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동호인이 본 수도권 광역단체장 교통 공약…인천광역시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가 지난 11일 자신의 교통 과련 공약을 발표하는 모습.
하지만 인천시 재정 상황에 비춰보면 전망은 그리 밝지 않다. 유 후보는 철도에서 여섯 노선, 도로에서는 세 노선을 공약으로 밝히고 있다. 이 가운데 1호선 연장은 많은 부분을 지상으로 건설한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할 수도 있지만 지상철은 인근 반발이 상당하다. 마찬가지로 7호선 청라지구 연장 역시 주민들의 지하화 요구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에서 사업비가 과다하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경인고속도로 및 경인선 지하화는 주변 지역 부동산 개발 목적 이외의 편익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기 힘든 사업이다. 기술적으로도 철도 직하에 다시 터널을 파야하고, 지리적으로는 기존 지하철과 같은 지장물을 피해야 한다는 점도 간과했다.
일반 유권자들 이목을 가장 끌만한 대목은 인천발 KTX 신설이다. 인천시민들은 그동안 자체 KTX 역사가 없어 갈증에 시달려 왔음에도 여전히 어떠한 공식 계획도 없는 상태다. 이는 인천시내에 철도역을 확보할 길이 마땅찮기 때문이었다.
유 후보는 기존 수인선(수원~인천)을 경부고속철도와 연결하는 식으로 KTX 역사를 신설하겠다는 안을 내 놨다. 그러나 역사를 지을 곳이 마땅찮은 상황이다. 부지 확보에 별다른 문제가 없는 수인선 송도역은 인천 중심지에서 너무 멀고, 인천역은 시설 부지 확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새로운 역을 지어서 KTX 역사로 사용한다면 재정 부담이 급증한다. 현재까지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안은 없는 상황이다.
공약 발표 과정에서 유 후보는 “고속철 사업은 전액 국비 지원이 가능하다”고 언급했는데, 이 역시 긍정적으로 보기는 어렵다. 철도, 도로와 같이 재정이 많이 필요한 사업은 오히려 지자체에서 적극적인 사업비 분담 의지를 보여야 사업 진행을 원활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송영길 후보의 교통 공약으로는 △ 1호선 급행도입 △ 2호선 광명역 연장 △ 신개발지구 도시철도 도입 △ 버스노선 시민 참여 등이 있다.
송영길 인천시장 후보가 21일 인천시당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1호선 급행도입은 현재 인프라로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급행열차를 도입하기 위해서는 완행열차가 대피할 수 있도록 추가 선로를 깔아야 한다. 현재 사용할 수 있는 대피선은 동막역과 박촌역에만 존재하며 열차가 잠시 들어가 대기할 수 있는 Y선을 추가할 공간은 신연수역과 작전역에만 존재한다. 나머지 역사에서 차량을 대피시키려면 터널을 뜯어 대피선을 설치할 필요가 있는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
2호선 광명역 연장은 유 후보 공약에 비해 예상 연장 구간이 길고(10km 수준), 사업 실현을 위해 경기도와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주변 개발로 얻을 수 있는 광역교통분담금도 별로 없는 노선이기 때문에 재정상 난항이 예상된다. 현직 인천시장 출신 후보가 부채 해결 의지와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사업을 동시에 내세웠다는 비판이 가능하다.
신개발지구 도시철도 도입 가운데, 서창에 대한 연결은 지금까지의 계획에서는 없던 노선이다. 검단은 인천 2호선이, 청라는 지하철 7호선, 논현은 수인선이 현재 시공중이거나 계획으로 잡혀 있지만 서창을 연결할 만한 계획선은 존재하지 않는 상태다. 주변을 지나는 인천 2호선이 분기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없다.
경기∙인천 유권자들에게 절실한 광역교통망을 실현하려면 다른 지자체, 특히 서울시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각 후보들 공약 속에는 타 지자체와의 협력 방안을 제대로 제시하지 않고 있다.
또한 수도권 교통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 뒷받침이 필요함에도 중앙정부의 재정 지원만을 요구하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개별 공약의 실현가능성을 높이려면 좀 더 현실적인 재정 계획을 제시하는 태도가 반드시 필요하고 유권자 역시 그 지점에 주목해 자신의 표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
정리=김임수 기자 imsu@ilyo.co.kr
※ 도움주신 분 : 전현우. 철도 동호인. 서강대에서 분석철학을 전공했다. 여러 매체에 철도 및 교통, 에너지에 대한 글을 기고했다. 저서로 『일민시각문화 7: 공원, 한강, 이득영』(공저. 일민문화재단, 2013), 번역서로 『숫자에 속아 위험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공역. 살림, 2013)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