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단지 열일곱 자로 이루어진 하이쿠는 세계 문학에서 가장 짧은 형태의 시다.
400년 전 일본에서 시작되어 오늘날에는 세계의 많은 시인이 하이쿠를 쓰고 있고 서양에는 하이쿠 시인으로 활동하는 문인들이 증가하고 있다.
짧은 시가 가진 함축미와 선명한 이미지는 일찍이 에즈라 파운드에게 영향을 미쳐 20세기 영미시를 주도한 이미지즘 운동을 촉발시켰으며 윌리엄 카를로스 윌리엄스, 월레이스 스티븐스, 릴케 등도 이 시 형식에 자극을 받은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들 중에도 하이쿠를 쓴 시인이 많다.
멕시코의 옥타비오 파스, 아일랜드의 셰이머스 히니, 폴란드의 체스와프 미워시, 스웨덴의 토마스 트란스트뢰메르 등 국적에 상관없이 하이쿠나 하이쿠풍의 시를 발표했다. 인도의 타고르도 자신의 모국어인 벵골어로 하이 쿠를 썼다.
이제 하이쿠는 세계 문학에서 더 이상 낯선 용어가 아니다.
시문학의 한 장르로 정식으로 자리 잡았으며 각 나라마다 하이쿠 시인협회가 있고 하이쿠 전문잡지들이 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하이쿠’는 여전히 낯설고 생소한 세계이다.
일본에 대한 민족적 감정, 해결되지 않고 있는 과거사 문제도 원인 중 하나이지만 일본 소설들이 활발하게 소개되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지금까지 제대로 된 하이쿠 소개서가 출간되지 않은 이유가 가장 크다고 할 수 있다.
하이쿠 모음집 <한 줄도 너무 길다>로 거의 최초로 한국의 독자에게 하이쿠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류시화 시인이 그 후 15년의 시간을 바쳐 완성한 새로운 하이쿠 소개서가 이 책 <백만 광년의 고독 속에서 한 줄의 시를 읽다>이다.
하이쿠의 원류인 일본의 대표적인 하이쿠 시인들의 작품을 모으고 각각의 하이쿠마다 충실한 해설을 붙였다.
에도 시대의 바쇼, 부손, 잇사, 시키뿐 아니라 현대의 다코쓰, 만타로, 구사타오 등 130명의 시인들의 주옥같은 하이쿠 1370여 편이 실려 있다.
연금술사. 2만 8000원. 762쪽.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