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사퇴 요구 물밑조율 없었다”
서청원 의원이 19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7·14 전당대회 대표 경선 출마를 공식 선언하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에 대한 사실상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문 후보자의 언행에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았다. 하루빨리 스스로 처신을 결정하는 것이 세월호 사고로 어려움에 빠진 정국에서 국민감정을 더 악화시키지 않는 길이라고 판단했다.”
―청와대나 당 지도부와 이견 조율 과정이 있었던 것인가. 아니면 독자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었나.
“사실 진작부터 하려고 했는데 ‘인기성 발언이 아니냐’는 소리를 들을까봐 고민이 많았다. 지금 당장은 청와대나 당 지도부에서 서운할 수 있겠지만,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 옳은 길이라면 가야 하지 않겠나. 문 후보자에게는 인간적으로 미안하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냈고, 언론인으로서 훌륭한 분이다.”
―지난 2002년 이어 또다시 당대표에 도전하게 된 까닭은 무엇인가.
“수많은 선·후배들이 ‘당신이 다시 한 번 당을 맡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돕고 정권재창출의 초석을 놓아야 하는 것 아니냐’고 주문하셨다. 내가 참 정치를 오래 했다. 여야를 통틀어 최다선(7선) 의원이다. 대변인, 정무장관, 원내총무, 사무총장 등 중책을 두루 거쳤다. 한나라당 대표도 지냈고, 친박연대의 대표도 지냈다. 더 무슨 자리가 탐이 나겠나. 당대표 한 번 더 한다고 해서 내게 얼마나 큰 영광이겠나. 오로지 위기에 처한 당을 변화시키고 혁신하기 위해선 한 점 사심 없이 헌신할 이 서청원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
“대통령에 대해 일방적으로 목소리만 높인다고 대통령을 설득하고 청와대를 바꿀 수 있나. 상대방과의 진지한 신뢰관계가 없으면 결국 갈등과 분열을 조장하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당청관계가 파열음을 빚으면 모두가 공멸한다. 말이야 쉽고, 누구든지 할 수 있다. 그러나 진정으로 변화와 혁신을 이뤄내는 것은 쉽지 않다. 상대방 체면을 살려주면서 정성을 다해 설득하는 노력과 열정이 필요하다.”
‘원조 친박’ 서청원 의원이 지난 10일 국회 헌정기념관 토론회에서 ‘친이계 좌장’ 이재오 의원과 손을 잡고 만세를 부르는 모습. 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전대 출마를 앞두고 주최한 토론회에서 ‘여의도 정치의 복원’을 약속했다. 좀 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방안을 준비 중이라면 소개해 달라.
“당이 정부를 이끌어 가려면 당대표가 소통창구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표가 되면 대통령 면담을 정례화하고 수시로 필요한 말을 할 것이다. 비단 당청관계뿐 아니라 당내 계파 간 갈등도 조율해낼 수 있어야 한다. 이제 친박 비박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고 본다. 변화와 혁신에 대한 주장은 무성하지만, 메아리 없는 일방적 주장으로 당·정·청 관계를 바꿀 수 없다.”
―이번 전대에서 상도동계 후배인 김무성 의원과 맞붙게 됐다. 직속 후배 정치인과의 대결에 부담감은 없나.
“김무성 의원과는 30년 넘게 우정을 나눈 동지다. 화통하고 포용력 있고 장점이 많다. 형님이 먼저 되든지, 아우가 먼저 되든지 아름답게 선의의 경쟁을 하면 좋겠다. 어차피 당을 위해 손잡고 함께 가야 할, 한 식구 아닌가.”
―김무성 의원은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서청원 의원은 10년 전 당대표를 하셨던 분”이라며 이번 전당대회를 ‘과거와 미래의 대결’로 규정하고 있다.
“그건 나중에 김 의원 측이 해명 했더라.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로운 미래를 열어가자는 뜻이라고. 자신도 오래 정치를 해서 과거와 분리될 수 없다. 사실 30여 년 회한도 많고 반성할 점도 많다. 하지만 마지막 기회를 주신 국민에게 나도 보답해야 하지 않겠나.”
여의도 대하빌딩 외벽에 걸려 있는 서청원·김무성 의원의 현수막. 이곳엔 양측 선거캠프가 입주해 있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최근 일부 언론에서 보도된 차기 새누리당 대표 적합도 조사를 보면 김 의원이 다소 앞서는 것으로 나온다.
“자고 일어나면 쏟아지는 게 여론조사다. 그때마다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내가 상승세라는 점만 밝히겠다. 지금 당심은 이런 비상시국에 누가 당을 이끌 적임자인지에 집중하고 있다. 결국 민심도 마찬가지 아닐까 싶다.”
―이번 6·4 지방선거 결과를 어떻게 평가하겠나. 새누리당은 서 의원 고향인 충청권에서 광역단체장을 배출하지 못했고, 지금 지역구인 경기도는 기초단체장 숫자에서 뒤졌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들은 참 현명하셨다. 여야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협력해서 대한민국을 개조하라고 명령하셨다. 민심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던 충청권이나 경기도의 결과도 절묘했다고 본다. 전체적으로 우리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가 지난 대선 때보다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그 민심을 더 정확하게 파악해 신뢰를 다시 찾을 필요가 있다.”
―새누리당 지지기반인 영남권은 수년째 동남권 신공항 유치 문제를 놓고 대립 중이다. 당대표가 된다면 이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겠나.
“이 문제로 더는 대립과 갈등이 계속되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치권이 앞장서 지역 이기주의를 부추기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지역 여론도 중요하고, 국가발전비전이라는 중장기적 차원에서도 잘 검토해야 옳다. 난제이기에 더 숙고하고 고민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문창극 국무총리 지명 이후 박 대통령 지지율이 계속 하락세다. 차기 당권주자로서 지금 꼭 해야 할 말이 있을 것 같다.
“세월호 참사가 우리 대한민국이 진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전기로 승화되어야 한다. 대통령이 당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 국가개조라는 시대적 과제의 초석을 놓는 지도자가 될 것으로 본다. 나 서청원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한 바 있다. 이제 성공한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헌신할 각오가 됐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