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제희 전 위원 | ||
고제희 전 위원은 현재 사단법인 대동풍수지리학회 이사장으로서 지난해 8월 추진기획단의 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50명으로 구성된 전문직 자문위원 가운데 풍수지리학의 전문가로 선정된 것.
그는 “자문위원 가운데 풍수지리학 전문가로는 유일하게 내가 선정되었음에도 선정과정에서 내 의견은 단 한마디도 반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의 이 같은 말은 추진위 이춘희 부단장이 지난 16일 열린우리당 의원과의 간담회에서 “후보지 선정을 하는 과정에서 풍수 요인을 포함시켰다”고 한 발언을 정면으로 뒤집는 것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그는 최근까지 꾸준히 자문위원 회의에 참석했으나, 정작 지난 15일 신행정수도 후보지 네 곳 선정 과정에는 풍수지리학자인 자신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후보지 발표 직후인 17일 새롭게 선정 발표한 추진위 자문위원회에서 제외됐다.
고 전 위원은 후보지 네 곳이 발표되자 지난 18일 현지를 직접 방문한 뒤 풍수지리학적 측면에서 각 지역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그는 “이들 네 곳보다는 오히려 박정희 전 대통령에 의해 추진된 바 있던 공주시 장기면 일대와 충북 청원의 가덕-남일 지구가 훨씬 더 풍수지리학적으로 뛰어난 곳”이라고 주장했다.
고 전 위원은 “풍수적 평가 요소로는 배산임수(背山臨水)와 산하금대(山河襟帶)를 그 으뜸으로 꼽는다. 배산임수란 산을 등지고 강을 바라보는 지세란 뜻으로 국가번영을 상징하며, 산하금대는 산과 강이 띠처럼 주위를 보호한다는 뜻으로 국가안정을 상징한다. 특히 도읍이 들어설 터를 정한다면 양기를 보호하는 진산(鎭山)이 있어야 하고 진산의 든든한 병풍 아래 전면에는 생기 넘치는 하천이 쉼없이 흘러야 한다”면서 그 대표적인 곳으로 현재의 수도 서울을 들었다.
▲ 행정수도 이전 대상지로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는 충남 연기-공주 지구.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실제 확인 결과 추진위가 선정한 연기-공주 지구는 전월산을 중심으로 금강과 미호천이 교차하는 주변 일대였다. 그러나 <일요신문>이 지난해 정부기록보존서의 비밀해제 문건을 통해 확인(2003년 2월23일자 보도)한 바 있는 박 전 대통령의 ‘백지계획’에 명시된 장기 지구는 현재의 선정 위치보다 좀 더 서쪽에 있다.
당시 풍수지리학자들의 철저한 고증을 토대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진 백지계획 수도 후보지는 ‘천태산을 진산으로 좌우에 국사봉과 갈매봉이 좌청룡 우백호격으로 자리잡고 있고, 남쪽에 장군봉이 있고, 그 아래로 금강이 동에서 서를 가로질러 흐르고 있어 마치 현재의 수도 서울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 같은 천혜의 명당 자리’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에 추진위가 선정한 연기-공주 지구는 그와 거리가 멀다는 것. 고 전 위원에 따르면 연기-공주 지구는 진산격인 전월산이 금강과 바로 붙어있는 산이어서 남사면의 경사가 급해 행정수도의 주된 기관인 청와대나 정부종합청사가 들어설 만한 입지가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공주-논산 지구에 대해서도 “동쪽으로 높고 험준한 계룡산이 있는 동고서저의 지형으로 금강은 북쪽에 멀리 떨어져 있고, 후보지구에는 오히려 노성천이 북에서 남으로 가로질러 흐르고 있어 배산임수나 산하금대와는 전혀 거리가 먼 지형”이라고 평했다.
천안지구 역시 “북쪽은 허하고 남쪽으로 병풍처럼 높은 산들이 촘촘히 가로막혀 있다”며 “남진한 세 갈래 산줄기 사이 사이로 들판이 있으나, 규모가 작고 산줄기들이 서로 가로막아 통일감과 조망권이 현저히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충북의 음성-진천 지구에 대해서는 “아예 이곳은 풍수지리를 들먹일 가치조차 없는 곳”이라고 혹평했다. 그는 “동서는 막히고 남북이 휑하니 뚫린 지형이며, 미호천이 남북으로 흐르고 있으나 수심이 너무 얕고 미세해 도읍의 생명줄로는 터무니없다”고 평했다.
한편 고 전 위원의 주장에 대해 추진위측은 “풍수지리적 평가는 어느 한 사람의 의견만 반영할 수는 없으며, 설사 고 전 위원이 자문위원이었다 하더라도 다양한 풍수지리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며 “실제 후보지 선정 작업은 학계의 여러 풍수지리학자들의 자문을 거친 결과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