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없어도 우편물은 배달중
▲ [1] 김현희씨의 주소지인 서울 이촌동의 아파트. 이 집의 소유자는 ‘김 사장’으로 ‘관련 기관’ 사람인 듯하다. [2] 김현희씨의 남편 정씨의 주소지인 서울 회기동의 다세대주택. 정씨는 결혼 전 안기부에 근무할 당시 회기동에 살았다고 한다. 임준선 기자 kjlim@ilyo.c | ||
현재 김씨 거주지인 이촌동 아파트의 소유자는 서울 강남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김아무개 사장이었다. 김 사장은 지난 99년 4월 이 아파트를 매입했다. 그렇다면 김씨가 이 아파트에 전세자로 입주해 있어야만 행정상 문제가 없지만 이 아파트의 현재 실제 거주자는 김 사장의 모친이었다. 김 사장의 모친은 “6년째 여기서 나 혼자 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김씨의 우편물은 개명한 김○○ 이름으로 이 아파트에 현재도 배달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인근에 살고 있는 김 사장은 취재진의 인터뷰 시도에 예민한 반응을 나타냈다. 김 사장은 전화 통화에서 기자가 신분을 밝히자 대뜸 “전화 끊겠다”는 말부터 했다. 이에 대해 내부사정에 관심 있는 한 소식통은 김 사장의 신분과 관련해 “관련 기관의 직원이거나 그 관계자인 것 같다”고 말했다.
남편 정씨의 주소지인 회기동 다세대주택에도 취재진이 꾸준히 방문했으나 역시 그는 현재 거주하지 않고 있었다. 이 주택에 함께 입주해 있는 다른 세입자들은 한결같이 “정씨가 누군지 모른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씨의 우편물도 이곳으로 계속 배달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소식통은 “정씨가 안기부 직원일 때 살던 곳이 바로 회기동 집이었다”면서 “김씨와 결혼하면서 회기동 집에서 서울의 모처로 이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씨는 현재 두 개의 휴대폰을 자신의 명의로 소유하고 있으나 모두 전원이 꺼져 있는 상태다.
국정원의 한 전직 관계자는 “김씨는 국가로 볼 때 중요한 ‘증거품’이다. 그 증거품이 사라지거나 신상에 무슨 이상이라도 생긴다면 그야말로 큰일이 나는 셈이다. 남편과 함께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김씨는 안가에서 보호하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김지영 기자 you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