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극적으로 미해결된 사안을 밝혀내기 어렵다는 데서 오는 불안감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그를 법정으로 이끌어내기 위한 묘수 찾기에 시간을 허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재판에 나오지 않는 것은 유씨의 사례가 처음은 아니다. 과거 시국 사건 등에 연루된 대학생 신분 피고인들이 재판 출정을 거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러나 일반 형사사건에선 거의 일어나지 않는 일이기 때문에 재판 진행 절차상의 혼선이 적잖이 빚어지고 있다.
특히 자주 쓰이지 않는 법률이나 규정을 적용해야 하는 탓에 재판부, 검찰, 변호인들뿐만 아니라 구치소측도 법률책과 규정집을 수시로 꺼내 참조하는 해프닝이 연출되고 있다. 황찬현 부장판사조차도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1년에 한두 번 쓸까 말까 한 규정이 동원되고 있어 애로점이 많다”는 어려움을 토로했을 정도다.
그 중에서도 피고인을 강제로 출석시키는 인치(引致) 규정 적용을 놓고 말이 많다. 현행 형사소송법 277조 2항(피고인의 출석 거부에 따른 공판 절차)에는 피고인의 출석 없이는 개정이 불가능한 공판에서 피고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출석을 거부하고, 교도 관리에 의해 인치가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피고인 출석 없이 공판을 진행할 수 있게끔 돼 있다.
그러나 교도 규칙에 피고인 강제 출정 등에 관한 사항이 전무한 탓에 교도소측은 ‘재판에 나오지 않겠다’는 유씨의 의사만 확인, 재판부에 통보하는 조치만 취하고 있다. 실제 법 자체는 지난 95년 12월19일 제정됐음에도 불구, 아직까지 재판 출정을 의도적으로 거부하는 피고인을 강제로 인치하는 구치소 내부 규정은 전혀 없다는 얘기다. 구치소측은 ‘지금까지 관례상 피고인의 출정 거부 의사를 담당 재판부에 통보해서 재판부의 결정에 따르게 된다’고만 밝히고 있다.
상황이 복잡하게 전개되면서 검찰 측과 변호인도 ‘유영철 모시기’를 위해 진땀을 흘리고 있다. 물론 규정대로라면 피고인 없이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보통 사건과는 차원이 다르다는 점에서 그들은 유씨를 법정으로 이끌어내기 위해 수없이 법전 혹은 규정집과 씨름할 처지에 놓인 것이다.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