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국회사진기자단. | ||
이들 가운데 추 위원장은 지난달 당 내분을 겪으면서 한 차례 탈진했으나, 호남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3보1배’라는 ‘극약처방’까지 썼다. 정 의장과 박 대표도 이에 뒤질세라 하루 수면을 2~3시간으로 단축했다. 이들 모두 ‘동가식서가숙’(東家食西家宿)하며 유권자에게 한 표를 호소하고 있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이들이 자칫 무리한 일정으로 인해 ‘길바닥’에서 쓰러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감성 정치’가 통하는 요즘, 누가 탈진해 쓰러지기라도 하면 민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고 있기도 하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 겸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1월11일 전당대회에서 당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석 달째 ‘민생 투어’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고속철도가 처음 운행된 지난 1일에는 새벽 별을 보며 서울 서초동 자택을 나서야 했다. 오전 5시 용산역에서 예정된 기관사 격려와 꽃다발 증정식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날 정 의장은 5시25분발 고속철을 타고서 대전에 내려가 6시25분께 환영행사와 함께 아침식사를 했다. 그리고 7시35분 서대전역을 출발해서 10시에 전남 목포에 닿았다. 12시쯤에는 전남 해남에서 점심식사를 한 뒤 5일장을 방문했다. 그리고 오후 2시30분 강진→3시30분 장흥→4시30분 보성→6시 순천→7시 광양→8시 경남 남해 등지를 1시간 단위로 훑고 다녔다. 2일 법정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부터는 그의 발걸음이 더욱 바빠져 부산(3일)과 대구(4일) 등지를 종횡무진 누볐다. 선대위원장은 ‘철인’ 같은 체력을 지녀야 한다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정 의장이 올해 51세로 정계에서 비교적 젊은 축에 속한다 해도, 탄탄한 기초 체력이 없다면 요즘과 같은 ‘총선 투어’가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게 정가의 대체적인 분석. 그렇다면 그는 평소 어떻게 체력을 관리해왔을까.
박영선 대변인은 이에 대해 ‘밥의 힘’이라고 한마디로 요약한다. 박 대변인은 “정 의장은 무엇이든지 잘 먹는 스타일이다. 특히 돼지고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변인은 “정 의장은 한 지인의 권유로 얼마 전부터 아침저녁으로 반신욕(半身浴)을 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반신욕은 38∼40℃의 물에 배꼽 아래 하반신을 20분∼1시간 정도 담그고 하는 목욕법. 혈액 순환과 노폐물 배출에 좋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피로 회복에 탁월한 효과가 있어 정 의장이 총선 유세를 다니면서 쌓인 피로를 푸는 데 제격인 것 같다고 박 대변인은 말했다.
정 의장은 평소 자택 부근에 있는 우면산에 오르기도 하는데, 요즘은 총선 투어 때문에 영 시간이 나질 않는다고 했다. 정 의장이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 가운데는 적당한 음주와 금연도 한몫하고 있다고. 그는 선거운동으로 바쁜 와중에도 하루 스케줄이 끝나면 당사나 숙소 부근에서 저녁 식사를 하면서 반주 삼아 흑맥주 1∼2병 정도를 마시고 있다. 당 의장으로 선출된 이후, 때에 따라서는 가끔씩 폭탄주를 2∼3잔 마시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서면서부터는 절대 과음하지 않는다고. 대학 다닐 때 한동안 담배를 피웠으나, 한 번 끊은 다음부터는 일절 담배를 피우지 않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커피보다는 녹차를 즐겨 마시고 있다.
열린우리당 선대위 관계자는 “정 의장은 평소 축구를 하면서 체력을 탄탄히 다져놨기 때문에 아무리 무리한 스케줄로 전국을 순회한다 해도 아무 탈이 없을 것으로 본다”고 자신했다.
한나라당 대표 겸 공동선대위원장인 박근혜 의원(52)은 가냘프게 보이는 겉모습과는 달리 연일 전국 표밭을 누비면서 맹활약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2일까지 2박3일 동안 충청과 영남권 지원유세를 통해 ‘박풍(朴風)’을 일으킨 그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공략을 위해 3일엔 인천 지역 표밭갈이에 나섰다.
▲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국회사진기자단. | ||
‘총선 투어’로 전국을 돌아다니는 누나의 모습이 안쓰러웠던 것일까. 동생 지만씨가 선뜻 승차감이 좋은 지프차를 빌려주기로 했다고 박 대표 측근은 귀띔했다.
그렇다면 연일 계속되는 강행군을 버텨내고 있는 박 대표의 보이지 않는 파워는 어디서 나온 것일까. 알려진 대로 그는 ‘단전호흡 마니아’다. 10년 전 한 지인의 소개로 처음 입문한 이후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새벽마다 1시간 동안 단전호흡을 한다. 심신 수련에 단전호흡만큼 좋은 게 없다는 게 그의 지론.
박 대표의 건강 관리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단전호흡이 끝나면 곧바로 손가락을 바닥에 짚고서 팔굽혀펴기를 20여 회 한다. 또 벽에 기대지 않은 채 물구나무서기도 한다. 이런 운동이 10년 동안 축적돼 오늘의 ‘파워 우먼’이 될 수 있었다는 게 측근들의 전언.
박 대표는 몇 년 전부터 테니스를 치고 있다.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창생인 국민통합21 정몽준 의원과 함께 테니스를 치기도 한다. 게다가 최근엔 탁구에도 심취해 있다. 심지어 지난 3월3일에는 자신의 미니홈페이지에 ‘일촌’(홈페이지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13일에 탁구 경기를 하자”는 깜짝 제안을 했다. 하지만 3월12일 국회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다음날로 예정됐던 탁구 경기는 취소됐다. 박 대표의 비서는 “당시 취소됐던 탁구경기를 이번 총선이 끝나면 개최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평소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스타일이다. 밤 11시 이전에 잠자리에 들어 새벽 5시에 기상한다. 박 대표의 또 다른 건강 비결인 셈이다.
그런데 지난달 23일 당 대표로 선출된 이후부터는 이런 규칙적인 생활 시스템이 깨졌다. 우선 취침 시각이 자정을 넘어서는 경우가 많아졌다. 요즘은 많아야 하루에 3∼4시간 정도 자고 있다고. 생활 리듬이 깨진 탓인지 박 대표는 선대위 관계자들에게 “잠이 부족해 피곤하다”고 호소하기도 한다. 요즘엔 주변 사람들로부터는 “얼굴이 핼쑥해졌다”는 얘기를 자주 듣고 있다.
그럼에도 워낙 ‘비축된’ 체력이 많아서인지 총선 투어를 하는 데 아직까지 큰 무리는 없다는 게 선대위 관계자의 전언이다.
박 대표의 ‘건강 비결’은 식생활에서도 엿볼 수 있다. 소식(小食)하는 스타일인 데다, 식사시간도 거의 규칙적이다. 거의 칼같이 새벽 6시, 정오, 저녁 6시쯤에 식사를 챙긴다는 것. 게다가 지방이 많은 육류보다는 채식을 선호하는 편이라고. 그래서 한식을 즐겨 먹는다는 게 비서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런 규칙적 식생활도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불가능해졌다고 한다.
그의 한 측근은 “박 위원장은 그동안 비축해놓았던 체력을 이번 선거운동 기간에 전부 쏟아내고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괜찮지만 선거 막판에 혹시라도 탈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박 대표는 특별히 보약을 달여 먹지는 않지만, 피로 회복을 위해 비타민제는 복용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 | ||
강인한 체력을 소유한 남성일지라도 사흘 동안 ‘3보1배’한다면 선뜻 나서기 힘들 것이다. 그럼에도 추 위원장은 전격적으로 ‘3보1배’를 결정했다. 그는 “아버지의 눈을 뜨게 하기 위해 인당수에 몸을 던졌던 심청의 마음으로 이곳(광주)에 왔다”면서 “저도 몸과 마음이 괴로운 사람이다. 체력이 감당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제 한 몸 던진다는 각오로 첫 발을 시작하겠다”며 감정이 북받치는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추 위원장은 이보다 앞선 지난달 31일 호남의 일부 중진에 대한 공천권 문제를 둘러싸고 조순형 대표가 주축인 ‘당권파’와 힘 겨루기를 하던 와중에 탈진, 국회 의무실에서 링거주사를 맞기도 했다. 당시 의사의 검진을 받지 않은 채 이틀 동안 칩거하면서 휴식을 취했다. 추 위원장 측근은 “특별히 건강에 이상 징후가 있어서가 아니라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탈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추 위원장은 선대위원장을 수락했던 지난달 28일 기자회견에서도 “며칠 동안 2∼3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당 지도부사퇴’와 ‘개혁공천’ 문제로 심신이 고달팠다는 얘기다.
이런 열악한 상황에서의 3보1배는 아무래도 육체적으로 큰 무리가 뒤따를 수밖에 없다. 추 위원장이 3보1배를 시작한 3일, 김현종 선대위 수석 부대변인은 “(추 위원장은) 탈진한 적이 있는데 아직 건강을 회복한 상태가 아니다. 의사 검진을 정식으로 받은 적이 없어서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김 부대변인의 이 같은 우려는 이틀째인 4일 현실로 나타났다. 이날 오후 추 위원장은 잠시 병원에 들러 건강검진과 무릎 치료를 받기도 했지만 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추 위원장은 마지막 날인 5일 광주 망월동 5·18국립묘지에 도착,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발표한 직후 병원으로 향했다. 사흘 동안 3보1배를 강행한 그는 허리 염좌, 무릎연골 손상, 탈진 등으로 이날 저녁 전남대병원에 입원했다.
그렇다면 평소 추 위원장은 어떻게 건강관리를 해왔을까. 그의 측근들에 따르면, 추 위원장은 이렇다 할 만한 건강 관리 비법이 없다고 한다. 다만 서울 구의동 자택에 설치한 러닝머신에서 틈나는 대로 달리기를 하는 게 고작이다. 또 자택 부근에 있는 아차산에 가끔씩 오르지만 체력보강보다는 지역 주민들을 만나 민심 동향을 체크하는 수준이다.
추 위원장은 평소에는 아침 6시께 기상해서 초등학교와 중고등학교에 다니는 세 자녀의 등교준비를 돕는다. 그나마 요즘은 학교급식으로 도시락을 챙겨야 하는 부담은 줄었다고. 정치 스케줄이 바쁠 때는 자정 넘어 귀가하는 날이 많은데도 어김없이 다음날 새벽에는 아이들의 뒷수발로 분주하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특별히 보약을 달여먹는 스타일도 아니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
이처럼 여야 3당 간판급 선대위원장들은 4·15총선에 자신의 체력과 정력을 ‘올인’하고 있다. 이미 이들 몸은 이들의 것이 아니다. 여야 선대위 관계자들은 한결같이 “전국 각지의 후보자들마다 자신의 지역구에 선대위원장이 방문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지만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하소연한다. 분신술(分身術)이 가능한 손오공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전국의 모든 지역구를 순방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그럼에도 선대위원장들은 당을 위해, 그리고 총선 이후의 입지를 위해 사생결단식으로 전국을 누비고 있다. 이 같은 ‘올인’ 행보 뒤에는 지원유세 도중 ‘장렬하게’ 쓰러지더라도 손해볼 것이 없다는 정치적 계산도 깔려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