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 ‘라인’ 타고 갑자기 ‘툭’…!
2005년 4월 49회 신문의 날 기념행사에 함께 참석한 박근혜 대표와 문창극 신문방송편집인협회장이 케이크를 자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매일경제
사실 문 후보자는 총리 지명 발표 직전까지만 해도 전혀 거론되지 않았던 깜짝 인사다. 문 후보자는 언론과 정치권 하마평에도 전혀 오르내리지 않았다. 인선 절차 막판 충청권 인사로 압축되는 과정에 후보로 급부상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선 김기춘 실장이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 시절 문 후보자가 이사였었던 ‘인연’을 발탁 이유로 꼽기도 한다. 그러나 여권 핵심부 주변에선 문 후보자 고등학교 인맥이 천거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문 후보자는 현 정부에서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는 평을 듣는 서울고(19회) 출신이다. 국방부 장관에서 청와대로 옮긴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이 대표적인 현 정권 서울고 인맥이다. 장관은 5명이나 배출했다. 서남수 교육부(23회), 문형표 보건복지부, 방하남 고용노동부, 서승환 국토해양부,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상 27회)이 서울고를 졸업했다. 김용준 초대 총리 후보자 역시 낙마하긴 했지만 서울고를 나왔다.
정치권에선 정권 출범 초기부터 서울고 출신들이 중용됐던 배경을 박 대통령 최측근들에게서 찾고 있다.
박 대통령과 오래전부터 인연이 있는 고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원로 모임인 ‘7인회’에 속한 안병훈 도서출판 기파랑 대표(전 <조선일보> 사장)가 서울고 출신이다. 또 ‘문고리 권력’으로 통하는 보좌관 중 한 명도 서울고를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이 박 대통령 ‘인재풀’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세월호 몰살에 분노하는 노동자행동’ 회원들이 지난 13일 정부청사 창성동 별관 앞에서 문창극 총리후보 지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구윤성 기자 kysplanet@ilyo.co.kr
문 후보자 역시 위에서 언급된 서울고 출신 박 대통령 측근 중 한 명이 강력 추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총리 인선에서 충청권 인사들 여러 명이 후보군으로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문 후보자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 “그런데 막판에 갑자기 문 후보자가 치고 들어왔다. 누군가 추천한 것인데, 문 후보자와 학연으로 얽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창극 총리 지명 배경의 또 다른 축으로 ‘서울고 정론회’도 주목받고 있다. 문 후보자가 속한 서울고 정론회는 지금까지 우리 사회에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인맥이자 모임이다. 하지만 언론계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해당 모임이 이번 인사에 적잖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서울고 정론회에는 이원창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사장(전 <경향신문> 논설위원), 이성준 전 청와대 언론특보(전 <한국일보> 부사장), 앞서 언급한 안병훈 대표 등 유력 언론인 출신 인사들이 속해있다.
한 언론계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의 언론계를 양분하고 있는 모임은 영남의 ‘경언회(경북대 출신 언론인 모임)’와 호남의 ‘전언회(전주고 출신 언론인 모임)’다. 여기에 ‘서울고 정론회’는 외부에 잘 알져지지 않았지만, 앞선 양대 모임에 못지않은 영향력과 조직력을 갖췄다”며 “이번 문 후보자 인선에 분명 이 서울고 정론회 인맥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곤혹스러운 청와대 ‘반박 칼럼’ 미리 알았다면… ‘문창극 쇼크’로 청와대가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문 후보자의 과거 칼럼과 강연 등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인데, 청와대가 이에 대해 검증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난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정무 관계자 역시 “안대희 전 후보자 낙마 후 시간이 촉박했다. 언제 다 그것(칼럼 등)을 볼 수 있었겠느냐”고 되물었다. 사실상 부실 검증을 시인한 셈이다. 그런데 여권 내부에서는 문 후보자 칼럼에서 드러난 정치적 성향을 조금 더 꼼꼼히 살펴봤더라면 과연 총리에 지명했을지에 대해 자책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문 후보자가 박근혜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우는 듯한 글을 여러 차례 썼기 때문이다. 앞서의 청와대 정무 관계자도 “문 후보자가 그런 글을 썼는지 몰랐다. 박근혜 정부 총리로는 맞지 않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문 후보자는 이명박 정부 당시 박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2011년 5월 31일자 칼럼에서 박 대통령에 대해 “그녀는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자세히 설명하지도,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하지도 않는다. 그저 몇 마디 하면 주변의 참모가 이를 해석하고, 언론은 그것을 대서특필 한다”면서 “자유인인 지금도 이럴진대 만약 실제 권력의 자리에 들어서면 어떻게 될까. 국민의 대표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그녀 스스로가 휘장 속에서 걸어 나와야 한다”고 충고했다. 문 후보자는 박 대통령이 세종시 이전 뜻을 굽히지 않는 것을 놓고서도 쓴소리를 한 적이 있다. 문 후보자는 2009년 11월 11일자 <중앙일보> 칼럼에서 “대통령(이명박) 말을 더 믿을 것인가, 아니면 후보(박근혜)의 말을 더 믿을 것인가”라며 “인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사람과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 중에 누구를 더 신뢰할 것인가”라며 이 전 대통령 손을 들어줬다. [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