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서 팔아요” 손님 없는데 바람 잡아봐야…
우리은행이 네 번째 주인 찾기에 나섰지만 매각이 무산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만만치 않다. 사진은 우리은행 빌딩 전경. 임준선 기자 kjlim@ilyo.co.kr
금융권에서는 우리은행 매각 방안의 더블 트랙 중 후자인 희망수량 경쟁입찰 방식 매각에 대해서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 눈치다. 오히려 주당 0.5주의 콜옵션을 부여, 향후 주가가 상승하면 낮은 가격에 주식을 매입해 더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게 한 점 등 장점을 내세워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 경우 최소 0.5%에서 최대 10%까지 원하는 만큼 입찰할 수 있다.
문제는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30% 매각이다. 시장에서는 이를 얻는 데 약 3조 원이 필요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 세 번의 매각 시도 때보다 유리한 조건이다. 이번에는 기필코 우리은행의 주인을 찾겠다는 정부와 금융당국의 의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마저도 낙관적으로 보지 않는다. 우선 현재까지 우리은행 인수 의향을 보인 곳은 교보생명뿐이다. 그나마 교보생명은 아직도 저울질을 하고 있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 없다”면서 “시간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인수에 대한 여러 가지 방식을 신중히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수 후보자로 거론되는 곳이 거의 없다는 점도 께름칙한 부분이다. 만일 교보생명만 입찰에 참여한다면 유효 경쟁입찰이 성립되지 않아 매각은 또 무산된다. IB(투자은행)업계 관계자는 “보통 M&A(인수·합병) 시장이 열리면 자의든 타의든 흥행을 위해 여러 곳이 인수 후보로 떠오르는데 이번 경우는 거의 없다”며 “우리은행 매각이 번번이 실패한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동안 우리은행 인수 후보로 거론됐거나 인수전에 참여했던 곳의 현재 사정은 대부분 여의치 않다.
KB금융지주는 최근 LIG손해보험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돼 인수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또 전산시스템 교체 문제로 내부 갈등이 심각한 것은 물론 임영록 회장과 이건호 국민은행장을 비롯해 주요 임원들이 금융당국의 징계를 앞둔 어수선한 상태다. 무엇보다 KB금융이 직접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 없다”고 밝힌 바 있다.
NH농협금융은 우리은행 대신 이미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했으며 외환은행을 인수한 하나금융은 또 다시 3조 원을 들여 다른 은행을 인수할 입장이 아니다.
금융당국이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사모펀드의 참여에 대해 큰 거부감을 나타내지 않았지만 우리은행 인수전에 참여할 사모펀드가 과연 나타날지 의문이다. 과거 우리은행 인수에 큰 관심을 보였고 실제로 2011년 우리금융 인수전에 출사표를 던진 바 있는 MBK파트너스 정도가 물망에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우리투자증권 인수전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며 국내 IB업계에 다크호스로 떠오른 파인스트리트그룹의 참여를 점치는 사람도 있다. 윤영각 파인스트리트 회장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맏사위로 김병주 MBK 회장에는 손윗동서다. 만일 두 곳 모두 인수전에 참여한다면 동서지간에 경쟁하게 된다. 대표적인 토종 사모펀드 중 하나인 보고펀드도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이들 토종 사모펀드를 제외하고 외국 사모펀드에 우리은행을 매각할 것으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론스타 사태 이후 외국 금융자본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데다 당초 우리금융과 우리은행 합병 후 존속법인을 우리금융으로 정했다가 ‘(우리은행의) 100년 이상의 역사와 전통을 반드시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 우리은행으로 변경한 만큼 외국 자본에 경영권을 넘길 수 있을지 의문이다.
공자위는 가능한 한 모든 문을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다. 마치 우리은행 매각보다 우선하는 것은 없다는 듯하다. 박상용 공자위 위원장은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발표한 지난 6월 23일 “외국계도 누구나 입찰에 참여할 수 있고 공정하게 경쟁 가능하다”며 토종 사모펀드뿐 아니라 외국 사모펀드도 참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자위 관계자 역시 <일요신문>과 통화에서 “사모펀드에 대한 국민정서가 좋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외국 사모펀드라고 해서 우리가 강제로 막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상당수 국내 기업을 여신고객으로 두고 있기 때문에 외국 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갈 경우 자칫 경제적 파장과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외국 사모펀드의 인수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공자위 관계자는 “아직 매각 공고도 나지 않은 상태에서 유찰을 걱정하지는 않는다”면서 “유찰되면 그때 가서 다시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주인을 찾아 다시 먼 길을 떠날 준비를 마친 우리은행이 이번에는 과연 진정한 주인을 만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임형도 기자 hdlim@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