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계방향으로) 이명박, 정몽준, 박근혜, 김근태 | ||
남성심리 전문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정혜신씨가 최근 각계 유명인사 16명의 성격을 비교·분석한 책 <사람 VS 사람>(개마고원)을 펴내 주목을 받고 있다. 책 내용 가운데 특히 화제가 되는 것은 김근태, 박근혜, 이명박, 정몽준 등 정가의 ‘대권 잠룡’ 4인에 대한 인물평. 정씨는 행동과 말투 등에서 그만의 독특한 사고방식과 성격을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이들의 내면을 분석했는데 극과 극의 평가를 내려 논란도 예상된다.
정씨가 첫 번째로 언급한 인물은 이명박 서울시장. 정씨는 글 첫머리에서 이 시장을 ‘여우’라고 표현하면서 이 시장이 매사에 치밀하고 꼼꼼한 인물이라는 호평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정씨는 청계천 복원 공사를 예로 들며 “이 시장이 치밀하지만, 행정과 경영에서의 결정과 행동도 상당히 빠르다”며 기존의 ‘불도저’라는 별명보다 ‘컴퓨터를 장착한 고속 불도저’라는 별명이 더 어울린다고 치켜세웠다.
이 같은 이 시장의 모습 뒤에는 강한 자신감이 버티고 있다는 게 정씨의 설명이다. “이 시장은 남들이 보는 ‘자기’도 자신이 보는 ‘자기’로 환치시킬 만큼 자신만만하다”고 전제한 정씨는 이 시장의 강한 자기 확신이 수많은 정치권의 공세와 반대 여론에 맞서면서도 쓰러지지 않은 힘이 된다고 분석했다.
또한 이러한 자신감은 실제 다양한 성공 경험으로 이어져 이 시장의 권위와 지위를 더욱 높이는 역할을 해오고 있으며, 누구든지 이 시장의 자신만만한 문제 해결 방식에 쉽게 이의를 제기하지 못하는 상황으로까지 연결되고 있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러나 정씨는 “과도한 자신감이 일부 부작용을 낳고 있다”며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 시장이 강한 자신감을 통해 어떤 상황에서도 자신의 경험을 살리는 재주를 지니긴 했지만 인간 개별성에 대한 인식은 한참 떨어진다는 것.
한 예로 이 시장이 청계천 복원 공사 등을 결정하고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험’을 잣대로 삼으면서 일처리에 대한 효율성을 높이려고 애를 썼지만 반면 복원 공사와 연관된 개개인에게 공사가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에 대한 보편적 인식을 파악하는 능력은 낙제점이었다는 얘기다.
특히 정씨는 “이 시장이 자신의 경험을 일에 투영하는 과정에서 경험의 본질을 남에게 공감시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남들로 하여금 자기의 과거 스토리에 깊이 공감해 주기를 바라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어떠한 일을 시작할 때 과거의 틀을 제쳐놓고 인간의 개별성에 먼저 주목하여 그 일의 의미를 엄밀하게 따져 봐야 하며 속도와 효율성의 문제는 그 다음”이라고 꼬집은 정씨는 이 시장에게 현재 가장 필요한 것은 ‘백미러’라고 충고했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에 대해서는 그의 독특한 현실 감각을 문제 삼고 ‘메스’를 들었다.
정씨가 바라본 정 회장은 대한민국 최고의 행운아이자 성공남의 전형이지만 현실 감각에서는 낙제점인 인물. 정씨는 정 회장을 느닷없고 독선적이며 감정적인 의사소통 방식의 소유자라고 표현하면서 그의 독특한 성격을 꼬집었다.
특히 정 회장의 인터뷰 능력에 대해선 청소년들이 자주 쓰는 ‘개념 없다’는 표현을 써가며 비판했다. 정씨는 “정 회장이 질문을 받으면 그 질문에 맞는 답변을 하는 게 아니라 그것을 자기 나름대로 받아들여서 판단을 탈색한 채 애초의 질문과 무관하게 대답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방송 등에서 정 회장이 ‘우리’라는 말을 자주 사용하는 부분을 짚으면서 “정 회장은 공적인 영역에서 애매모호하고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스타일이다”고 분석했다.
정씨는 “투명인간의 몸을 뚫고 물체가 통과하듯이 정 회장과 대화를 나누는 사람들은 자신의 말이 그에게 먹히지 않고 그냥 통과해가는 소통의 부재를 실감하게 된다”며 “객관성이 완전히 결여된 두루뭉술한 논리, 내 현실과 타자의 현실 정치를 인정하지 않고 남의 의견을 경청하지 못하는 문제 등을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충고했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특별한 아버지를 두었다는 관점에서 바라봤다. 특히 정씨는 “정신분석가 융이 기술한 ‘부성콤플렉스’가 마치 박 대표의 삶을 관찰하고 그대로 옮겨 적은 것이 아닌가라는 착각이 든다”며 박 대표가 박정희 전 대통령을 신화적 부성상으로 생각하는 부성콤플렉스 소유자라고 분석했다.
부성콤플렉스에 사로잡힌 여성들의 일반적인 특징처럼 박 대표 역시 극도의 자기 절제를 중요시하고, 개인적 삶을 떠나 외부 세상의 일에 투신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정씨는 “자신의 신화적 아버지를 사람들에게 강요하는 박 대표의 모습을 보는 것은 누구나 불편하다”며 “박 대표 자신의 역할과 자신이 내린 결정을 통해 정당한 검증과 평가를 받아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반면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선 예외적으로 후한 평가를 아끼지 않았다. 정씨는 김 장관이 70~80년대 당시 민주화운동을 주도하다 벌어진 일화들을 소개하면서 “잔혹한 고문 속에서도 자신이 아닌 뭇 사람의 요구를 모아 그걸 다시 하나의 희망으로 묶어내는 재주를 지닌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정씨는 “성격 면에서 다소 미련한 부분이 없지는 않지만 늘 고뇌하고 회의(懷疑)하기 때문에 ‘영혼을 지키면서’ 현실정치에 몸담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아는 인물”이라며 “아픔을 겪는 사람들에게 희망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사람”이라고 김 장관을 높이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