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 삼봉과 반대로 간다”
“(수감 생활 당시) 원래 맹자를 공부했다. 그러다 삼봉 철학을 만났다. 조선에 맹자를 들인 주인공이 삼봉이다. 난 맹자를 통해 삼봉을 이해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삼봉은 당대 동양철학의 최고봉으로 생각한다. 삼봉이 대단한 것은 이를 현실정치에 접목시켰다는 점이다. 공부하면 할수록 그의 사상이 깊고 위대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정봉주가 생각하는 삼봉 철학과 이념의 핵심은.
“인간 본성의 발현인 인의예지를 사상의 핵심으로 정립했다. 그리고 이를 올바르게 발현하는 것을 정치의 핵심으로 이해했다. 그는 현실에서 이를 적용한 것이다. 삼봉은 국가의 본질은 하늘에 있는 것도 아니고 왕에게 있는 것도 아닌, 백성에게 있다고 봤다. 이는 오늘날 현대 정치에도 그대로 투영된다.”
―드라마 흥행과 함께 한국사회가 삼봉에 열광하는 이유는.
“사랑하는 감정은 어떻게 일어날까. 결국 내 마음의 허전한 부분을 메워줄 때 급격하게 감동하는 법이다. 이성간에도 그렇지만 국민과 국가 간에도 그렇다. 국민은 오랜 기간 국가를 짝사랑해왔다. 일방적으로 헌신적으로 국가를 사랑했지만, 국가로부터 사랑받지 못한 역사적 삶이었다. 이는 과거나 지금이나 마찬가지다. 지금 국민들은 국민을 주인으로 보고 진정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정치인 정도전을 만나 감동하고 열광한다. 그런 인물이 우리 사회 뿌리였다는 것에 전율하는 것이다.”
―정도전이 말하는 ‘민본의 실체’가 그것인가.
“그렇다. 그것은 지금도 유효하다. 대한민국 헌법 1조 2항은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 나온다고 규정한다. 민본을 말하는 것이다. 이것이 정도전의 역성혁명이다. 오늘날도 정권이 이를 외면하면 과거 고려와 같은 운명을 맞을 것이다.”
―삼봉의 후손으로서 현 정치권에 하고픈 말이 있다면.
“국민은 권력유지 수단이나 통치의 대상이 아니다. 국가의 목적이고 목표다. 국민의 온전한 삶을 보장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끝없이 반성하고 소통해야 한다. 국민을 위한 국가를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지 않는 정권은 필패다. 그런데 현 정권은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고 수단과 대상으로만 본다. 국정원과 군 사이버사령부가 대선에 개입하는 것을 보면 무지렁이 같은 국민은 일시적으로 속이면 된다고 보는 것 아닌가. 세월호 사건도 은폐하려 했다. 정도전의 민본사상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이는 정권 필패의 지름길이다. 걱정된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