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난 박근혜 대표. | ||
남북공동발전론
박근혜 대표의 노선과 이념적 기조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남북관계다. 남북관계에서 박 대표는 기존 보수파나 한나라당 중심 인맥의 사고와 궤를 달리한다. 숫제 ‘결별’이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 정도로 그의 남북관계론은 전향적이고 진취적이다. 박 대표의 ‘남북공동발전론’ 구상은 지난 2002년 5월 평양을 방문해 김일성 전 주석의 아들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극진한 대우를 받고 귀국한 이후 구체화하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대표는 최근 남북관계와 관련해 공·사석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제는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설정하는 게 중요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평화를 정착하는 것이고 다음은 그 바탕 위에서 공동발전을 취하는 것입니다.”
박 대표측은 ‘남북공동발전론’이 한국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북한이 남쪽의 경제수준에 올라온다는 전제 아래에서 경제가 합쳐지면 7천만명의 공동시장이 생기고 세계적으로 8대 경제 강국이 된다’는 계산이 이런 맥락에서 나온다.
1960년대와 1970년대의 근대화를 시작한 이후 선진국이 수백년에 걸쳐 이룩한 시장경제의 발전을 30여 년 만에 단기 완성한 한국경제가 발전 속도의 체감현상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또 한번의 계기를 잡는 게 중요하며, 그것이 바로 ‘남북공동발전론’의 기초 위에서 가능하다는 논리다. 당의 정책사이드에서는 박 대표가 “남북한 경제를 일본수준으로 끌어올려 궁극적으로는 세계 3대 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청사진과 프로젝트 개발을 검토할 것을 주문했다”고 밝혔다.
신안보정당론
박 대표가 구상하는 뉴 한나라당 플랜의 두번째 아이템은 ‘경제는 안보’라는 컨셉트 위에서 마련된다. 요컨대 안보 위기라고 하면 이전엔 외부의 위협만 생각했지만, 지금은 경제 불안과 민생파탄, 실업자 문제, 신용불량자 양산에 따른 국가 혼란 등의 내부 문제가 사실상 안보를 뒤흔드는 위협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경제문제를 안보 차원에서 다뤄야 하며 따라서 ‘신안보정당건설론’은 남북공동발전론과 함께 ‘뉴 한나라당 플랜’을 구성하는 양대 축이라는 게 박 대표의 중심적 생각이다.
뒤집어 말하면 박 대표의 ‘신안보정당건설론’은 경제민생 세우기의 강한 표현이기도 하다. 박 대표측은 지난 주말 민생현장을 탐방한 뒤 선대위 관계자와 당직자들에게 이렇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불어 사는 사회, 소외되고 어려운 분들을 챙기는 정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생각하십시오. 정치 싸움을 벌일 시간에 부동산, 청년실업, 신용불량자 등 당면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소리를 듣고 피부에 와 닿는 정책을 어떻게 세울 것인가에 모든 열정을 바쳐 고민하십시오.” 박 대표의 뉴 한나라당 플랜 구상의 단초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박 대표의 ‘신안보정당론’은 역사적으로는 아버지 박정희 대통령 시절, ‘로열 패밀리’의 정치수업을 통해 가다듬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박 대표의 한 측근 인사는 “강력한 국방 등을 통해 나라밖으로부터 초래되는 위기에 대처하는 원래적 의미의 안보론에 새마을운동과 수출드라이브정책을 통해 경제를 건설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국가통치를 접하고, 이것이 현대적으로 재해석되면서 자연스럽게 신안보정당론이 나오게 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용주의정치론
박 대표는 “최근의 국론 분열을 불러온 정치권이 먼저 대오 각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념갈등과 세대간 갈등, 계층갈등과 지역갈등을 총체적으로 해소하기 위해선 정치권부터 먼저 화합해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확고한 생각이라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이번 총선 기간 동안 상대당과 후보들을 비난하는 ‘네거티브 선거전략’을 일절 동원하지 않겠다고 공언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철학에 기초하는 것이다.
대변인실 등에서 상대 당이나 후보를 긍정하고 존중하며 서로 욕하지 않는다는 것을 향후 논평과 성명 발표의 기조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은 이런 철학의 반영이라고 한다. 국익을 위해선 서로 협력할 수 있고 서로 건설적으로 비판할 수 있는 ‘상생의 정치’가 돼야 하며, 정치권으로부터 화합의 시대를 열어야 우리나라가 긍정과 화합으로 간다는 것이다.
박 대표의 한 측근은 “감정싸움이나 하면서 국민들 민생이나 먹고사는 문제를 못하게 하는 것은 죄악”이라면서 “비록 여당으로부터 험악한 얘기가 나와도 야당이 건설적 비판과 대안 제시에 주력하는 식으로 정치문화를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는 게 박 대표의 철학”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표 주변에 따르면 박 대표가 생각하는 실용정치는 곧 화합정치와 동의어다. 실용의 정치로 나아가면 선의의 대결이 가능하고 이는 결국 나라를 위한 정치의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그 연장에서 박 대표는 총선 대결구도를 정책대결로 몰고 가기 위한 대책 마련을 당 정책사이드에 지시했다. ‘탄핵찬성 대 반대’, ‘친노 대 반노’의 구도가 아니라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박 대표는 총선 이후 대통령 5년 단임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한 4년 중임제의 도입을 제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용주의 정치철학의 응용인 셈이다.
허소향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