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충전에 400~600km 꿈의 전기차 “시운전 중”
올해 제네바모터쇼에 선보인 콴트 e-리무진. 위 작은 사진은 양산을 앞두고 공식 번호판을 다는 모습. 사진출처=나노플로우셀 웹사이트
유럽 중부의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의 나노플로우셀AG(nanoFLOWCELL AG)라는 연구개발센터가 독일 자동차부품업체 보쉬엔지니어링과 손잡고 개발한 전기 스포츠카다. 차 이름은 ‘콴트 e-스포츠리무진(Quant e-Sportlimousine).’ 스웨덴의 슈퍼카 메이커 코닉세그의 콘셉트카 ‘NVL 콴트’를 베이스로 삼아 전기자동차로 개조한 모델이다.
최근 유럽 언론들은 “나노플로우셀AG의 콴트 e-스포츠리무진이 양산을 앞두고 독일 기술감독협회(T·V S·d)의 인증을 받아 공식 번호판을 달고 뮌헨 등 일부 지역에서 시험주행에 나선다”고 보도했다. 나노플로우셀AG의 웹사이트에는 ‘ROD Q 2014’라는 번호판을 단 콴트 e-리무진의 사진이 올라와 있기도 하다.
현지 언론들이 자동차 업체로는 무명에 가까운 나노플로우셀AG의 새로운 차에 비상한 관심을 보인 데엔 나름의 까닭이 있다. 업체 측의 설명대로라면 콴트 e-스포츠리무진이 가히 전기자동차의 새 지평을 열 만한 혁신적인 동력 시스템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회사 이름이기도 한 ‘나노플로우셀’이라는 ‘플로우 배터리’가 바로 핵심 기술. 이 차의 뒷부분 중앙에는 나노플로우셀이 놓여 있고 그 양옆으로 전해물질을 담은 200리터짜리 탱크가 설치돼 있다. 2개의 탱크에 담긴 음과 양의 액체 전해물질이 두 칸으로 분리된 셀 사이를 순환하면서 일어나는 산화환원 프로세스를 통해 전기에너지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전해물질은 대부분 소금물과 같은 가장 근본적인 액체로 구성돼 있으며, 귀금속이나 희토류 원소를 사용하지 않아 경제적이고 매우 친환경적이라는 게 나노플로우셀AG 측의 설명이다. 언론에서 콴트 e-스포츠리무진에 ‘소금물로 달리는 자동차’라는 별명을 붙인 것도 이 때문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플로우셀 시스템은 다수의 전기자동차에서 동력원으로 삼고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 시스템에 비해 5배 정도 에너지 효율이 높다는 주장이다. 나노플로우셀AG는 시뮬레이션 결과 콴트 e-스포츠리무진이 한 번 충전으로 400~600㎞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콴트 e-스포츠리무진은 나노플로우셀에서 생산된 전기에너지를 차량 지붕에 장착된 2개의 ‘슈퍼캡’ 축전지에 저장한다. 회사 측 설명에 따르면 슈퍼캡 축전지는 에너지 손실이 없는 고성능 저장 장치로서, 매우 빠르게 전기를 방출해 스포츠카에 걸맞은 순간동력을 전기모터에 전달한다. 또한 차 앞부분에 설치된 4개의 구동모터는 최대 680㎾의 파워를 발휘해 콴트 e-스포츠리무진이 시속 380㎞의 최고속도를 내도록 한다는 것.
회사 측의 주장대로라면 콴트 e-스포츠리무진은 출시와 함께 전기자동차 시장에 일대 파란을 일으킬 만하다. 그렇다면 이 놀라운 성능의 괴물 전기자동차는 과연 양산형 자동차로서 성공할 수 있을까. 아직까지는 좀 더 두고봐야 할 단계인 듯하다. 현재까지 언론에 공개된 것은 이 차의 프로토타입뿐이다. 나노플로우셀AG는 지난 3월 제네바 모터쇼에 콴트 e-스포츠리무진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한 데 이어, 최근 도로 시험주행을 준비하고 있다. 연구소에서 이뤄진 시뮬레이션과 실제 도로 주행 결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음으로 따져봐야 할 부분은 업체의 기술력이다. 나노플로우셀AG는 지난해 12월 리히텐슈타인의 수도 파두츠에 설립된 신생 업체다. 하지만 연구개발 기업으로서의 뿌리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회사 설립자인 눈치오 라 베치아(Nunzio La Vecchia)는 물리학자이자 발명가로 태양에너지, 플라즈마에너지를 비롯해 디지털 및 전기공학 분야에서 6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그는 환경과 공존하는 새로운 경지의 자동차를 꿈꿔왔고, 콴트 e-스포츠리무진이 그 첫 결실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생업체의 대표인 그가 시험주행을 앞두고 언론 브리핑에서 콴트 e-스포츠리무진에 대해 “프로토타입의 개발, 완성에만 총 14년이 걸린 모델”이라고 밝힌 것도 이러한 내력 때문이다.
나노플로우셀AG는 ‘무명’의 회사이지만 에너지 기술 분야에서는 나름의 내공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된다. 여기에 자동차 부품 전문기업인 보쉬엔지니어링이 파트너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나노플로우셀AG의 기술력, 특히 나노플로우셀 배터리의 효율성에 대해선 업계의 시선이 엇갈리고 있다. 뿐만 아니라 향후 양산체제에 돌입한다고 해도 변수는 또 있다. 차의 가격이 어떻게 책정되느냐에 따라 시장의 반응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현재 나노플로우셀AG 측은 차량 예상 가격에 대해 전혀 정보를 공개하고 있지 않다.
어찌 보면 검증은 이제 막 시작됐을 뿐이다. 나노플로우셀AG가 콴트 e-스포츠리무진 프로토타입을 공개하며 내건 슬로건은 ‘새로운 시대의 최초’였다. 과연 콴트 e-스포츠리무진은 새로운 전기자동차 시대를 여는 개척자가 될 수 있을까.
이정수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