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리’ 서청원 VS ‘미래’ 김무성
지난해 10월 화성갑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서청원 의원이 김무성 의원과 인사하는 모습. 김 의원은 서 의원과 당권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이종현 기자
지금 정치권 눈과 귀는 ‘여의도 최고의 명당’인 대하빌딩에 쏠려 있다. 지난 1997년 김대중, 2012년 박근혜 대통령 대선캠프가 있었던 이곳 2층에는 김무성 의원, 7층엔 서청원 의원, 8층 홍문종 의원, 그리고 9층에 이인제 의원 선거캠프가 입주해 있다.
건물 외벽에는 양강 구도를 형성한 김무성-서청원 의원의 현수막이 눈에 띈다. 현수막 글귀로 김무성 의원은 ‘과거냐! 미래냐!’로, 서청원 의원은 ‘의리의 서청원’으로 결정했다. 김무성 의원이 “과거와 결별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면, 서청원 의원은 “의리와 화합을 통해 여의도 정치를 복원하자”고 힘주어 말한다. 두 사람의 공통분모는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이다.
초반 평가는 분분하다. 특히 지난 18일 열린 새누리당 경기도당위원장 경선 결과가 ‘아찔’했다. 새누리당 경기도당 대의원 900여 명이 참여한 경선에서 서 의원과 가까운 함진규 의원이 453표, 김 의원과 가까운 김학용 의원은 447표를 얻어 두 의원 간 표차가 6표에 불과했다. 기존의 ‘친박 대 비박’ 문법으로는 함 의원이 여유 있게 앞서야 했으나, 실상은 예측불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 셈이다.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의 한 인사는 “여론조사에서는 김 의원이, 당심에서는 서 의원이 앞선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 아니겠느냐”며 “주목할 점은 서 의원이 지나치게 여의도 정치권 의리를 강조한다는 것이다. 이게 현역 및 당협위원장 세 대결을 의미하는 방식이라 신선하지는 않다. 서 의원 측에서 이번 전당대회를 2002년 한나라당 때처럼 생각하고 준비한다면 오산”이라고 전했다.
반면 또 다른 새누리당 당직자는 “친박계 주류에서는 김무성 의원이 당대표를 맡을 경우 현 정권 레임덕이 앞당겨질 것이라는 공감대가 폭넓게 형성돼 있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는 측면에서도 차기 대권에 나갈 일이 없는 서 의원이 안정감을 준다”며 “다만 이번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나 경기도당위원장 경선에서 알 수 있듯이 친박계 결집력이 많이 떨어졌다는 점을 잘 봐야 한다. 당원들이 현역이나 당협위원장 구령에 맞춰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질지 잘 모르겠다”라고 내다봤다.
한편 두 의원 측은 겉으로 “과거와 미래의 대결”, “갈등이냐 화합이냐” 등의 프레임 경쟁을 벌이고 있지만, 한 꺼풀 벗겨내면 결국 ‘친박계와 친이계의 대결’이라는 공식이 고스란히 적용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이는 각 캠프의 조직만 살펴봐도 계산이 나온다. 서청원 의원은 캠프 공동선대위원장·본부장으로 박성범 유용태 이사철 전 의원을 중용해 계파 파괴를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노철래 이우현 김태환 이헌재 정우택 등 친박계 현역 의원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다. 1인 2표제에 따른 러닝메이트로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이 거론된다는 점에서도 서 의원 측은 ‘친박계 결집+친이계 포섭’ 전략을 구사한다.
친박계 좌장에서 어느덧 비주류 맏형 역할을 자처하는 김무성 의원은 시작부터 친이계 표심을 공략하고 나섰다. 김 의원은 선대본부장에 이명박 정부 당시 국회 사무총장을 맡은 권오을 전 의원을 임명했고, 한나라당 대변인 출신의 안형환 전 의원이 캠프를 총괄하면서 비서실장 겸 메시지본부장 역할을 맡고 있다. 공보단장은 친이계인 배용수 전 국회도서관장이 맡았고, 김문수 경기지사 측근인 허숭 전 경기도 대변인과 문혜정 전 김황식 서울시장 캠프 대변인도 합류했다. 러닝메이트 역시 친이계인 김영우 의원이 거론되고,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과도 가깝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흩어진 친이계 표심을 얼마나 확보하느냐가 관심사로 떠올랐다. 친이계 좌장으로 통하는 이재오 의원 행보는 오리무중이다. 이 의원은 서청원 의원과 50년지기 대학 동문으로 가깝게 지내고 있지만 정작 측근인 안병용 전 은평갑 당협위원장은 김무성 의원 캠프 조직특보로 갔다.
함께 전대를 뛰는 경남지사 출신 김태호 의원의 몸값도 상승 중이다. 최근 서 의원은 김태호 의원이 주최한 경남지역 의원 오찬 모임에 불쑥 나타나 “1표는 김태호 의원을, 다른 1표는 나에게 달라”며 지지를 호소해 당시 참석자들이 무척 난감해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가 하면 김 의원은 지난 3월께 김태호 의원을 비롯한 경남지역 의원들과 골프 회동을 통해 일찍부터 세 규합에 나섰다.
막바지 핵심 변수로는 1만 명 규모로 모집 중인 청년 선거인단 확보와 ‘박심’, 즉 박근혜 대통령 의중에 있다. 현재 서청원 김무성 두 의원 모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지명 건을 제외하고는 박 대통령과의 날 세우기를 극도로 자제하고 있다.
새누리당 한 재선 의원은 “어느 누가 당대표가 되어도 결국 박 대통령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현재 추세로는 서 의원이 다소 유리하지 않나 싶지만, 최근 박근혜 대통령 인기가 계속 하락 추세라 그 대안 성격으로 김 의원 쪽으로 표가 쏠릴 가능성도 있다”라고 분석했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