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배우를 한류스타로’ 연막작전 냄새가…
# 병역 연예인 이 씨는 누구?
병무청 발표 이후 주연급 배우 이 아무개가 병역 기피 연예인으로 소문나면서 눈길을 끌기도 했다. 그렇지만 실제 병역기피 연예인 이 씨는 그가 아닌 이름이 거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 배우 이 씨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 씨는 2000년대 후반 지상파 드라마에 출연해 인기를 끌었으나 최근에는 뮤직비디오 출연을 제외하면 딱히 활동이 없는 연예인이다. 문제는 병무청이 설명한 일본 팬 미팅인데, 자신의 팬 미팅이 아닌 다른 연예인의 팬 미팅에 게스트나 스태프 등으로 참석한 것이 확대 과장돼 알려진 것으로 보인다.
결국 이 씨는 소위 말하는 ‘듣보잡 연예인’(아직 이름과 얼굴을 알리지 못한 무명 연예인들을 지칭하는 인터넷상의 표현)으로 그의 이름 ‘이 아무개’를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도 아무런 정보가 뜨지 않을 정도다. 대신 ‘배우 이 아무개’라고 검색하면 간략한 프로필이 나오지만 전혀 이름과 얼굴이 알려지지 않은 연예인이다.
# 병무청 발표 내용 부풀리기 의혹, 왜?
연예인 병역비리 관련 KBS 뉴스보도 화면 캡처.
문제의 병역 기피 연예인이 무명인 배우 이 씨로 알려지면서 병무청이 사건을 너무 부풀려 발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연예인이긴 하지만 활동이 많지 않고 유명세도 없는 이가 이런 사건사고에 휘말릴 경우 큰 관심을 끌지 못한다. 유명하지 않은 연예인은 일반인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병무청의 ‘일본 팬미팅’ 등의 설명으로 인해 문제의 이 씨가 마치 인기 한류스타인 양 부풀려졌다.
한 연예관계자는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임 병장 GOP 총기난사 사건’으로 국방부가 곤란한 상황에서 혹 국방부가 세간의 관심을 연예인 병역 비리로 돌리기 위해 사건을 부풀려 발표한 게 아니냐 의혹을 제기하는 연예관계자들이 많다”면서 “만약 문제의 병역 비리 연예인이 유명 스타가 아닌 지금 알려진 무명의 이 씨가 맞다면 국방부와 병무청이 사건 부풀리기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다.
실제로 참 미묘한 시점에 병역기피 연예인 사건이 터졌다.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임 병장의 GOP 총기난사 사건 등으로 연이어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군이 전반적인 위기 상황에 몰린 시점에 병무청이 해당 사건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 검찰 기소 및 유죄 판결 가능성은?
그렇지만 법조 관계자들은 우선 이번에 적발된 이들에 대한 검찰의 기소가 이뤄질지, 또한 검찰 기소 이후 유죄 판결이 나올지 여부가 더 관건이라고 설명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병무청은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신질환이 있는 것처럼 한 달 동안 입원 치료를 받으며 의사를 속여 진단서를 받아 군 면제 판정을 받았다고 하는데, 애매한 부분이 많다”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실제로 정신 질환이 있어 입원 치료를 받았으며 치료가 효과를 봐서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한 것이라고 주장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담당 의사가 확실히 속아서 정신 질환 진단서를 끊어줬다는 정황이 있거나 전문적인 브로커가 끼어 있는 등 구체적으로 혐의가 입증돼야 검찰 기소 및 재판에서의 유죄 판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이 변호사의 설명이다.
실제로 몇 년 전 한 인기 남자 연예인이 과거 정신 질환으로 군 면제를 받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역 기피 의혹이 증폭됐지만 당시 실제로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겪었으며 이로 인해 꾸준한 치료를 받은 정황이 드러나 논란이 잦아든 사례도 있다.
또한 MC몽의 경우처럼 병역 비리 의혹을 받으며 세간의 비난 여론에 직면했지만 결국 재판을 받아 무죄 판결을 받은 연예인도 있다. 특히 병역 비리는 질병과 관련된 사안이 많은데 이런 경우는 재판도 복잡하고 검찰이 명확히 혐의를 입증하는 것도 어렵다고 한다. 그럼에도 종종 병역 비리 사건이 불거지는 경우는 대부분 전문 브로커에 의해서다. 병역 비리 전문 브로커가 수사망에 걸려들 경우 그와 연루된 병역 비리자들이 대거 적발되곤 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번 병역 비리 사건에선 전문적인 브로커에 대한 이야기는 들려오지 않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병무청이 실명 공개를 안 하는 까닭이 검찰의 기소 여부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다. ‘연예인 병역 비리’는 워낙 전국민적인 관심사인데 검찰이 이들의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기소조차 하지 못하거나 기소는 이뤄졌지만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올 경우 병무청은 상당히 곤혹스러운 처지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병무청이 당사자 실명까지 공개할 경우 상황은 더욱 복잡해질 수도 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이해리 스포츠동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