽게 설득력을 얻을 리 없다. 우선 노동조합이 반발하고 있다. 교보생명 노동조합은 복수노조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교보생명보험노동조합(교보생명노조)이 다수노조이자 회사와 교섭 당사자이며 교보생명보험민주노동조합(교보생명민주노조)은 복수노조 허용에 따라 새롭게 설립됐다. 이 가운데 특히 교보생명민주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교보생명이 구조조정에 착수하면서 우리은행 인수전 참여도 검토해 논란이 일고 있다. 교보생명 빌딩 전경. 일요신문 DB
한편 생보업계 1위인 삼성생명은 지난 4월부터 1000여 명의 인력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화생명 역시 지난달부터 구조조정을 실시해 300명의 직원이 희망퇴직을 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희망퇴직도 있지만 대부분 자회사·계열사 전입”이라며 “구조조정이 아닌 인력 재편”이라고 강조했다. 생보업계 관계자는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고금리·장기 상품에 대한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 “(구조조정이) 장기적으로 대비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창재 회장이 은행업에 진출하려는 이유도 보험업의 이 같은 어려움에 기인한다. 은행업 진출은 신 회장의 오랜 꿈으로도 알려져 있지만 은행과 보험의 시너지를 생각하면 그 파급력이 어마어마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러니하게도 교보생명의 인력 구조조정이 삼성·한화생명에 비해 크게 부각되는 까닭은 교보생명과 신창재 회장이 은행업에 진출하려는 데 있다. 우리금융 민영화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핵심 관건인 우리은행 인수자로 교보생명이 유력하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신 회장은 우리은행 인수 의지를 여러 차례 내보인 바 있다.
현재 시장에서는 우리은행 지분 33%를 인수하는 데는 3조∼4조 원,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56.97%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데는 6조∼7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기 불황에 대비하기 위해 인력 구조조정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수조 원의 자금이 필요한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하니 받아들이는 쪽에서 납득하기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지 인수하겠다는 것은 아직 아니다”면서 “구체적인 매각 조건이 나와 봐야 참여할지 안 할지 결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생명 내부에서는 구조조정과 관련해 명예퇴직금도 없을 것이라는 둥, 구조조정 때문에 올해 승진 인사가 예년에 비해 훨씬 줄었다는 둥 이런저런 소문이 돌고 있다. 우리은행 인수전을 앞둔 교보생명의 구조조정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이뤄질지 업계 관계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
생명보험사 1분기 실적 들여다보니 순익 급증했는데 경영 위기라니… 생명보험사들의 지난 1분기 실적만 보면 경영상 위기도,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할 시기도 아닌 듯하다. ‘빅3’ 생보사 모두 지난 1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돌았기 때문이다. 한화생명도 같은 날 1분기 잠정 실적을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비록 전기 대비, 전년 동기 대비 모두 하락했으나 당기순이익은 937억 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3.45% 늘어났다. 업계에서는 2분기부터 한화생명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비상장사인 교보생명의 실적 발표는 오는 5월 말에 있을 예정이다. 생보업계 다른 관계자는 “교보생명의 1분기 실적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나 교보생명 관계자는 “1분기 실적에 대해 아직 모른다”면서 “우리도 모르는 것을 다른 사람이 어떻게 알 수 있느냐”며 부인했다. 일부에서는 실적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생보사들이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는 것을 의아하게 바라보기도 한다. 수치상으로만 보면 경영상 위기도 아니고 장기적으로 개선되면 됐지 더 악화할 것으로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1분기 실적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면서 “보험영업과 관련 없는 실적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한화생명 관계자 역시 “1회적 요인에 불과하다”며 구조조정에 대한 비난 목소리에 반박했다. [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