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자녀가 보낸 것으로 추측되는 응원 메시지 영향…‘세안법’ 영상은 80만 뷰 넘기며 인기 끌기도
고현정이 데뷔 35년 만에 대중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면서 5월 초 유튜브 채널 ‘고현정’을 개설했다. 3월에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문도 열고 팬들과의 직접적인 쌍방 소통을 진행하고 있다. SNS에서 확인되는 고현정의 모습은 낯설지만 새롭다. 작업실에서 편안한 복장으로 지내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올리기도 하고, 한 주얼리 브랜드 행사를 일본 도쿄 출장길에 오른 과정을 공항에서부터 비행기 내부, 호텔 도착에 이르기까지 실시간으로 촬영해 공유하기도 했다.
유명 배우로 살아온 지난 35년 동안 한 번도 시도하지 않았던 행보에 연예계 관계자들은 놀라움을 표하고 있다. 낯선 행보가 쑥스럽기는 고현정도 마찬가지다. 사진과 영상에서 어쩔 줄 몰라 하면서 팬들과 소통하는 고현정의 모습이 신선하다는 호평도 이어진다.
#고현정의 변화 이끈 결정적인 ‘연락’
고현정은 올해 초 가수 정재형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요정재형’에 출연해 크게 화제를 모았다. 몇 년 전 거리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질 정도로 건강 상태가 악화됐다는 사실을 처음 고백한 그는 자신에게 닥친 삶의 변화를 진솔하게 이야기했고, 편안하고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는 바람도 밝혔다.
고현정은 이날 방송에서 드라마에서는 볼 수 없었던 ‘뜻밖의 귀여운’ 매력도 유감없이 드러냈다. 섬세하고 조용하게 읊조리는 특유의 말투, 감각적이고 확실한 취향의 진면목을 과시하면서 1020세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관심 표현에 적극적인 젊은 층으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접한 고현정은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친근한 호평에 놀랐다고 했다. 보답하는 길을 구상하다가 찾은 게 유튜브 채널이다.
물론 유튜브 채널 개설을 하기로 결심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건 고현정이 누군가로부터 받은 한 통의 응원 메시지였다. 고현정은 5월 10일 유튜브 채널 개설을 알리는 영상을 통해 이와 관련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그동안 어디서 좋은 말을 들어본 적이 없었는데 (‘요정재형’ 이후) 너무 좋은 말들을 들어서 엉엉 울었다”는 고현정은 “전부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이런 감사한 마음을 좀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고민도 컸다.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분야이고, 데뷔 35년 차에 접어든 배우가 시도하기엔 유튜브는 다른 차원의 영역이라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고민하던 차에 고현정은 한 통의 연락을 받았다. “(‘요정재형’에 나온 걸) 잘 봤다”는 인사와 함께 “그런 콘텐츠(유튜브 채널)에 자주 나오셨으면 좋겠다”는 응원의 말이었다. 그 응원에 고현정은 “이런 명분이라면 충분하다 싶었다”며 “그래서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고현정은 자신에게 이 말을 건넨 사람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야기의 흐름과 맥락 상 그의 두 자녀일 것으로 추측된다. 고현정 측도 이 같은 시선을 부인하지 않았다.
고현정의 과거 결혼과 이혼 등 개인사는 널리 알려져 있다.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주인공으로 신드롬을 일으킨 고현정은 작품 종영 직후인 1995년 정용진 신세계 회장과 결혼해 슬하에 1남 1녀를 뒀다. 결혼과 함께 연예계 생활을 중단하고 배우로도 은퇴했지만 2003년 이혼 뒤 2005년 SBS 드라마 ‘봄날’로 다시 연기를 시작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이혼 이후 두 자녀의 양육권은 정용진 회장이 가져갔지만 고현정은 연기자로 활동하면서 종종 자녀와 관련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기도 했다. 특히 2009년 MBC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땐 “어디선가 TV를 통해 내 모습을 보고 있을 아이들을 위해 연기하고 싶다”며 “TV가 (자녀들과) 가장 가깝기 때문에 잘하든 못하든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같은 해 드라마 ‘선덕여왕’으로 MBC 연기대상을 수상한 직후 소감에서도 “(아이들이) 보고 있었으면 좋겠다”고 밝혀 주목받았다. 이번 유튜브 채널 개설 역시 이제는 성인이 된 자녀들이 용기를 준 덕분에 도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마스크걸’ 변신으로 반전도
고현정은 2024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에 출연해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시도해 주목받았다. 드라마는 외모 콤플렉스를 지닌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의도치 않은 사건을 겪으면서 전혀 다른 인물로 변화하는 과정을 다룬 스릴러 작품이다. 고현정은 신인 이한별, 가수 출신 연기자 나나와 더불어 한 명의 인물 김모미를 시기별로 나눠 연기했다. 주인공이긴 해도 고현정의 출연은 전체 7부작 가운데 후반 6, 7회에만 등장할 정도로 적었지만 그는 오히려 그 어느 작품에서보다 카리스마 넘치는 에너지를 뽐냈다.
‘마스크걸’은 3명의 배우가 1명의 캐릭터를 연기하는 독특한 연출로도 화제를 모았지만 고현정의 ‘선택’으로도 눈길을 끌었다. 극 중 고현정은 어릴 때 헤어진 딸과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딸이 위기에 처하자 자신의 목숨을 걸고 자녀를 지키려고 나선 모성애 짙은 인물을 연기했다. 고현정의 절절한 모성애 연기 덕에 드라마는 마지막까지 긴장감을 놓치지 않았다.
‘마스크걸’은 고현정 개인에게도 변화를 이끈 작품이다. ‘요정재형’ 출연이 대중과의 소통을 앞당긴 기폭제가 됐지만 ‘마스크걸’ 역시 고현정이 스스로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드라마 공개 당시 고현정은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은퇴를 번복하고) 돌아오니 저를 따뜻하게 반겨주는 느낌이 들었고 들뜬 마음에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했던 것 같다”고 돌이키며 “세상에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는 곳이 없었다는 걸 너무 늦게 알아서 후회가 된다”고 말했다.
과거에도, 지금도, 고현정을 향한 대중의 관심은 뜨겁다. 이제는 1020세대의 관심까지 등에 업으면서 유튜브 채널의 조회수는 상승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0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유를 밝힌 첫 번째 영상의 조회수는 16일 기준 90만 뷰를 돌파했다. 15일 자신의 세안 방법을 촬영해 공개한 두 번째 영상은 단 하루 만에 80만 뷰를 넘어설 정도로 인기를 얻고 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