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무현 대통령 후보가 대선 선대위 출범식을 갖고 본격적인 대선행보에 돌입한 9월30일, 연청(새시대새정치연합청년회)의 한 간부는 선대위 출범식에 대해 이렇게 평했다.그는 “엄연히 당의 공조직으로 돼 있는 연청 인사들에게는 이렇다할 연락도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노사모 회원들이 전국에서 선대위 출범식에 참석토록 한 것이 무엇을 의미하느냐”며 “민주당 대통령 후보인지, 노사모 대통령 후보인지 모를 일”이라고 말했다.
지난 4월 민주당 노무현 대통령후보 선출 이후 다섯 달에 걸쳐 친노·반노·비노로 나뉘어 내홍을 거듭해오던 민주당이 선대위와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후단협)로 양분, 분당 위기에 직면해 있는 가운데, 민주당 공조직 중 그나마 결집력이 있는 ‘연청’이 그동안의 침묵을 깨고 서서히 제 목소리를 낼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연청’의 이 같은 움직임은 동교동계 등 김대중 대통령 직계 의원들의 향후 정치행보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민주당과 노무현 후보의 향후 진로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 내홍 과정에 대부분 침묵으로 일관해 왔던 연청에 뿌리를 둔, 호남 출신 범동교동계 의원들이 조만간 거취를 결정할 것으로 알려져 선대위를 출범시킨 노무현 후보와 민주당에 일대 파란이 예상되고 있다‘연청’ 인사들의 노무현 후보에 대한 불신의 골은 이미 깊어질 대로 깊어진 상태다.지난해 9월. 부산에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를 선언한 노무현 후보는 “후보가 되면 연청을 접수하겠다”고 언급, 연청 인사들의 심사를 건드린 바 있다.
연청 중앙회 회장단 출신 인사들로 구성된 특우회 김충조 회장은 “연청은 누가 접수하고 말고 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다”며 “군사정권 치하, 그 어려웠던 시절에도 ‘DJ 대통령’을 만들기 위해 각종 탄압에도 불구하고 물심양면으로 도왔던 인사들이 연청 회원들이었다”며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 후보가 됐다고 해서 (연청을) 접수하겠다는 발상은 터무니 없는 소리”라고 일축했다.
그는 또 “연청의 정신은 곧 후광(김대중 대통령의 아호)정신”이라며 “노무현 후보가 탈DJ를 선언하고, 호남 출신들을 배제하고 있는 마당에 ‘연청’이 노 후보에게 협조할 이유가 뭐가 있느냐”고 말했다.그는 “연청을 두고 정치적 입장과 이해관계에 따라 아전인수식으로 해석하지 말라”며 노무현 후보측에 경고했다.
노무현 후보는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연청 초대 사무총장을 지낸 염동연 특보를 영입함으로써 연청과 연을 맺었다.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광주 경선에서 연청 일부 회원들이 적극적으로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고 나서자, 연청이 노무현 후보의 지지세력으로 인식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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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무현 후보 | ||
그러나 노무현 후보가 대선후보에 선출된 이후, 김대중 대통령 두 아들이 비리의혹으로 사법 처리되는 등 부정부패문제가 이슈화되자 노 후보측에서 ‘탈DJ’를 선언, 우호적으로 비치던 연청과의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노 후보측에서 연청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김홍일 의원의 탈당을 요구하고 나섬으로써 관계는 더욱 악화일로를 걷게 됐고, 지난 선대위 출범식에 연청 간부들이 철저히 배제됨으로써 우호관계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적대적 관계로 변모했다.민주당 외곽에서 유시민씨 주축으로 구성되고 있는 ‘개혁적 국민정당’에 대해 노무현 후보가 당대당 통합 가능성을 언급하고 나서자 ‘연청’ 출신 인사들도 자구책 마련에 돌입했다.
연청 중앙회 한 간부는 “노 후보가 10만 명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개혁정당과 당대당 통합을 한다는데, 이것은 대권을 잡는 데 목적이 있다기보다는 대선 이후 당권 장악 의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연청은 내일이라도 당장 ‘당’으로 탈바꿈할 수 있는 전국조직”이라며 “노 후보가 당권 장악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마당에 우리라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일 아니냐”고 말했다.
그는 또 “중앙회 차원에서 연청을 ‘당’으로 변모시켜 대선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자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며 “가만히 있다고 해서 (노 후보를) 지지한다고 믿는다면 오산”이라고 말했다.
물론 아직까지 연청이 조직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연청 명예회장으로 있는 김홍일 의원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연청의 결집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연청의 한 실무간부는 “하부 지역단위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이탈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인사는 이미 정몽준 의원쪽에서 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연청 서울지부의 한 고위간부도 “벌써 여러 차례에 걸쳐 정 의원쪽에서 ‘같이 일하자’는 연락을 받았다”며 “개인적으로 움직일 사안이 아니라서 지금은 상황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몽준 의원측에서) TK·충청권 연청 간부들에게 주로 선을 대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연청이 노무현 후보와 일정한 거리를 두고, 독자행보를 모색하고 있는 것과 동시에 동교동계 의원들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특히, 연청 중앙회장을 지냈거나 대부분 지도위원 등으로 연청과 직간접적으로 연을 맺고 있는 동교동계 의원들이 최근 두 차례 모임을 갖고 행동통일을 결의한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동교동계인 동시에 연청 특우회장을 맡고 있는 김충조 의원은 “지금까지 동교동계 의원들이 두 차례 만나 충분히 의견을 나눴다”며 “일단 10월 말까지 단체행동을 유보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가 공식 출범한 만큼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면서도 “내일이라도 당장 ‘당’으로 출범시킬 수 있는 전국조직 연청이 있고, 원내교섭단체를 구성하고도 남을만큼 동교동계 의원들이 뭉쳐 있는 만큼 상황에 따라서는 독자적인 행보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11월 초쯤이면 모든 것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노무현 후보 중심의 대선 선대위와 김영배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후보단일화추진협의회’로 민주당이 양분된 가운데, 민주당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동교동계와 청년단위 전국조직 ‘연청’이 독자행보를 예고하고 있어 민주당의 분당위기는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