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소심 공판서 ‘1심 무죄’ 전주 손씨 혐의 추가…수사 지휘부 공백 속 김건희 여사 조사 필요성 부각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5월 16일 캄보디아 정상 부부와 오찬에 참석하며, 2023년 12월 네덜란드 순방 동행 이후 153일 만에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같은 날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권순형 안승훈 심승우)에서는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관련자들의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에 대한 항소심이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 검찰은 재판부에 공소장 변경 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손 아무개 씨 등 2명에 대해 방조 혐의를 예비적으로 추가한다는 내용이었다.
검찰은 손 씨를 주가조작 2차 작전 기간 중 ‘주포’ 김 아무개 씨 권유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대량 매수한 ‘전주’로 의심했다. 1심 재판부는 손 씨에 대해 “전주에 해당할지언정 피고인들과 공모해 시세조종행위에 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면서도 “손 씨와 김 씨의 진술 및 주고받은 문자메시지 등을 비춰보면 손 씨가 도이치모터스 주식에 관해 이른바 작전이 행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긴 한다”고 여지를 남겼다.
그 후 검찰 측이 손 씨에 주가조작 방조 혐의를 예비적으로 공소장에 추가한 것이다. 재판부는 검찰의 공소장 변경 신청을 허가했다. 이로써 손 씨는 방조 혐의에 대해서도 유무죄를 따지게 됐다.
앞서 대통령실은 2023년 2월 10일 1심 선고 직후 부인 김건희 여사의 결백을 주장하는 근거로 손 씨의 무죄 선고를 거론했다. 하지만 1심 판결문을 확인해보면 손 씨와 김 여사의 주가조작 가담 정도는 달랐다. 김 여사 명의 증권계좌를 통한 거래 가운데 재판부가 유죄로 판단한 거래는 48건이었는데, 손 씨의 계좌는 한 건도 없었다. 특히 주가조작 1차와 2차 작전에 모두 활용된 계좌는 김 여사와 모친 최은순 씨 계좌뿐이다.
설사 손 씨와 동일선상에 둬서 김 여사가 1심 기준 무죄라고 해도, 항소심에서 검찰이 이번에 공소장 변경을 함으로써 주가조작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추가적으로 다퉈야 하는 상황이다. 검찰이 주가조작 작전 주포들과 마찬가지로 돈을 넣은 전주에 대해서도 혐의가 있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주식 매입에 돈을 투자한 김 여사 역시 검찰의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당초 서울중앙지검은 김건희 여사를 직접 불러 조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5월 13일 검찰 간부 인사로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과 김 여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반부패2부 수장 고형곤 4차장검사 등이 전격 교체되면서 수사 지휘에 공백이 생겼다.
송 지검장 후임으로 온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은 16일 첫 출근길에서 ‘김 여사 소환조사 여부’에 대해 “업무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원론적 입장을 내놨다. 이어 “(이원석) 총장과 잘 협의해서 사건의 실체와 경중에 맞는 올바른 판단 나오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1심 판결문을 기준으로 사건의 경중을 따지면 손 씨보다 김 여사 혐의가 훨씬 짙다”며 “대통령실 주장대로 손 씨가 주가조작 혐의 무죄라 김 여사도 결백하다고 가정하더라도, 검찰이 이번에 손 씨에 방조 혐의를 추가했다. 그럼 김 여사도 최소한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고 꼬집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