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개’ 이야기만 안나왔다 뿐이지…
새누리당 당권주자 서청원·김무성 의원이 여의도의 한 건물에 나란히 캠프를 차리고 대형 현수막을 내건 모습. 임준선 기자
옆집 개 이야기란 지난 2010년 전당대회에 나선 홍준표 의원이 “안상수 후보는 1997년 7월 신한국당 국회의원 당시 옆집에 개가 짖는다고 2000만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적이 있다. 자신의 지역구, 옆집 주민, 옆집 개와도 화합을 못 하는 분이 어떻게 대표가 돼 당내화합과 국민통합을 이루겠느냐”고 말한 사건을 일컫는다. 옆집 개까지 끌어들이면서 둘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고 이후에도 사사건건 시비를 걸고 말싸움을 벌였다.
김무성 의원은 여의도 국회 앞 한 빌딩에 ‘과거냐 미래냐, 두 번의 기회가 없다’는 대형 현수막을 걸었다. 과거가 서청원 의원을 지칭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김 의원은 전당대회를 준비한다며 캠프를 만들었고 외부 사람을 죄다 끌어 모으기도 했다. 캠프명도 ‘반드시 캠프’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전당대회에 나오는 당내 후보끼리 무슨 현수막씩이나 걸고…”라며 혀를 찼다.
김 의원이 걸자 같은 빌딩에 서청원, 홍문종 의원의 현수막도 걸렸다. 서 의원은 ‘의리’라는 단어를 붙였다. 박근혜 대통령과 멀어진 김 의원을 의식한 표현으로 풀이됐다. 새누리당 내에서 ‘지방선거 때 이렇게 열심히 좀 하시지’라는 비아냥거림을 여기저기서 들을 수 있다. 상도동계 출신으로 YS(김영삼 전 대통령)를 모셨던 의형제가 완전히 등을 돌렸다는 말도 있고, 이때뿐이지 승부가 나면 서로가 포용할 것이란 말도 있다.
공정경선 및 선거결과 승복 서약식에 참석한 전당대회 후보자들. 이종현 기자
홍문종 의원은 부산 정치권으로부터 완전히 멀어졌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뜨거운 감자, 영남권 신공항 문제를 꺼냈기 때문이다. 최근 대구를 찾은 자리에서 홍 의원은 “내년 9월이면 입지타당성 조사 결과가 나온다. 조사 결과 어느 지역이든 입지가 결정되면 조기 건설을 적극 지원하겠다. 다수의 국민이 원하는 지역으로 입지가 정해져야겠지만 밀양이 적지라는 소신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부산은 가덕도 신공항을, TK(대구·경북)와 울산·경남은 밀양 신공항을 밀다 이명박 정부 때 백지화된 사안이다. 김 의원도 지난 지방선거 때 선거대책위 가덕도 천막회의에 참석했다는 이유로 TK 정치권에선 ‘김무성 절대비토’ 분위기를 불렀다. 여권 한 관계자는 홍 의원의 처사를 두고 이런 말을 해줬다.
“부산에선 김무성 의원이, 경남에선 김태호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섰으니 1인 2표 중 자기에게 돌아오는 표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TK에선 당권주자가 없으니 2표가 자유로운데 한 표를 될 사람에게 주더라도 한 표가 남는다고 본 것이다. 밀양 신공항 발언으로 표심을 자극한 것인데…. 글쎄, 평소에 TK에 공을 들였다면 몰라도 표 얻으려고 그랬다면 오히려 역효과가 아니겠는가. PK(부산·경남), TK에서 한 표도 못 받는 불쌍한 일이 일어날 수도 있겠다.”
이혜훈 전 최고위원
“극소수의 골수친박 외에는 대부분 곁다리 친박이거나 옅은 친박이다. 이들은 박 대통령의 은덕을 입고 국회의원에 당선됐기 때문에 빚을 갚고자 한다. 그런데 당장 2년 뒤 20대 총선에서 공천을 받아야 한다. 박 대통령 지지도는 하락세고, 차기 잠룡은 모두 비박계다. 합리적으로 판단한다면 친박색을 더 빼야 당도 살고 나도 산다고 생각하지 않겠는가. 이번 친이계 배제가 도돌이표가 돼 친박 실세의 등에 칼이 꽂힐 수도 있다. 이렇게 두 계파가 이를 갈면 안 된다.”
이재오 의원을 구심으로 비박계가 결집하고, 김무성 의원이 설사 전대에서 지더라도 서 의원과 표 차이가 얼마 나지 않으면 큰 힘을 가지게 된다. 차기 잠룡으로는 김 의원 외에 김문수 홍준표 오세훈 원희룡 남경필, 모두가 비박계다. 7·30 재보선 공천이 삐거덕거리고, 개헌에다 증세, 공공요금 인상, 민생파탄 등 수세적 정국에 또 인사 참사 등이 일어나면 최악의 시나리오로 분당 이야기까지 거론하는 사람들이 있다. 박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30% 언저리에 들면 곧 레임덕이 출현할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이혜훈 전 최고위원은 친박계와 사실상 멀어졌다. 시댁이 울산 출신이어서 ‘울산의 딸’을 내걸고 울산 남구을에 공천신청을 했는데 당이 현 당협위원장인 김두겸 전 울산남구청장, 3선 시장을 역임한 박맹우 전 울산시장과 여론조사 경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이에 반발해 공천을 철회했다. 일련의 사정을 잘 아는 친박계 인사의 말은 이랬다.
“이 전 최고위원으로선 기초단체장, 광역단체장과 여론조사 하라고 했을 때 자존심이 크게 상했을 것이다. 그래도 당 최고위원을 한 사람인데. 친박에선 지난 지방선거 때 그가 서울시장 경선에서 끝까지 간 것을 두고 괘씸해했다. 그렇게 친박의 뜻을 안다면 자기를 희생하고 김황식 전 총리 쪽으로 가야했다는 것이다. 누구는 이 전 최고위원이 전여옥 의원같이 독하게 칼을 갈지 않겠냐고도 말한다.”
전당대회가 당심을 쪼개고, 쪼개진 당심도 산산조각 나는 소리가 들리고 있다.
선우완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