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K정권서 PK만 잘나가네”
국가 의전서열 2순위인 정의화 신임 국회의장은 경남 창원, 3순위인 양승태 대법원장,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부산광역시 출생이다. 5순위인 정홍원 국무총리는 경남 하동, 7순위 여당 대표는 공석, 8순위인 야당 대표 가운데 안철수 공동대표 역시 부산에서 나고 자랐다. 10순위인 황찬현 감사원장은 정 총리와 같은 경남 하동 출생이다.
공식 의전서열을 떠나 ‘비공식’ 대통령 최측근인 김기춘 비서실장 역시 경남 거제 출신이다. 현 정권 이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된 박흥렬 경호실장은 부산, 사실상 장관급 대우를 받는 김진태 검찰총장은 경남 사천, 서울시장 선거에서 맞붙은 박원순·정몽준 두 후보자 역시 각각 경남 창녕과 부산 출생이다.
<일요신문>은 한 발 더 나아가 각 행정부처 장관을 비롯해 청와대 수석비서관, 대통령 직속기구 기관장 등 대한민국 권력자 50인의 출생지를 따로 살폈다. 입법부는 국민으로부터 직접 선출되고, 사법부는 대통령 임명권으로부터 독립적인 지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외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권력자 50명 중 영남권 출생은 20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를 PK 지역으로 한정해도 수도권 출생자 15명과 동률을 이룰 정도로 편중돼 있었다. 그에 반해 집권여당에 높은 지지를 보내는 대구·경북(TK) 지역 출생자는 총 5명이었는데, 특히 대구 출신은 박근혜 대통령을 제외하면 없었다.
PK 출신은 현재가 아닌 미래 권력마저 예고하는 상황. 지난 26일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에서 발표한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1위부터 5위를 차지한 정몽준·문재인·박원순·안철수·김무성 모두 PK 출신이다.
상황이 이렇자 TK 출신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그렇게 밀어줬더니, 고작 이거냐”는 질투 섞인 불만도 들린다. TK 출신이 현 정권 들어 PK 출신에 확연히 뒤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충청권과 비교해서도 차츰 열세를 보이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실제 대전을 포함한 충청권은 TK 지역과 인구수가 엇비슷하지만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 현오석 경제부총리, 조원동 경제수석 등 9명을 배출했다.
TK 출신의 한 새누리당 관계자는 “이번 정권 공공기관장 인선 과정에서도 TK 출신은 능력이 있음에도 낙방하는 등 손해를 많이 봤다”며 “친박계 핵심이 아닌 권영진 전 의원이 대구시장 후보로 결정되고, 야당인 김부겸 후보가 대구에서 선전하는 것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생각하면 안 된다”라고 전했다.
다만 각 행정부 장관의 경우 수도권 출신이 17명 중 8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TK 지역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 이동필 농림축산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4명을 배출했다. 사실상 서울과 TK 출신이 각 행정부 장을 맡고 있는 셈이다.
현 정권의 지역 편중 문제는 집권여당 내부에서도 점차 우려가 커지는 중이다. 최근 박근혜 대통령은 정부조직개편 과정에서 인사혁신처를 신설해 개선을 약속하고 있지만 조직개편보다 인적개편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여기에 새정치연합 측은 안대희 총리 후보자 검증 실패를 이유로 김기춘 비서실장 퇴진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특정 지역의 권력독점이 깨어지려면 ‘우리가 남이가’ 정신부터 깨야 한다는 것이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