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소설 ‘명량’은 모함으로 억울한 옥살이를 한 이순신 장군이, 그가 옥에 갇힌 동안 벌어진 칠천량 싸움에서 모두 격파되고 남은 12척의 수군으로 330척에 이르는 왜적에 맞서 싸운 이야기를 그려내고 있다.
거대한 적수에 나라의 수장인 임금조차 바다를 버리고 육상군에 합류하라 명하지만 ‘바다를 버리는 것은 조선을 버리는 것’이라 믿은 이순신 장군은 12척의 판옥선을 정비해 바다로 나선다.
영화 속에서 ‘국내 최초 해전세트 촬영’과 ‘초대형 스케일’로 회자 됐던 해전신은 치열하고 긴박한 전투 묘사를 통해 소설에서도 그 힘을 발휘한다.
또 냉철한 장수이기 이전에, 하나의 인간이자 아버지로서 이순신이 가졌던 고뇌와 갈등을 섬세히 그려내고 그를 둘러싼 인물 묘사도 생생하게 전달한다.
소설 ‘명량’의 작가로 나선 김호경 작가의 힘이다. ‘오늘의 작가상’을 수상하고 다양한 장편소설과 영상소설로 이름을 알린 그는 단단한 필력으로 소설 ‘명량’의 작품성에 힘을 실었다.
소설 ‘명량’이 시나리오에서 소설로 단순히 형식을 바꿔낸 보통의 스크린셀러가 아닌,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 없는 ‘역사소설’로 평가받는 이유기도 하다.
21세기북스. 1만 3800원. 364쪽.
조현진 기자 gabar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