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WCL 4강전서 대북단체 대거 집결 응원전…내고향은 승리 뒤 응원석·취재진에 무응답

양 팀의 경기는 2025-2026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전이었다. 이번이 2회째를 맞은 대회다. 앞서 지난 1월 대한축구협회는 4강전과 결승전을 국내에서 개최하겠다는 의향서를 제출했다. 지난 3월 말 수원 FC 위민이 4강 진출에 성공하면서 대회의 국내 개최 또한 확정됐다.
AFC는 대회 4강부터 한 장소에서 일정을 진행한다. 2024-2025시즌의 경우 중국 우한에서 개최됐고 이곳을 연고지로 하는 우한 처구 장다가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대한축구협회 또한 이 같은 그림을 그렸다. 수원의 우승 도전에 힘을 보태기 위해 여자 챔피언스리그 4강전과 결승전을 개최한 것이다. 수원 주장 지소연은 "국내에서 4강을 치를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고 싶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수원은 어렵게 4강까지 올랐다. 2025년 말 미얀마 양곤에서 열린 그룹스테이지에서 4개 팀 중 3위에 올라 가까스로 토너먼트에 진출했다. 당시 이미 북한의 내고향과 만나 0-3으로 완패하기도 했다.
다만 2026년에 들어서며 수원은 대대적인 보강에 나섰다. '대한민국 올타임 넘버원' 지소연이 3년 만에 돌아왔다. 이외에도 김혜리, 최유리 등 국가대표 자원들이 합류했다. 일본인 공격수 하루히도 영입됐다. 적극적인 전력 보강에 챔피언스리그 4강 이상의 성적도 내다봤다.

당초 내고향 축구단의 방남은 불확실했다. 이전까지 북한 축구클럽이 방남한 사례는 없었다. 북한 지도층은 스포츠 분야에서 특히 남북 대결 결과에 예민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 간 전력 차가 큰 남자 축구 국가대표의 방북 경기(2019년 10월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는 무관중으로 펼쳐지기도 했다. '대패하는 모습을 공개하기 꺼렸을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내고향의 방남이 확정된 이후 국내에서는 스포츠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반응이 나왔다. 일부 대북단체들은 이들을 환영하는 성명을 내면서 응원단 모집 등 별도의 움직임을 보였다. 곧 통일부가 나서 내고향 구단을 응원하는 국내 민간 단체들에게 남북협력기금 3억 원을 지원한다는 발표도 냈다.
이후 수원 FC 위민 응원단에 대한 지원 형평성 논란이 나왔다. '홈 이점을 누리려 대회를 개최했는데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논란이 지속되자 통일부는 '공동 응원단'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다. 특정 팀이 아닌 양 팀 모두의 선전을 응원한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이론적으로는 수원이 일방적 응원을 등에 업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북한 현지에서 내고향 구단을 응원하는 인원들이 우리 측 경기장을 방문하는 것이 불가능한 특수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북 단체에서 움직이며 응원단의 숫자는 역전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국내에서 WK리그 등 여자축구는 남자에 비해 크게 관심을 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이에 수원 구단을 포함한 축구계는 섭섭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여타 대회와는 다른 긴장감이 경기를 앞두고 이어졌다. 내고향 선수단의 입국 현장, 환영 인파가 있었으나 선수단의 별다른 반응은 없었다. 경기를 앞두고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도 분위기는 크게 다르지 않았다. 공동 응원단의 뜨거운 열기와 관련한 질문에 내고향 리유일 감독은 "여기에 경기를 하러 왔다. 응원단 문제는 감독과 선수들이 상관할 일이 아니다"라고 답했다.
경기 당일 우려는 현실로 다가왔다. 경기를 앞두고 수원종합운동장 일대에는 관광버스가 속속 도착했다. 수원이나 내고향 선수들을 실은 버스 외에도 여럿이었다. 평안남도중앙도민회, 남북협회, 민주평통협의회 등의 단체명이 적힌 버스에서는 흰 우비를 맞춰 입은 인원들이 줄지어 내렸다.
통상적으로 홈팀 응원단이 자리 잡는 골대 뒤 관중석이 아닌 사이드라인 측(동쪽 스탠드)에는 '공동 응원단'이 대거 자리를 잡았다. 이들은 응원단장과 치어리더까지 앞세웠다. 형형색색의 막대풍선, 응원 머플러 등도 함께했다.
경기 중 응원은 '공동 응원단'이라는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듯했다. 응원단장은 수원과 내고향 양 팀의 이름을 번갈아 외쳤고 호응을 유도했다. '우리 선수 힘내라, 잘한다' 등의 중립적 구호도 이어졌다. 하지만 반응의 차이는 있었다. 내고향을 외치는 응원단의 목소리가 도드라지게 우렁찼다. 내고향 측의 결정적 공격 장면에서 환호성이 더욱 크게 터져나왔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 감격에 젖은 일부 인원은 '남북통일'을 목 놓아 외치기도 했다. 수원 응원석은 여느 K리그, WK리그 경기가 그렇듯 홈팀을 향한 열정적인 응원이 이어졌다.
경기는 수원의 석패였다. 볼 점유율 57%-43%, 슈팅 수 17-7로 경기 분위기를 주도했으나 결정을 짓지 못했다. 선제골로 앞서 나가다 역전을 허용해 1-2로 패했다. 경기 막판 페널티킥을 얻어내고도 실축으로 추격 기회를 놓쳤다.
결승 진출 실패의 아쉬움에 수원 선수단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경기장에 쓰러져 낙담하는 일부 선수들은 동료들이 일으켜 세웠다. 이들은 자신을 응원해준 골대 뒤 팬들에게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내고향 선수들은 달랐다. 승리가 확정된 이후 그라운드에서 기쁨을 나눴다. 선수단 전체가 인공기를 펼쳐 들고 기념사진을 남기기도 했으나 응원단을 향한 반응은 보이지 않았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리유일 감독이 "(응원에 대해) 크게 의식은 잘 못했다. 주민들이 축구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것 같다"는 말을 남기는 정도였다. 이에 더해 내고향 선수단은 경기 후 개별 인터뷰가 진행되는 믹스트존에서 취재진 질문에 대한 반응 없이 지나쳤다. 공동 응원단의 응원에 돌아온 것은 냉랭함뿐이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