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 <노아>는 성경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노아의 방주’로 유명한 성경 창세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인 것. 줄거리 역시 성경을 접해보지 않을 이들도 대략적으로는 알고 있는 내용이다. 그래서 줄거리를 먼저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영화 <노아>는 하나님이 타락한 지구에 내린 커다란 재앙인 대홍수의 이야기다. 그렇다고 지구를 아예 멸망시킬 순 없었던 하나님은 선택받은 의인 노아에게 방주를 만들라고 명하고 그 방주에 지구의 모든 동물을 한 쌍씩 태우도록 한다. 또한 노아 부부 등 선택받은 사람들만 몇몇 방주에 타서 새로운 지구에서 생명력을 이어가도록 한다.
영화 <노아>의 홍보사에서 제공한 줄거리는 대략 다음과 같다. ‘타락한 인간 세상에서 신의 계시를 받은 유일한 인물 노아(러셀 크로우 분). 그는 대홍수로부터 세상을 구할 수 있는 거대한 방주를 짓기 시작한다. 방주에 탈 수 있는 이는 생명이 있는 모든 존재의 암수 한 쌍과 노아의 가족들뿐. 하지만 세상 사람들은 노아의 방주를 조롱하기 시작하고 가족들 간의 의견 대립마저 생겨나는데…’
@ 영화 정보
성경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영화지만 오히려 기독교계의 반응은 탐탁치 않았다. 심지어 반기독교적인 영화라는 반응이 더 많았을 정도다. 가장 큰 이유는 성경과는 다른 영화 내용 때문이다.
성경과 가장 다른 부분은 방주에 탄 인간들이다. 성경에는 방주에 노아와 그의 아내 나메(제니퍼 코넬리 분), 세 명의 아들과 그들의 아내들까지 모두 여덟 명이 탔다고 기록이 돼 있다. 반면 영화 <노아>에는 노아와 그의 아내, 큰 아들 셈(더글라스 부스 분)과 그의 아내 일라(엠마 왓슨 분), 그리고 둘째와 셋째 아들 함(로건 레먼 분)과 야벳 등이 탄다.
그리고 대홍수가 시작되자 두발가인(레이 윈스턴 분)이 창문을 통해 방주에 몰래 탄다. 두발가인은 하나님의 말씀을 어기고 타락한 인간 종족의 우두머리로 노아의 가족을 괴롭히던 인물이다. 그리고 셈의 아내가 쌍둥이를 잉태하고 있었으니 성경처럼 방주 탑승 인원은 모두 여덟 명이 되긴 한다. 그렇지만 두발가인은 방주에서 사망하므로 대홍수 이후 새로운 인류의 기원은 나머지 일곱 명이다.
이런 부분은 영화의 갈등 구조를 높이기 위한 장치로 풀이된다. 악역인 두발가인이 대홍수 이후 방주에서도 살아남아 있어야만 영화가 끝까지 긴장감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짝 없이 방주에 올라 고뇌하는 둘째 아들 함 역시 영화의 주된 갈등 구조를 만든다. 부상을 입은 두발가인을 함이 돕는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대목은 상처 입은 두발가인이 방주에 몰래 타서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이다. 두발가인은 방주 안의 동물들을 잡아먹으며 체력을 회복한다. 그렇다면 두발가인으로 인해 대홍수 이전에는 살았지만 두발가인으로 인해 멸종한 동물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본래 사냥을 주로 해온 두발가인인 만큼 가장 맛있는 동물부터 잡아먹었을 것이다. 따라서 대홍수 이전에는 지금은 멸종한 동물이 살았으며 그 동물은 가장 맛있는 동물이었다는 뜻이 된다. 소와 돼지 등을 주로 먹고 있는 요즘 인류 입장에선 두발가인으로 인해 더 맛있는 육식의 기회를 놓친 셈이다. 그렇지만 두발가인 자체가 성경에는 등장하지 않으므로 이런 설정 역시 성경이 아닌 감독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설정에 불과하다,
또한 노아가 방주를 만드는 과정을 돕는 타락천사인 감시자들과 관련된 부분 역시 성경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영화에 판타지적인 요소를 가미하기 위한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의 의도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영화는 갈등구조와 판타지를 갖게 됐지만 설득력은 크게 떨어진다. 성경처럼 노아 부부와 세 아들과 그의 아내들만 방주에 탑승했다면 이들이 새로운 인류의 기원이 되는 데 별 어려움이 없다. 실제로 셈은 중동인의 조상, 함은 현대 아프리카인의 조상, 야벳은 유럽인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유대인을 비롯한 중동의 여러 종족들이 스스로를 ‘셈족’이라 부르는 까닭이 바로 셈의 후손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인류학자들 역시 히브리인, 가나안인, 아시리아인, 바빌로니아인, 아랍인 등 비슷한 언어를 사용하는 고대 민족들의 집단을 ‘셈족’이라 부른다.(<바이블 키워드> 참조. 도서출판 들녘)
그런데 영화 <노아>의 내용대로라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대홍수 이후 살아남은 이들은 노아와 그의 아내, 셈과 그의 아내, 함과 야벳, 그리고 셈의 쌍둥이 딸만 남는다. 성경처럼 네 쌍의 부부가 아닌 터라 인류를 새롭게 번성시키는 과정이 복잡해진다. 셈의 쌍둥이 딸이 삼촌인 함과 야벳의 부인이 돼야 인류 번성이 가능해지는 셈이다.
그럼에도 감독이 이런 복잡한 설정을 야기하면서까지 성경과 다른 줄거리를 끌고 나간 데에는 결정적인 이유가 있다. 여기에는 단순히 영화에 갈등 구조나 판타지를 주입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 바로 인간 노아의 고뇌다.
노아는 대홍수라는 하나님의 계시를 인류의 멸종으로 이해한다. 자신과 가족이 방주를 만드는 까닭은 단지 동물들을 보호해서 대홍수 이후의 세상을 살아가게 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나약하고 타락한 존재이므로 대홍수 이후에는 지구에서 인류가 사라져야 한다고 믿는다.
큰 아들 셈의 아내 일라는 어린 시절 입은 상처로 임신을 하지 못한다. 그렇다면 남은 두 아들을 결혼시키지 않으면 더 이상 후손을 만들 수가 없어 결국 인류는 멸망한다. 형처럼 부인을 얻어 결혼하고 싶은 셈과 노아가 거듭된 갈등을 겪은 까닭 역시 여기에 있다. 일라가 기적적으로 임신하자 노아는 태아가 남자일 경우 살려두고 딸일 경우 태어나자마자 죽이겠다고 말한다. 딸, 다시 말해 여성은 새로운 인류를 번성시킨 수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노아는 큰 아들 셈과 그의 아내 일라와도 갈등을 겪는다.
기독교계에서는 이 부분 역시 문제 삼고 있다. 성경은 노아를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라고 묘사하고 있다. 그렇지만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은 노아의 인간적인 면모를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성경에서도 노아의 인간적인 면모는 등장한다. 대홍수가 끝난 뒤 노아는 포도나무를 심어 포도 재배 기술을 발명했으며 포도주를 즐겨 마셨다. 한 번은 포도주에 취해 장막 안에서 벌거벗고 있었는데 셈과 야벳이 뒷걸음질로 노아의 장막에 들어가 벌거벗은 아버지 노아의 몸을 쳐다보지 않고 옷으로 몸을 덮어 준다. 반면 아버지 노아에게 불경스러웠던 함은 아버지 노아의 저주를 받는다. 아프리카인이 오랜 노예생활을 하고 인종차별을 겪은 까닭이 바로 노아의 저주 때문이라는 얘기도 있다. 아프리카인이 함의 후예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바이블 키워드> 참조. 도서출판 들녘)
영화에서도 이 장면이 나온다. 노아는 손녀인 쌍둥이를 죽이려 했지만 끝내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고뇌하며 술에 취해 옷을 벗고 있었던 것으로 묘사된다. 아버지 노아 때문에 결혼을 하지 못한 함은 노아에게 불경스러운 마음을 품고 그들의 곁을 떠난다. 결국 감독의 상상력은 이런 성경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입힌 것으로 풀이된다.
결국 영화 <노아>는 성경을 기반으로 하고 있지만 성경의 몇 구절만으로 139분의 러닝타임을 모두 채울 수는 없는 만큼 여기에 다양한 상상력을 덧입혔다. 특히 감독은 노아의 인간적인 고뇌, 두발가인 등 대홍수로 멸망한 그 이전 인류와 노아의 갈등 등을 강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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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성경책에 등장하지 않는 내용이 나오는 데다 노아에 대한 인간적인 묘사 등으로 인해 반기독교적인 영화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기자는 오히려 기독교 신자들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성경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한 영화 <노아>에 드러난 감독의 다양한 상상력과 의도로 인해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지만 영화는 영화일 뿐이다. 오히려 영화를 본 뒤 성경에 나오는 노아의 방주 이야기를 다시 찾아보게 된다면 한 단계 더 성경에 다가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극적 요소를 강조한 영화 <노아>가 성경보다 더 재밌게 다가올 수도 있지만, 논리적으로 보면 영화 <노아>보다는 성경 속 내용이 훨씬 설득력 있다. 대홍수 이후 인류 번성에 적합한 방주 탑승 인원을 설정한 성경과 극적 재미와 긴장감 등을 위해 방주 탑승 인원을 복잡하게 꼬아 놓은 영화 <노아>는 그 이후 인류가 어떻게 종족을 늘리며 번성해갈지 사뭇 걱정될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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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다. 거대한 방주를 만드는 과정이나 대홍수 장면은 스펙타클하지만 영화는 주로 노아의 고뇌를 그리고 있다. 성경에 짧게 등장하는 노아의 방주 얘기를 무려 139분 동안 다루려다 보니 너무 지루한 측면이 강하다. ‘의인이요 당대에 완전한 자’로서의 노아가 아닌, 남편이자 아버지인 노아의 인간적인 고뇌에 너무 집착하다 보니 기독교인에게 외면을 받았으며, 종교적인 내용을 너무 지루하게 다루다 보니 비 기독교인인 일반 관객들의 관심을 유발하는 데에도 실패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