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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박 대표가 야당의 대표 주자가 아닌 범여권의 ‘잠룡’ 중 하나로 자리매김할 뻔했다면 과연 믿을 수 있을까.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실제로 1년여 전에 그럴 만한 계기가 있었다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박 대표를 참여정부의 초기 통일부총리로 ‘낙점’해 영입을 시도했다는 것. 만약 이 시도가 성공했다면 한국의 정치 흐름은 또 다른 물줄기를 형성했을 수도 있다. ‘통일부총리 박근혜’에 얽힌 일화를 따라가 봤다.
참여정부가 지난 2003년 2월25일 돛을 올린 후 수많은 정치격변이 일어났다. 특히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으로 경제는 뒷전으로 밀려났고 결국 대통령 탄핵 사태까지 몰고 왔다. 하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참여정부 초기부터 작심하고 정치권을 비타협적인 대립 구도로만 내몰려고 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그 증거 중의 하나가 능력 있는 야당 의원들을 입각시켜 야권과 협력적인 관계를 맺으려고 했던 것이다.
최근 이광재 열린우리당 후보(강원 태백·정선·영월·평창)가 그런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이야기를 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최근 <시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를 장관 영입과 연관지어 언급했던 것. 이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1년 간 야당과 협력적인 관계를 맺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중략) 대통령이 노력하면 한나라당 의원들과도 대화가 통하리라고 생각했고, 그래서 박근혜 의원을 장관 시키려고 만나기도 했던 것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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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와 비슷한 이야기는 참여정부가 한창 내각 인선 작업을 할 때도 나왔다. <일요신문>은 지난해 3월 말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특보를 지냈던 신계륜 열린우리당 의원과 인터뷰를 한 적이 있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장관 인선 작업을 할 때 이념과 정파를 막론하고 각계의 명망 있는 인사들과 두루 접촉했다. 물론 야당도 접촉 대상에 포함됐다”는 이야기를 한 바 있다. 하지만 그때 신 의원은 그 대상자의 신원을 밝히기를 꺼려 야당의 어떤 의원이 영입 대상이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그 뒤 신 의원은 야당 의원 입각 구상에 대해 “노 대통령은 야당 출신이 장관이 못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진심으로 국정 파트너로 생각한다”며 “만약 야당이 정직하게 받아들여 협조했다면 장관에 임명했을 것이나 정계개편 신호탄이라는 불필요한 오해가 생겨 중단했다”고 전후사정을 소개하고 “노 대통령이 염두에 뒀던 분들이 있고, 간접적으로 타진한 사람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일화가 전해진 뒤 정치권에서는 야당의 영입 대상자가 누구인지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갔다. 그 과정에서 당시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가 그 주인공이 바로 박근혜 의원이라고 밝힌 것.
그렇다면 왜 여권에서는 박 대표를 통일부총리로 낙점했던 것일까. 사실 박 대표는 2002년 5월 전격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의 단독면담을 가지는 등 독자적인 남북관계 라인 형성을 위해 노력해왔다. 당시 박 대표는 김정일 위원장의 답방 재확인, 금강산 면회소 설치, 국군포로 생사 확인, 남북축구대회 개최 등 하나같이 포기할 수 없는 남북 숙원사업들을 대거 성사시켜 여권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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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노 대통령이 박 대표의 남북관계에 대한 위상을 인정하고 참여정부 초기 통일부 장관(현 통일부총리) 직을 제의했던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박 의원이 정계개편 시각 등을 우려, 그 제의를 거부해 입각은 무산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그 뒤에도 박 대표의 입각은 여전히 ‘유효’했다는 것이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었다. 이와는 달리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 물망에 올랐던 김홍신 의원의 경우 실제로는 입각이 거론조차 되지 않았다고 한다. 여권이 얼마나 박 대표 영입에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측은 “참여정부 초기 공식적으로는 그런 제의를 받은 적이 없다. 그런데 비공식적으로 통일부총리 제의를 받은 적은 있다. 하지만 그때 한나라당은 대선에서 패배한 뒤 깊은 침체에 빠져 있었다. 그런 마당에 어떻게 훌쩍 한나라당을 떠나 여당의 부총리 자리를 받을 수 있단 말인가. 또한 여권의 정계개편에 휘말릴 우려도 있어서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박 대표측은 “박 대표는 평소에도 ‘남북관계만은 초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남북 문제 해결을 위해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방북할 뜻도 있음을 수 차례 밝혔다. 하지만 그때는 영입 시도 이면에 뭔가 다른 의도가 있었다고 보았기 때문에 거절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총선을 거치면서 한나라당의 차기 주자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만약 그가 1년 전 다른 마음을 먹고 여당의 품에 안겼더라면 이번 총선 기간 동안 그의 어깨에는 열린우리당이라는 노란색 띠가 펄럭거렸을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