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칠수록 짭짤” 멀쩡한 몸을 칼과 망치로…
보험금을 타기 위해 자신들의 신체를 훼손한 일당이 검거됐다. 이들 중 상당수는 심각한 후유증을 앓고 있었다. 사진은 특정기사와 관련 없음.
‘돈맛’을 본 김 씨 남매는 주변 사람들을 끌어들였다. 믿을 만한 지인들에게 “크게 다치지 않고 억대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고 설득했다. 신체 훼손에 가담한 이들에게 보험금의 70%를 약속했다. 나머지 30%는 남매가 수수료로 챙겼다. 삼남매는 범죄에서도 손발이 착착 맞았다. 맏이 김 씨는 사람들을 모집해 적게는 5개, 많게는 10개의 상해보험을 가입시켰다.
보험사들은 중복가입을 확인하는 시스템이 있었지만 김 씨의 치밀함 앞에는 무용지물이었다. 보험 가입 직후 사고가 나면 보험사의 의심을 살 것을 우려해 몇 개월의 간격을 두고 일을 저질렀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 어느 부위를 다쳤다고 꾸밀 것인지를 고민하는 것도 김 씨의 몫이었다. 자작극의 ‘총감독’을 맡은 셈이었다.
또 완전범죄에 필요한 ‘전문가’들도 포섭했다. 김 씨는 평소 알던 정형외과 의사를 찾아가 “수술비를 두둑하게 챙겨줄 테니 가짜 수술을 해 달라”고 제안했다. 그의 설득에 넘어간 경기도의 K정형외과 김 아무개 원장(44)은 허위진단서를 발급해주고 멀쩡한 허리를 수술시켜줬다. 김 원장은 그 대가로 치료비와 수술비와 함께 웃돈을 챙겼다. 법적인 조언을 해줄 만한 사람도 필요했다. 변호사 사무장 양 아무개 씨(54)는 일당의 ‘고문’ 역할을 맡았다. 양 씨는 자신의 전문지식을 이용해 의심을 사지 않고 보험금을 타내는 비법을 전수했다. 또한 보험금을 탈 때 필요한 각종 서류작업을 해주고 이를 명목으로 돈을 챙겼다.
‘골절 기술자’를 맡은 둘째 여동생의 기술은 남달랐다. 망치 등의 연장을 사용해 부위에 따라 골절을 시키거나 뼈에 금만 가게 했다.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남의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내리쳤다. 오빠와 막내가 손쉽게 보험금을 타내는 것을 보고 첫째 여동생(48)도 기꺼이 동생에게 코와 얼굴을 내줬다. 망치로 코를 부러뜨리고, 이마는 칼로 그었다. 멀쩡한 허리도 수술했다. 보험사에 둘러댈 변명은 많았다. 일을 하다가 다쳤다고 하면 그만이었다. 첫째 여동생의 몸을 망가뜨려 벌어들인 보험금은 5억여 원에 달했다.
보험사기를 주제로 한 영화 <하면된다>의 한 장면.
둘째 여동생은 동거남도 범행에 끌어들였다. 김 씨는 2012년 애인 윤 아무개 씨(41)와 함께 ‘장비’들을 배낭에 넣고 산에 올랐다. 이번엔 산에서 낙상사고로 인한 부상을 꾸며낼 계획이었다. 김 씨는 깊은 산속에서 배낭에 있던 망치와 칼을 꺼내들었다. 이어 윤 씨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칼로 서로의 이마, 뺨 등에 10cm 길이의 상처를 냈다. 몸에 흙이나 낙엽 따위를 묻히고 “산에서 굴렀다. 도와달라”며 119에 전화해 구조요청을 했다. 보험회사의 의심을 사지 않으려 신고 기록을 남긴 것이다. 김 씨와 윤 씨는 응급실로 옮겨져 처치를 받고 치료와 진단서 발급은 K 정형외과에 맡겼다. 완벽한 자작극으로 벌어들인 두 사람의 수입은 4억 3000만 원에 달했다.
이들은 사촌 2명과 친구들 등 믿을 만한 사람들은 모두 끌어들였다. 누군가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부러뜨리고, 누군가는 칼로 얼굴에 큰 상처를 냈다. 또 멀쩡한 허리에 나사를 박는 척추고정수술을 했다. 상처는 크게 날수록 좋았다. 장애판정을 받으면 보험금을 수천만 원을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큰돈을 벌긴 했지만 그 대가는 컸다. 신체 훼손에 가담한 9명 중 8명이 허리수술을 받아 제대로 앉지도 못하는 등 일상생활이 힘들어졌다. 또 처치가 잘못돼 손가락을 절단한 이도 있었다. 얼굴엔 모두 큰 칼자국이 흉터로 남았다. 이렇게 타낸 보험금으로 생활자금을 마련한 이도 있고, 빚을 갚은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후유장애로 인해 다시 병원 신세를 지며 치료비에 큰돈을 썼다.
2008년에서 2012년 사이 이들은 총 12건의 범행을 통해 30억 4400만 원을 받았다. 조력자들에게 70%를 떼어 줬다고 해도 김 씨 남매는 5년간 10억 원 가까운 수익을 벌어들인 셈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은 벌어들인 돈으로 호화생활은 누리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범행에 가담한 사람들 중 일가친척이 많았기에 30%의 수수료를 ‘칼같이’ 받진 못 했기 때문이다. 이들의 장기간 범행은 정부합동 보험범죄전담대책반의 정기 감찰을 통해 덜미를 잡혔다. 김 씨 3남매뿐 아니라 범행에 가담한 가족들과 지인 등 7명이 구속되고 8명이 불구속 입건됐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보험사기 천태만상 신생아 입원시켜 2천만 원 ‘꿀꺽’ 보험사기는 다른 범죄들보다 더 손쉽게 큰돈을 얻을 수 있다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때문에 해마다 보험사기 규모는 조금씩 늘고 있는 추세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3년 한 해 동안 보험사기로 적발된 액수는 5190억 원이다. 2012년(4500억 원 규모)에 비해 15%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특히 보험금을 목적으로 살해하거나, 남을 다치게 하는 등의 강력범죄가 연관된 건수도 점점 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살인, 상해사건으로 인한 보험사기는 2012년 79억 원 규모였으나 지난해에는 24% 증가한 98억 원 규모가 적발됐다. 적발된 건수만큼 범행 방법도 기상천외해졌다. 지난해 말에는 신생아까지 동원해 보험금을 타낸 일당도 붙잡혔다. 이들은 미혼모에게 출산비용을 대가로 아기를 요구했다. 미혼모가 출산을 하자 아기를 데려와 보험사 16곳에 각종 보험을 가입했다. 이어 장염, 기관지염 등의 명목으로 아기를 입원시켜 총 2400만 원의 보험금을 타냈다. 자신이 사망한 것으로 속여 보험금을 타내려 한 경우도 있었다. 김 아무개 씨(58)는 보험금 12억 원을 받아내려 바다낚시를 나갔다가 실종된 것처럼 꾸민 뒤 119에 신고했다. 김 씨의 아들은 실종선고는 실종 시점부터 5년이 지난 뒤 내려진다는 점을 모르고 보험금을 청구했다가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가장 흔한 보험금을 타내는 수법으로는 ‘골절치기’가 있다. 지난해 12월에는 골절치기로 보험금 15억 원을 타낸 일당이 구속됐다. 이들은 총 22명의 손가락, 발가락 등을 부러뜨려 산업재해를 당한 것처럼 꾸며 보험금을 탈 수 있도록 도와주고 건당 1000만~2000만 원씩 수수료를 챙겼다. 전문가가 개입된 보험사기도 꾸준히 늘고 있다. 지난해에는 사무장 운영 병원에서 의사와 브로커 등이 공모해 가짜 환자를 유치하고 허위진단서를 발급해 보험금을 타낸 사건이 있었다. 이 병원은 진료가 아닌 숙식을 제공하는 곳으로 사실상 모텔에 가까운 곳이었다. 사무장과 의사 등 17명은 가짜환자 705명을 유치해 3억 5000만 원을 부당 수령했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