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대의 살인 피의자 유영철의 변론은 과연 누가 맡게 될까. 유씨 사건으로 사형폐지 운동에 일대 고비를 맞은 한국사형폐지운동협의회(협의회)가 유씨의 변론을 맡겠다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1일 협의회 소속 차형근 변호사(45)가 유씨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경찰청 기동수사대를 방문해 이 같은 뜻을 전하고 유씨 면회를 신청했다. 그러나 면회는 불발로 끝났다. 유씨가 만남을 거부했기 때문.
기동수사대의 한 관계자는 “유씨에게 차 변호사의 뜻을 전했지만 일언지하에 거절하더라. 유씨는 자신이 사형을 피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변론도 포기한 상태다. 변호사를 만나고 싶지도 않다고 했다”고 전했다.
차 변호사는 “지난 10년 이상을 사형제 폐지를 위해 활동했다. 사회적 분위기도 사형제 폐지 찬성 쪽으로 많이 기울었고 입법화를 눈앞에 두고 있는 마당에 하필이면 유씨 사건이 발생해 10년 공부가 무산될 상황에 놓였다”며 이번 유씨의 사건으로 사형제 존치 주장이 강하게 대두된 것에 못내 아쉬워했다.
협의회 회장인 이상혁 변호사(69)는 “우리가 열린우리당 유인태 의원이 제출한 사형제 폐지 법안의 초안을 만드는 데 많은 도움을 줬다. 이번 사건으로 여론은 불리하겠지만 사형제 폐지는 세계적 대세다.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 변호사는 지난 75년 17명을 살해한 혐의로 붙잡힌 김대두의 국선변호인을 맡으면서 사형제도의 비인간성을 절실히 느낀 것을 계기로 30년 이상 사형제 폐지 운동에 앞장서 왔다. 그는 “유씨가 변론을 거부하더라도 어차피 국선변호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면서 유씨 사건에 대한 협의회측 입장을 밝혔다. 현행 형사소송법에는 사형, 무기 또는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사건에 관해서는 반드시 변호인을 선임하게 되어 있다.
차 변호사는 “우선 유씨 가족의 위임장이 있어야 유씨를 접견할 수 있는데 가족의 행방을 몰라 애를 먹고 있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되면 검사와 접촉해서라도 유씨의 변론을 맡도록 힘쓰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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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기사 ( 2024.12.10 12: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