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 ‘색깔’ 따라 수천억 왔다갔다
▲ 사진=이종현 기자 jhlee@ilyo.co.kr | ||
이 중 이번 황우석 교수 사태와 관련해 이름이 들먹여지는 기업은 메디포스트 정도다.
메디포스트는 지난 14일 공시를 통해 미즈메디병원과 함께 “경기도 판교지역에 배아줄기세포와 성체줄기세포를 융합한 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하는 줄기세포연구소를 설립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양쪽에서 출연한 1백90억원을 배아-성체 융합 줄기세포 연구소 및 재생의학 치료센터 설립에 사용하고 향후 1천억원가량을 공동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눈길을 끄는 점은 미즈메디의 입장이다.
줄기세포 연구는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배아줄기세포 연구로 나뉜다.
이 중 배아줄기세포는 황우석 교수가 주도권을 쥐고 있고, 성체줄기세포는 ‘황 교수와 함께 국내 줄기세포 연구의 양대산맥’으로 꼽히는 강경선 서울대 수의대 교수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이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메디포스트는 제대혈 등 성체줄기세포 연구쪽으로 특화돼 있다.
때문에 줄곧 황 교수와 협력해 배아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제 개발에 나섰던 미즈메디병원이 노성일 이사장의 폭탄 선언이 있기 바로 전날인 14일 메디포스트와 전격적으로 손을 잡고 1천억원대 공동연구소 설립을 발표한 것은 일각에서 미묘한 반응을 일으키지 않을 수 없다.
또 지난 11월20일에는 강경선 교수와 보라매병원, 알앤엘바이오, (주)ACTS 등으로 구성된 컨소시엄이 서울시 혁신클러스터 육성·지원 사업공모에서 ‘난치병 치료를 위한 제대혈 줄기세포 실용화 연구’ 과제 수행업체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성체줄기세포는 가톨릭계 등 배아줄기세포를 종교적인 이유로 반대하는 쪽의 지원을 업고 있기도 한다.
제대혈 줄기세포 총책임자로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는 강 교수는 여기에 참여한 알앤엘바이오의 주요주주이기도 하다. 지난 7월 (주)대원이엔티와 (주)알앤엘생명과학의 주식교환으로 바이오주로 거듭난 알앤엘바이오의 주주 중에는 1.05%, 57만7천여 주의 지분을 갖고 있는 강 교수가 있다. 강 교수는 알앤엘바이오의 모기업이라 할 수 있는 알앤엘생명과학의 이사이기도 하다.
즉 같은 서울대 수의대에서 줄기세포를 연구했다 하더라도 ‘배아’냐, ‘성체’냐에 따라 속해있는 연구집단과 이해득실에 따른 이합집산이 일어날 수 있는 대목이 있다는 얘기다. 일각에선 배아 쪽으로 매진해온 미즈메디가 성체쪽의 메디포스트와 손을 잡은 것은 이례적으로 보기도 한다. 미즈메디의 노성일 이사장이 사실상 황 교수팀과 결별을 선언하기 직전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 강경선 교수(왼쪽), 양윤선 대표 | ||
양 사장이 혈액 성분을 검사하고 그것을 정제해 보관하는 기술을 활용해 제대혈(탯줄혈액) 은행을 세우며 회사가 시작된 것. 메디포스트는 지난 7월 상장되면서 대주주인 양 사장 등에게 수백억원대의 대박을 안겼다.
또 지난해 12월 장외 제대혈 업체인 바이오메디칼홀딩스가 코스닥등록업체인 서울이동통신을 인수하면서 우회등록해 대박을 터트렸다. 산업용 플랜트 및 밸브를 생산하는 국제정공은 업종변경을 통해 제대혈은행과 임상시험수탁(CRO)이라는 사업으로 변신한 뒤 라이프코드로 이름을 바꿔 바이오 테마주에 합류하면서 대박을 터트렸다.
이 과정에서 각 대학 병원 출신 의료진들이 기업인으로 변신해 돈방석에 앉았다.
이와 관련, 눈길을 끄는 대목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그는 황 교수와 지난해 12월부터 소원하게 지냈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황 교수로부터 버림을 당했다”는 것. 그는 “토사구팽이라고 생각했다. 문신용 교수와 황 교수 사이가 먼저 틀어졌고 그 다음에 내가 버림을 당했다. 그 뒤 모 병원과 안규리 교수가 등장하면서 5월에는 안 교수가 이번 연구 논문의 최대 기여자로 언급되는 것을 들었다. 12월 전에 기여한 노성일은 기여한 게 없다고 하더라”며 서운했던 감정을 내비쳤다.
하루에도 주가상승에 따라 수백억~수천억원대의 돈이 오가는 머니게임장인 주식시장에서 최근 대박 열풍의 ‘테마’는 바이오주였고, 그 돌풍의 중심에는 황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 ‘성과’가 있었다. 즉 의료인들이 ‘협력’과 ‘연구 결과’에 따라 수천억원대의 대박이 달려있는 머니게임이었던 것.
하지만 황 교수 연구 결과를 놓고 진실 공방이 오갔던 지난 15일 성체줄기세포 연구냐, 배아줄기세포 연구냐에 상관없이 줄기세포 치료를 표방한 바이오주는 하한가를 맞았다.
‘황우석 사태’ 폭탄을 맞은 메디포스트는 홈페이지에 게시문을 내걸고 성체줄기세포 연구와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다르다고 선긋기에 나섰다.
메디포스트는 양 사장 명의의 게시문에서 “배아줄기세포 관련 논란이 이제껏 쌓아올린 메디포스트(주)의 성체줄기세포 연구 성과나 앞으로 있을 연구실적 발표에 영향을 주는 일이 전혀 없다. 성체줄기세포는 이번에 문제가 된 ‘복제’라는 배아줄기세포의 장애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성체줄기세포는 이미 수술에 사용되고 있으며 임상시험에 적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황우석 파문 이후 이미 돈으로 치환되기 시작한 ‘줄기세포 연구’의 과실이 누구 손에 떨어질지 궁금하다.
김진령 기자 kj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