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 월드컵] 홍명보호 식단 살펴보니

한식이 ‘피로 회복제’

[일요신문] 홍명보호가 난적 러시아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주변의 우려를 일단 불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대표팀이 본 경기가 시작되고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역시 체력회복이다. 촘촘히 짜인 회복훈련은 기본. 역시 선수들의 피로 회복을 돕고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데는 좋은 먹을거리만 한 게 없다. 대표팀의 16강행이 음식에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코칭스태프도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김형채 조리장

대표팀 선수들이 가장 좋아하는 메뉴는 역시 ‘국민 먹거리’ 김치찌개다. 김치를 주재료로 만들어 먹는 음식이 경기 피로 회복 등을 돕는 데 가장 좋다고 한다. 김치찌개도 돼지고기, 참치 등 다양한 재료들을 넣어 매일 다른 맛을 낸다. 얼큰한 느낌은 원기 회복에도 그만이다.

김형채 국가대표팀 조리장(41)은 출국 전 미디어데이 행사 때 이에 대해 “김치찌개가 선수들에게 최고의 메뉴다. 국내가 아니다보니 더 좋아한다. 이 외에도 어묵 전골, 해물탕, 떡국 등 가볍게 먹을 수 있는 것도 좋아한다”라고 설명했다.

음식 준비에는 선수들의 신체 사이클까지 고려한다. 경기 하루 전과 당일에는 가벼운 음식을 내놓는다. 소화에 부담을 느끼지 않으면서 열량은 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음식들이다. 경기 후에는 빠른 회복을 위해 육류로 조리한 것을 주로 준비한다. 가장 중요한 것 하나는 절대로 생선회 등 날음식은 준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표팀이 이번에 준비한 식자재만 600~700㎏이나 된다고 한다. 김치와 건어물류는 한국에서 직접 가지고 가고 나머지 재료들은 현지에서 공수한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는 한국 교민이 5000명 이상 살아 식재료 공급에 문제가 없었다. 이번에도 상파울루에만 교민 5만 명이 살고 있어 ‘신토불이’ 식자재는 공급이 괜찮은 편이라고 한다. 

하지만 식자재 공급이 좋아도 어떻게 요리를 해서 선수들에게 내놓느냐가 더 중요한 일이다. 대표팀 조리장도 이 부분이 가장 신경 쓰인다. 매 끼니 걱정을 할 수밖에 없는 그에게는 이미 이력이 난 일이다. 김 조리장은 “매일 식단이 다르다. 하루라도 겹치는 메뉴가 없다”라며 같은 식자재로 전혀 다른 요리를 만들어 선수들이 질리지 않도록 하는 데 총력을 기울인다.

그리고 특정 선수가 좋아하는 요리가 있다고 해서 그것을 따로 해주거나 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모두가 함께 음식을 공유하기를 바라는 것이다. 같은 메뉴를 절대 내지 않는 것도 그런 의미다. 튀지 않으면서 조화를 이루는 음식들이 홍명보 감독이 원하는 ‘팀플레이’와 닮았다.

대표팀은 16강까지 식단을 준비했다고 한다. 그 이후의 메뉴는 만들지 않았다고 한다. 8강에 가면 조리장의 즉석메뉴가 발휘돼야 한다. 러시아전을 앞두고 김 조리장은 메인요리로 된장국을 준비했다고 한다. 비록 첫승은 아니었지만 ‘된장의 힘’으로 강적 러시아와 무승부를 이뤘다. 16강에 올라가면 어떤 음식이 선수들을 기다리고 있을까.

남장현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