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세일 | ||
<일요신문>은 박 위원장이 지난 94년 말부터 98년 초까지 청와대 재직 시절 신고한 재산공개 내역을 종합해 최근 선관위를 통해 공개한 재산과 비교했다. 그 결과 박 위원장은 청와대 수석비서관 퇴임 뒤 약 6년 동안 9억3천만여원의 재산을 33억원대까지 ‘증식’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산술적으론 24억원의 재산이 불어난 셈이다. 박 위원장의 재산에 얽힌 의문을 되짚어보았다.
박세일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은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던 94년 말 김영삼 전 대통령의 발탁으로 청와대 수석비서관으로 들어가 교육·사법개혁 등을 주도하다 98년 김 전 대통령 퇴임과 함께 현실정치에서 물러났다. 그가 공직자윤리법 재산 공개 규정에 따라 자신의 재산을 처음 공개한 것은 지난 95년 2월22일이었다.
이때 박 위원장의 재산은 15억8천2백93만7천원. 당시 박 위원장의 주된 재산은 서울 관악구 남현동의 단독주택(신고액 3억8천만원)과 모친 소유의 경기도 군포시 산본동 단독주택(1억7천만원)이었다. 그밖에 충남 홍성의 임야(5천6백만원)와 경기도 동두천시의 대지(6천4백만원)도 포함돼 있었다.
그러나 재산 내역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던 서울 영등포구의 대지(약 8억3천만원)에 대해서는 ‘김세중 선생의 상속인들로부터 명의신탁받은 재산으로 상속인들의 뜻에 따라 김세중기념사업회에 헌납될 물건’이라고 따로 밝혔다. 실제로 이 대지는 그 다음해에 김세중기념사업회에 헌납돼 박 위원장의 재산 목록에서 사라지게 된다.
이 영등포 대지를 제외하면 박 위원장이 첫 공직에 오른 94년 말의 재산은 7억4천4백18만7천원이었다. 그 뒤 4년 동안 청와대에 재직한 박 위원장은 사회복지수석을 마지막으로 공직에서 물러나게 된다.
▲ 박세일 부부 공동명의로 돼 있는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 건물. 박 위원장은 지난 98년 청와대를 나선 후 본인과 배우자의 이름으로 6건의 부동산을 매입했다. 임준선 기자 | ||
이때만 해도 박 위원장의 재산은 다른 수석비서관들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적은 편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를 나온 뒤 2004년 3월 한나라당 선대위원장으로 오기 전 만 6년 동안 그의 재산은 예전에 비해 크게 늘어나게 된다.
박 위원장이 한나라당 비례대표 후보(2번)로서 선관위에 등록한 재산은 33억7천6백49만3천원. 앞서 집계한 98년 청와대 퇴직 당시의 재산 현황(9억3천2백71만3천원)과 비교하면 지난 6년 동안 24억4천3백78만원의 재산이 늘어난 것이다.
지난 6년간의 재산 증가 규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부동산 98년 5건 8억4천여만원→10건 28억8천7백73만원 ▲동산 98년 9천2백43만원→6억4천8백76만3천원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부동산의 경우 98년 이후 5건 가운데 3건(신고액 기준 약 7억1천8백만원)을 처분하고 6건(27억6천4백49만원)을 새로 취득한 것으로 밝혀졌다.
얼마 전 박 위원장은 자신의 부동산과 관련해 의문이 일자 “현재 보유중인 부동산은 대부분 2001년 5월에서 2003년 9월까지 구입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 시기에 박 위원장은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면서 경실련 경제정의연구소 이사장, 국제정보경영연구원 고문, 업코리아 운영위원 등의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아울러 박 위원장은 최근 몇 년 동안 다소 많은 부동산을 매입한 것에 대해 “지난 99년 서울 남현동 주택과 상가를 판 돈과 의류무역업을 하는 부인의 소득으로 부동산을 구입했으며 아파트 세 채를 보유하고 있는 것은 노모와 장모에게 살 집을 마련해 준 것”이라며 부동산 투기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특히 그는 부동산 매입 자금원에 대해 “80년 이후 학교 생활을 하면서 꾸준히 저축해 그 정도 돈을 모을 수 있었다”며 “게다가 아내가 80년부터 무역업을 해 나보다 수입이 좋았다”고 밝혔다.
앞서 밝힌 대로 98년 청와대 수석 퇴직 당시 박 위원장 일가의 재산은 장남 장녀의 예금을 포함해 9억3천2백여만원이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3월 말 현재 박 위원장 가족 (장남 장녀 제외)의 재산은 33억7천6백여만원으로 불었다. 시세 변동이 있는 부동산과 동산이 얽혀 있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청와대 퇴직 이후 어림잡아도 24억원이 넘는 재산이 불어난 것이다.
박 위원장의 애초 해명대로라면 이 돈의 주요 출처는 ▲기존 부동산 매각 대금 ▲박 위원장 자신과 아내의 소득 등으로 집약된다.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박 위원장이 청와대 재직 당시 공개했다가 퇴직 후 처분한 남현동 건물 등 부동산 3건(1건은 전세보증금)의 매매 차익은 최대 5억원을 넘지 않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다면 재산 증가액으로 보아 지난 6년 동안 박 위원장과 아내가 20억원 가까운 소득을 올린 셈이 된다.
의문은 바로 이 대목에서 싹튼다. 박 위원장이 선관위에 제출한 납세 실적 기록에 따르면 지난 99년부터 2003년까지 5년간 박 위원장 부부의 소득세 납부액 총액은 4천2백51만3천원에 불과하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999년 본인 11만8천원, 배우자 0원 ▲2000년 본인 11만6천원, 배우자 37만4천원 ▲2001년 본인 2백15만원, 배우자 0원 ▲2002년 본인 5백69만8천원, 배우자 1천7백62만7천원 ▲본인 4백25만2천원, 배우자 1천5백62만2천원 등으로 기록됐다.
특히 박 위원장 부부가 99년에서 2001까지 3년 동안 낸 소득세 총액(2백76만5천원)은 연봉 5천만원짜리 샐러리맨이 내는 1년 소득세액보다 적다.
한 공인회계사에 따르면 세액공제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긴 하겠지만 이 정도 규모의 소득세를 낸 사람이라면 신고 소득 총액은 아무리 많아야 지난 5년 동안 5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그렇다면 박 위원장과 부인의 재산이 지난 98년 이후 24억원이나 증가한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게다가 이 가운데 5억원이 넘는 액수는 동산(예금 및 보험) 증가분이다. 과거 재산공개를 했던 부동산으 매매 차익(추정치)이나 납세 실적으로 역산한 소득 총액(추정치)으로는 쉽게 납득할 수 없을 만큼 재산이 늘어난 셈이다.
이 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박 위원장은 언론과의 전화통화에서 “집사람이 사업을 통해 번 돈과 장모의 돈을 합해 작은 빌딩을 샀고, (이 빌딩의) 임대 사업 수입을 장모의 생활비로 쓰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상가 매입 자금의 출처와 관련해서도 박 위원장은 “세금 탈루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여동생이 남편과 함께 미국 유학을 가면서 살던 아파트를 팔아 상가를 구입했다”고 해명했다.
이 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박 위원장의 재산 증식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문은 어느 정도 풀어지는 셈이다. 그러나 박 위원장의 이러한 해명은 애초 부동산 관련 의혹이 제기됐을 때 꺼냈던 설명(“부부 수입으로 샀다”)과 차이가 있는 데다 장모와 여동생 부부의 돈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점에서 증여세 납부 여부에 따라 또 다른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