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계가 MS계로 헤쳐모인다
김무성 의원
예기치 못한 ‘MB의 남자’ 귀환에 친박계 주류에서는 일부 반발이 나오기도 했다. 새누리당 한 고참 당직자는 “청와대에서는 원래 다른 인사를 추천했는데 정의화 의장이 강하게 밀어붙였다”며 “사실 국회사무총장 인선은 국회의장의 고유 권한처럼 굳어진 분위기라 청와대에서도 막지 못했다”라고 전했다.
본회의 의결 절차를 남겨둔 박형준 내정자는 국회 개혁에도 관심이 많은 것으로 전해진다. 실제 정의화 의장은 박형준 사무총장 내정 사실을 알린 바로 다음날, 국회의장 직속 ‘국회개혁 자문위원회’를 공식 출범하면서 큰 틀에서 국회 개혁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다.
서울시당에서도 전운이 감돈다. 지난 5월 20일로 임기가 끝난 새누리당 서울시당위원장 자리를 놓고 친박계 원외위원장과 비박계 의원들이 신경전을 벌이며 선출기한을 넘겼다. 직전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성태 의원 측에서는 재선의 김용태 의원을 추대하려고 했으나 친박계 원외위원장들이 반발하는 과정에서 추인을 얻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원외위원장들은 “서울 지역의 지지율 회복을 위해서는 인적 쇄신을 해야 한다”며 원외 출신이 시당위원장을 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정준길 광진을 당협위원장, 김태기 성동갑 당협위원장 등은 경선을 통한 직접 출마에도 관심을 보이는 중이다. 이 같은 반발에는 김무성 의원과 가까웠던 김성태 의원에 이어 후임으로 당 지도부와 맞서는 목소리를 내면서 김문수 전 경기지사와 가까운 김용태 의원에 대한 친박 주류의 견제심리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다.
김용태 의원 측 역시 “원외 당협위원장이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전례가 없다. 누구로 할지 원외위원장끼리 합의조차 안 된 상태로 알고 있다”라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단순히 국회사무총장이나 서울시당위원장에 앉는 것으로 친이계가 부활했다고 보는 것은 무리다. 윤희웅 민컨설팅 여론분석센터장은 “친이계가 귀환했다는 측면보다는 정권 2년차임에도 여권 주류에서 자신들이 원하는 모양의 인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부분이 크다”라며 “친이계는 거물급 인사 대부분 원외에 있는 상황에서 당에서 헤쳐 모일 구심점이 없다”라고 분석했다. 실제 친이계 혹은 비박계 거물급 인사 대부분이 원외에 있거나 광역단체장에 당선돼 중앙당과 거리를 두고 있고, 친이계 좌장 격인 이재오 의원은 당내 노선 투쟁보다 개헌에 몰두 중이다.
7·14 전당대회 결과에 따라 충분히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핵심은 김무성 대표 체제가 출범하느냐 여부다. 여기에 비박계로 분류되는 이인제 김태호 김영우 김상민 의원 가운데 몇 명이나 지도부에 입성하느냐에 따라 친박계 주류에 맞설 정도의 결집력이 생길 수 있다. 당 일각에서 ‘김무성 당선=레임덕 시작’이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위기의식이 반영된 일종의 ‘프레임 짜기’다.
수도권의 한 재선 의원은 “김무성 의원이 서청원 의원을 이기기만 해도 흐름이 크게 바뀔 것”이라며 “다만 이명박 전 대통령이 없는 상황에서 친이계라는 말은 맞지 않다. 이제는 박근혜 대통령과 가까운가, 아닌가만 있을 뿐이다. 전대 이후 친박계와 중도 친박계, 그리고 강성 비박계 정도로 나뉠 수는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윤희중 센터장은 “지난 6·4 지방선거 때나 이후 내각 인선 과정을 보면 친박계 가용 자원이 한계에 다다랐다는 느낌이 있다”라며 “아직 레임덕 수준으로 볼 수는 없지만 이 같은 흐름이 지속될 경우 당원이나 대중에게 친박계 세력이 약화됐다는 것을 느끼게 할 수 있다. 정치권 내부가 아닌 외부 대중들이 눈치 채기 시작할 때 레임덕이 시작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임수 기자 ims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