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강동의 ‘노른자위’로 롯데가 재건축중인 암사동 강동시영아파트 1단지 전경.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아직 구체적인 내사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검찰은 조만간 임승남 전 롯데건설 사장을 소환 조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사장은 신격호 그룹 회장의 최측근 가운데 한 명으로 롯데 계열사에서 25년 동안 사장을 역임, ‘직업이 사장’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인물이다. 그랬던 그가 검찰의 내사 대상에 오르면서, 향후 검찰의 칼날이 그룹 전체로 향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검찰과 재계 일각에선 “롯데그룹의 몇몇 최고위층 인사가 개인 재산 형성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켰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특히 검찰은 일부 롯데그룹 고위인사의 개인 비리 의혹과 관련된 첩보를 입수한 것으로 전해져, 검찰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는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과정에서 재건축조합장과 롯데건설 사이에 금품이 오고간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조만간 검찰은 롯데건설 사장이었던 임승남 롯데호텔 상임고문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라고 한다.
롯데건설은 지난 2000년 9월 강동시영 1단지 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다. 당시 시공사 선정 총회에서 롯데건설은 투표에 참가한 2천5백89명의 조합원 가운데 1천4백38명(55.5%)의 찬성표를 받았고, 현대·대림 컨소시엄은 9백94표를 얻는데 그쳤다. 이렇게 해서 롯데가 ‘강동의 노른자위’로 불리는 강동시영 아파트 재건축사업의 시공권을 따낸 것이다. 현재 25~60평 아파트 3천4백14가구 건설 공사가 한창이다.
롯데건설은 2002년 하반기에 착공, 내년 2월에 4백여 가구를 일반 분양할 예정이다.
검찰의 한 고위관계자는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 비리사건 수사는 재건축조합장에 대한 구속 영장이 (법원에 의해) 기각됐다. 하지만 이후에 새로이 소명자료를 찾는 중이다”며 “시공사인 롯데건설 임승남 전 사장을 금명간 불러 조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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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조합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된 것에 대해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검찰이 제보자의 진술에 의존해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된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할 당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검찰은 법원에 ‘확실한 증거’를 제시하기 위해 소명자료를 확보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지난 9월 말 롯데건설 사장에서 물러난 후 롯데호텔 상임고문으로 있는 임승남 전 사장을 소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임 전 사장은 롯데그룹 성장의 산 증인이기도 하다. 이런 까닭에 이번 검찰 내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 임승남 전 롯데건설 사장(왼쪽)과 잠원동 롯데건설 본사 전경. | ||
그랬던 그가 지난 9월 말 갑작스럽게 롯데호텔 상임고문으로 자리를 옮기자 롯데그룹 안팎에서는 사실상 ‘퇴진’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
그러면서 그의 ‘퇴진’ 배경을 놓고 롯데그룹과 재계 안팎에서는 갖가지 소문이 나돌았다. 일각에선 오너 경영진과 불화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왔다. 그런데 무엇보다도 임 전 사장이 개인 재산 형성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다는 의혹이 불거졌고, 이후 신격호 회장이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됐다는 것. 이에 그룹 차원에서 인사 조치를 했다는 관측이 흘러나왔다.
하지만 롯데그룹의 한 고위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임 전 사장은 본인의 건강문제로 사장직에서 물러나려고 했었다”며 “게다가 법원에서 대선자금 수사와 관련해 집행유예를 받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CEO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물러난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임 전 사장은 지난 7월 불법 대선 자금 제공과 관련해 비자금 조성 및 법인세 포탈 혐의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그런데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대표이사직을 맡을 수 없도록 돼 있다. 이런 법적 규정에 따라 임 전 사장이 물러났다는 게 그룹 고위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럼에도 법원 판결이 난 지 두 달 넘게 사장 자리에 있다가 갑자기 지난 추석 연휴에 사표를 냈다는 점에서 자발적 퇴진이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임 전 사장이 신격호 회장과 돈독한 친분을 유지해온 데다, 그동안 쌓아온 공로를 인정해서인지 롯데측이 별도의 (검찰 등에) 고발 조치를 하지는 않았다”며 “그 대신 롯데건설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으려 했던 것 같다”고 관측했다.
한편 재계와 검찰 일각에서는 임 전 사장 이외에도 그룹 최고위층인 A씨도 재산 형성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을 저질렀고, 이 같은 사실이 뒤늦게 발각돼 신격호 회장이 격분했다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하지만 A씨에 대해선 별다른 인사조치를 하지 않았다. 임 전 사장보다 ‘불미스러운 정도’가 약했기 때문이었다는 관측이다. 다만 국내 경영에서 한 발 물러나게 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었다는 얘기가 그룹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검찰은 지난 불법대선자금 수사 당시 다른 대기업과 함께 롯데그룹에 대한 수사를 벌이면서 임 전 사장과 A씨 등이 재산 형성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포착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불법대선자금 수사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어 본격적인 내사를 연기했다는 것. 그러다가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사업 비리 사건이 벌어지면서 임 전 사장이 검찰의 소환 조사를 앞두고 있는 상태다.
과연 검찰 수사가 강동시영아파트 재건축조합 비리사건 수사에 머물 것인가. 아니면 재계 전체를 또 한 번 들썩이게 만들 것인지는 좀더 두고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