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보다 김대중, 이명박보다 박근혜
▲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집이 역대 대통령 자택 중 최고가를 기록했다. 뒤에 김대중 아태평화재단건물이 보인다. | ||
최근 각 언론 지면에는 재계 거물들의 이름과 돈이 자주 ‘매치’돼 등장한다. 액수로 환산하기 어려울 만큼의 돈을 굴리는 이들과 ‘그저’ 수십억원 정도(?)를 연결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재계 거물들의 이름 옆에 붙은 액수는 다름 아닌 이들이 살고 있는 집의 가격. 올해부터 주택의 부속토지와 지상 건물을 통합하여 ‘개별·공동 주택가격 산정 작업’을 진행해온 정부가 지난 4월30일 전국의 개별·공동 주택 약 1천2백58만호에 대한 가격을 발표하자 각 언론들이 이들의 집값을 보도한 것이다.
그렇다면 정계의 대표적인 거물인 전·현직 대통령과 차기 대권주자들이 살고 있는 집의 가격은 과연 얼마나 될까. 정부가 최초로 주택 가격 공시를 실시하면서 이들 집도 ‘공식 가격표’를 달게 됐는데….
<일요신문>이 국세청과 건설교통부, 각 지역자치단체 등에 확인한 결과, 전직 대통령 자택 중 김대중 대통령의 동교동 자택, 차기 대권주자들 중에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의 자택이 가장 가격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김대중 전 대통령의 동교동 178-1번지 자택의 개별주택공시지가는 14억원으로 산정됐다. 최근까지 정계에서 나돌았던 ‘45억원설’과는 큰 차이가 있고, 인근 부동산 업자들이 추정했던 25억원에도 못 미친 액수다. 그러나 고가 자재를 사용했고, 신축 집이라는 점이 고려돼 전직 대통령 자택 중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했다.
이희호 여사 명의로 총 1백73평 부지에 들어선 이 자택은 지상 1·2층, 지하 1층 등 총 바닥 평수를 합친 연면적이 1백99평으로 지난 2002년 건축됐다. 김 전 대통령은 이 집을 약 8억8천만원에 계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전 대통령이 지난 2003년 2월 대통령직에서 물러나면서 공직자윤리위원회에 신고한 자택 가격은 4억6천8백60만원이었다.
집값 랭킹 2위는 전두환 전 대통령 부부가 거주하는 연희동 집. 13억5천5백만원으로 평가됐다. 이 액수는 95-4, 95-5 두 필지의 집 두 채 가격을 합한 수치다.
▲ 전두환 연희동 자택 | ||
인접한 95-5번지 자택의 ‘정부 공인 가격’은 3억5백만원. 지난 87년 4월 전씨가 매입한 부동산으로 95평 대지에 2층 주택(연면적 75평)이 들어서 있다. 이 집은 전씨가 지난 96년 6월 법원으로부터 2천2백59억원을 추징당하면서 대지와 함께 국가에 가압류됐다. 그러나 지난 2003년 12월 처남인 이창석씨가 이 대지와 집을 법원 경매를 통해 매입해 여전히 전씨 집으로 사용되고 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지난 69년 봄 매입해 현재까지 살고 있는 상도동 7-6번지 집의 공시가격은 5억5천4백만원으로 평가됐다. 1백2평 규모의 부지에 세워진 이 집은 지난 97년 철근콘크리트 2층 주택으로 개축됐는데, 지상 1·2층과 지하, 옥탑 등을 합한 건물 연면적이 공교롭게도 대지 면적과 같은 1백2평이다.
노태우 대통령의 연희동 108-17번지 자택은 전직 대통령들의 집 가운데 가장 싼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에 공개된 공시가격은 김 전 대통령 자택보다 1백만원이 적은 5억5천3백만원. 2층 양옥인 이 집은 연면적이 1백5평으로 김 전 대통령의 상도동 자택보다 3평 크지만 가격에서는 오히려 한 발 밀렸다.
노 전 대통령의 경우 세 명의 전직 대통령과는 달리, 자신의 이름으로 등기된 집을 그저 ‘그림의 떡’ 정도로 바라봐야 할 처지다. 노 전 대통령이 지난 95년 12월8일 법원으로부터 추징금 2천8백38억원을 선고받으면서 집이 국가에 가압류됐기 때문이다.
청와대 살림을 하는 노무현 대통령은 대선 직후 명륜동 자택을 팔았다. 권양숙 여사 명의였던 명륜동 현대하이츠빌라는 지난 2003년 1월 박아무개씨가 매입했으며, 이번 개별주택가격 선정 작업에서 2억4천만원으로 평가됐다.
차기 대선 출마 예상 후보자(대권주자)의 경우엔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의 서울 삼성동 자택이 가장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구청에 따르면 이번에 공시된 박 대표의 집 가격은 18억2천만원.
박 대표의 삼성동 4X-X번지 집은 육영재단 이사장 시절인 지난 90년 7월 매입한 것. 1백47평의 대지에 2층짜리 벽돌 주택(연면적 96평)이 들어서 있다. 지난 2002년 1월에서야 당시 한나라당 출입 기자들에 의해 외부에 공개될 정도로 ‘금남의 집’이었다.
1백80억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이명박 서울시장의 논현동 XX번지 자택(대지 2백4평 연면적 99평·2층 양옥)은 예상보다 낮게 평가됐다. 이 시장이 지난 78년 매입한 이 집의 공시가격은 9억5천1백만원. 지난 2002년 재산 공개 당시 이 시장이 신고한 공시지가(12억2천5백만원)보다도 2억7천여만원이 적은 액수다.
▲ 박근혜 대표 삼성동 자택(위)과 이명박 시장의 자택.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한나라당 강재섭 원내대표의 경기도 분당시 구미동 26X-X번지 자택의 공시가격은 6억5천3백만원. 지상 2층, 지하 1층 구조로 대지 1백35평에 연면적 85평 규모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거주하고 있는 서초동 서초대우아파트의 공시가격은 6억5천만원이나 정 장관은 이 집의 세입자다. 지난 2001년 3억5천만원에 이 아파트를 전세로 빌린 정 장관은 지난 2004년 전세금을 1억5천만원 더 올려줬다. 원래 소유하고 있는 도곡동 895-8번지 한신아파트 13XX호(42평)는 현재 전세를 준 상태로 공시가격은 4억9천6백50만원이다.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의 자택인 서울 도봉구 창동 삼익빌라 2XX호는 공교롭게도 가격 산정 대상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단독주택, 다세대주택 및 중소형 연립주택(50평 미만)의 가격공시 주체인 건설교통부와 도봉구청의 주택가격 공시 자료에는 창동 삼익빌라 전체 호수가 제외된 상태. 건설교통부 주택시가 평가팀 관계자는 “누락된 주택의 경우, 전체적으로 종합해 가격을 평가한 뒤 차후 공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 17대 초선 의원 중 가장 많은 재산을 신고했던 열린우리당 김혁규 의원은 현재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호리첸시아’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고 있다. 전세금은 4억5천만원. 부인 이정숙씨 명의로 된 경남 창원시 성주동 ‘한림푸르지오’ 아파트 65평은 지난 5월2일 4억6천7백만원으로 공시됐다.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의 평창동 34X-X번지 자택은 8억2천5백만원. 지난 2001년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으로부터 상속 받은 두 필지의 대지에 2층 단독주택이 들어서 있다. 지하와 1, 2층, 옥탑을 포함해 연면적은 1백75평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이 거주하는 강남구 일원동 ‘호정빌라트’ 6XX호(38평)는 3억7천6백만원으로 공시됐다.
각 정당의 영입 1순위 인사로 거론되는 고건 전 국무총리는 동숭동 1-1XX번지 자택을 임대하고, 현재는 인근 광명빌라를 전세(54평) 3억원에 얻어 거주하고 있다. 지난 2003년 임대보증금 3억과 월세 3백만원에 임대한 동숭동 1-1XX번지 집은 그해 10월29일 일반 주택에서 영업용 건물로 용도 변경돼 이번 주택가격 공시 대상에서는 제외됐다. 고 전 총리는 지난 2003년 4월 공직자재산신고 당시 이 집을 12억8천9백만원으로 신고했다.
역대 대통령 자택 공식가격 랭킹
1. 김대중 전 대통령 동교동(14억원)
2. 전두환 전 대통령 연희동(13억5천5백만원)
3. 김영삼 전 대통령 상도동(5억5천4백만원)
4. 노태우 전 대통령 연희동(5억5천3백만원)
※ 노무현 대통령 전 명륜동 빌라(2억4천만원)
대권후보 자택 공식가격 랭킹
1. 박근혜 삼성동 (18억2천만원)
2. 이명박 논현동 (9억5천1백만원)
3. 정몽준 평창동 (8억2천5백만원)
4. 강재섭 분당 구미동 (6억5천3백만원)
5. 정동영 도곡동 아파트 (4억9천6백50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