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얘기하고 있는 윤여준(왼쪽) 남경필 의원. | ||
현재까지 박 대표 체제에는 외부인사로 선대위원장에 박세일 서울대 교수가 탑승했고, 선대본부장엔 이상득 사무총장과 김형오 의원이 임명됐다. 이들을 박근혜 대표 사람으로 분류하긴 어렵다. 박세일 교수는 박 대표 당선 이전부터 교섭해오던 인물이고, 이상득 사무총장도 박근혜 대표의 라인이라고 보기 어렵다.
실제 박 대표 체제에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소장파와 윤여준 사단이다.
소장파는 남경필 원희룡 정병국 이성헌 의원 등의 중용이 눈에 띄고 있다. 남경필 의원은 박근혜 대표와 당의 진로에 대해 시시콜콜한 협의까지 하는 관계로 알려져 있다. 남 의원은 한나라당 비례대표 공천심사위에 멤버로 참여하는 등 활동폭을 넓히고 있다. ‘사실상 부대표’란 얘기까지 들을 정도다.
박 대표는 소장파들이 내세운 ‘뉴한나라당’의 새로운 정강정책을 거의 그대로 준용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소장파들은 획기적인 대북정책과 수구와의 절연 등에 주안점을 둬왔다. 이는 박근혜 대표의 사고와 거의 일치한다.
이 때문에 박 대표의 총선 승부수가 이 두 가지 분야에서 나올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대북정책에선 김정일 위원장과의 회담을 포함, 획기적인 남북교류 프로그램을 한나라당이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집안과 경력으로 볼 때 박 대표만이 보수세력의 반발을 물리치고 과감한 대북정책을 추진할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소장파들의 시도는 그동안 당내 보수파의 반발 때문에 번번이 좌절돼 왔다.
일각에선 김대중 전 대통령과 면담을 통해 대북정책에 대한 폭넓은 교감을 이뤄내면서 한나라당의 이미지 변신을 시도해야 한다는 건의도 나오고 있다.
또 수구와의 절연은 현재 박 대표가 추진중인 사과와 반성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다양한 방안이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 관계자는 “정형근 김용갑 의원에 대한 전격적인 공천 취소 등 충격요법까지 건의가 되고 있다”면서 “박 대표는 수구세력과 결별하는 모습을 보여야 살아날 수 있다”고 말했다. 정형근 김용갑 의원에 대한 공천 취소는 물리적인 시간이 촉박해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럼에도 그런 건의가 올라올 만큼 절박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 같은 박근혜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의 지지기반은 소장파들이다. 이성헌 비서실장과 원희룡 클린선거위원장 등도 박 대표가 각별히 발탁한 케이스다. 그러나 소장파들에겐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있다고 해도 현실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이를 보완하는 팀이 ‘윤여준 사단’이다. 한나라당에선 소장파보다 윤여준 사단의 활동에 오히려 더 높은 기대를 하고 있다.
윤여준 의원은 선대본부 상임부본부장을 맡았다. 사실상 선대본부를 총괄하는 역할이다. 과거 윤여준 의원은 한나라당에서 기획에만 관여했지, 집행에는 관여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기획과 집행을 동시에 총괄한다. 윤여준 의원에게 지금만큼 막강한 권한이 주어진 적이 없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박근혜 대표의 경선 연설문을 써줄 만큼 박 대표와 가깝다. 박 대표의 ‘물밑라인’이다. 소장파들이 윤 의원을 집중 천거했고, 그의 합리적인 사고가 박 대표와 맞아떨어진 셈이다.
지금까지 이회창 전 총재와 최병렬 전 대표 등이 모두 취임 초창기에는 윤여준 의원을 중용해왔다. 그의 능력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목이다.
윤여준 의원의 총선전략은 ‘스텝 바이 스텝’ 전법이다. 기본적으로 거대여당 견제론을 중심으로 한 발 한 발 착실히 해나간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유권자들은 황금분할을 선택해왔다”면서 “권력에 대한 견제심리가 발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의원은 또 “한두 가지 카드로 반전이 될 수 있겠느냐”면서 “박근혜 대표의 말과 행동으로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에게 도움되는 정책을 내놓아 꾸준히 신뢰를 회복하는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윤 의원은 “열심히 하다보면 유권자들이 알아줄 수 있고, 불쌍하게 여겨 표를 줄 수도 있는 것”이라며 “또 막상 선거전이 시작되면 지역적 현안과 인물 대결 등이 변수로 작용해 유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윤 의원은 ‘탄핵철회론’에 대해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할 순 없지만 현재 분위기로선 헌법재판소 결정을 기다리자는 당론을 변경하기 어렵다”면서 “그런 충격요법이나 묘수를 찾기보다 진솔하게 꾸준히 하는 게 더 중요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의원으로서도 특별한 충격적인 선거요법은 없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여론과 민심의 추이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한마디로 윤 의원은 민심이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예측능력이 있는 사람으로 통한다. 그가 현재 거대여당 견제론 외에 특별한 아이디어를 못내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한나라당이 취할 카드가 제한돼 있다는 반증이다. 그렇지만 ‘책사’로 통하는 윤 의원이 뭔가 끊임없는 반전 카드를 꺼내들 것이란 게 한나라당의 기대다.
박근혜 대표는 윤여준 사단의 중용으로 총선에 ‘신진’보다는 ‘경험중시’, ‘모험’보단 ‘안전지향’을 택한 셈이다.
‘박근혜 효과’는 이미 영남권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들 사단이 앞으로 남은 10여 일 동안 민심을 움직여 수도권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전술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필지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