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역 인근 모습. | ||
특히 부산과 경남의 광역단체장 선거는 4·15총선의 ‘제2라운드’ 성격까지 띠고 있어 정가의 뜨거운 관심을 끌고 있다. 국회 과반 의석(1백52석)을 차지했으나 부산·경남(PK) 지역에선 3석밖에 못 건진 열린우리당은 ‘설욕전’을 벼르고 있다. 이에 맞서 한나라당도 전통적인 텃밭을 내줄 수 없다며 수성을 다짐하고 있다. 벌써부터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 간에 물밑 신경전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재·보궐선거 후보 등록일(5월21일과 22일)이 한 달 남은 시점이지만 전·현직 국회의원 등 거물급 인사들이 단체장 후보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고, 일부는 선거캠프까지 차린 상태다.
4·15총선 결과 PK의 심장부인 부산에선 한나라당이 전체 18석 가운데 17석을 석권했고, 열린우리당은 1석을 차지하는 데 그쳤다. 그런데 이 지역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한나라당은 52.5%(비례대표 49.4%)이었고, 열린우리당은 38.9%(33.7%)로 최종 집계됐다.
총선 득표율로만 보면 두 달 뒤의 6·5재·보선에서도 한나라당 후보가 다소 유리할 듯하나, 노무현 대통령 탄핵 심판 결과와 열린우리당 입당 문제 등 선거일까지의 변수가 적지 않아 섣불리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양당에서 부산시장을 노리는 출마예정자들은 누구일까. 우선 안상영 부산시장이 지난 2월4일 자살한 이후 시장권한대행을 맡고 있는 오거돈 행정부시장이 유력한 한나라당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오 권한대행도 시장 출마 의사가 있음을 내비쳤다.
▲ 부산시장 : 오거돈,문재인(왼쪽부터) | ||
열린우리당은 현재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의 대리인을 맡고 있는 문재인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출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한 고위 당직자는 “(5월30일) 17대 국회가 시작되면 새로운 소추위원을 선임해야 하는 문제가 있기 때문에 탄핵심판 사건은 5월 중순쯤이면 최종 결론이 날 것으로 본다. 그렇게 되면 문 전 수석의 출마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열린우리당 안팎에선 부산지역에서 출마했다가 낙선의 고배를 마셨던 이철·김정길 전 의원 등이 후보감으로 거명되고 있다. 그런데 이들은 부산시장 출마 여부에 대해 아직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경남의 경우 이번 총선에서 17곳의 지역구 가운데 14곳은 한나라당이, 2곳은 열린우리당, 한 곳은 민주노동당이 각각 차지해 한나라당의 아성이라는 사실을 재삼 실감케 했다. 정당별 지역 득표율도 한나라당이 47.7%(비례대표 47.3%), 열린우리당은 34.4%(31.7%)로 나타났다.
이 지역도 부산과 마찬가지로 한나라당이 우세하긴 하나 여러 변수 때문에 막판까지 쉽게 승부를 점칠 수 없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분석. 지난해 12월 한나라당에서 열린우리당으로 말을 갈아 탄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의 ‘영향력’도 또 다른 변수로 거론되고 있다. 여기에 권영길 대표(창원을)의 국회 입성으로 탄력을 받은 민주노동당도 경남도지사에 잔뜩 ‘눈독’을 들이며 일전을 준비중이다.
한나라당에선 총선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 의사를 밝혔다가 철회한 이후 경남선대위 공동위원장을 맡았던 하순봉 의원(진주)이 출마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총선 당시 경남도내를 구석구석 누볐던 하 의원의 한 측근은 “(하 의원은) 도지사 출마 여부는 당명에 따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도 “출마할 뜻이 없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 경남지사 : 하순봉, 김용균, 김두관, 장인태(왼쪽부터 시계방향) | ||
총선 당시 한나라당 경남선대위 본부장을 맡았던 권양상 변호사도 오는 5월에 실시될 당내 경선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한나라당 출마예정자 가운데 가장 먼저 창원에 선거캠프를 차리기도 했다. 또한 ‘안풍 사건’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던 강삼재 의원도 재·보선 이전에 무죄가 확정될 경우 도지사에 도전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강 의원의 한 측근은 이와 관련해 “강 의원의 도지사 출마설이 나돌고 있지만, 아직 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강 의원은) 출마 여부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안병호 전 수도방위사령관도 한나라당 간판으로 출마할 뜻을 갖고 있으며, 한나라당 서울 종로지구당 부위원장인 이태희 스카이랜드 대표도 무소속 출마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열린우리당에선 김혁규 전 지사로부터 신임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장인태 경남도지사 권한대행이 유력한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장 권한대행은 “아직 어떤 정당으로부터 구체적인 출마 제의를 받은 적은 없지만, 행정의 연속성을 생각한다면 민선 지사로 일을 해보는 것도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선거 출마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지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고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또한 열린우리당 후보군으로는 이번 총선에 출마했다 낙마한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과 공민배 전 창원시장 등이 꼽히고 있다. 김두관 전 장관은 “지사 후보 문제는 김혁규 상임중앙위원의 의견을 존중할 것”이라고만 밝혔다.
여기에 김 전 지사와 함께 경남도 내 현직 시장과 군수로는 유일하게 열린우리당에 입당했던 김병로 진해시장과 경남도당 선거본부장을 맡았던 정구용 전 하동군수 등도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가 지역 정가에 나돌고 있다.
4·15총선을 통해 원내 진입에 성공한 민주노동당은 내친 김에 도지사 출마 경험이 있는 임수태 도지부장을 앞세워 ‘도청을 접수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