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대 국회의원 당선자들 중 여야 3당의 ‘계보’를 분석해본 결과 여야를 통틀어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계파가 사실상 최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이 바로 ‘정동영 대망론’의 확산 배경으로 보인다. | ||
여야 3당은 공히 이번 총선을 통해 엄청난 변혁의 시기를 맞게 됐다. 무엇보다 내부의 인적 구성이 크게 바뀌었다. 총선 결과 초선이 전체(2백99명)의 63%인 1백88명에 달할 만큼 역대 최고의 ‘물갈이’가 선거를 통해 이뤄졌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1백52명 의원 중 초선의 비율이 무려 72%(1백9명)에 달하며, 보수정당인 한나라당도 1백21명 중 51명(51.4%)에 이른다. 의회에 처음 진출하는 민주노동당은 당연히 10명 의원 전원이 초선이다. 여야 3당에 이처럼 초선 의원들 수가 많다는 것은 바꿔 말하자면 내부 권력질서도 그만큼 크게 달라졌다는 얘기다.
총선 전 의원 수 47명의 ‘미니 여당’이던 열린우리당이 선거를 거치면서 몸집이 3배가 넘게 커졌다. 한나라당도 이전까지 양대 기둥이었던 민정계와 민주계가 선거를 치르면서 몰락해 질서 재편이 불가피한 상황. 민노당 역시 제도권에 들어오면서 그동안 내부적으로 잠복해 있던 강경파와 온건파 간의 노선 경쟁이 불거질 가능성을 안고 있다는 평가다.
먼저 열린우리당의 경우 선거를 치르면서 이념적 스펙트럼과 인적 구성이 더욱 복잡해졌다. 선거 과정에서 문성근씨가 언급했던 ‘잡탕’이 결코 지나친 비유가 아니라 할 정도다. 크게 봐서 당권파와 친노(親盧)그룹, 재야파와 중도파 등 4개 계파로 분류되지만 세밀하게 잣대를 들이댈 경우 10여 개 그룹은 족히 넘어선다는 분석이다.
당권파의 경우 이른바 ‘천·신·정’이라 불리는 정동영 당 의장과 신기남 상임중앙위원, 천정배 의원 등을 축으로 형성되어 있다. 우선 ‘친(親) 정동영계’는 이번 총선에서 그 수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늘어, 의원 수만 해도 대략 30여 명이 넘을 정도다. 정 의장이 지역구-비례대표 후보 선정 과정에서 자파 인사들을 대거 공천한 데다 전북권을 중심으로 ‘정동영 대망론’이 확산되고 있는 것이 주요 배경이다.
정동영계의 면면을 살펴 보면 우선 전북권에선 강봉균 이강래 정세균 의원과 조배숙 채수찬 한병도 김춘진 당선자 등이 있다. 이 중 눈길을 끄는 이는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과정에서부터 정 의장의 핵심 브레인으로 활약해온 채수찬 당선자. 정 의장의 고교(전주고)-대학(서울대) 후배로 미국 라이스대 교수였던 채 당선자는 이번에 정 의장의 지역구(전북 전주 덕진)를 물려받아 당선돼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외부 영입인사들도 정동영계의 중심축을 이루고 있다. 언론계에선 전주고-서울대 1년 후배인 최규식(전 한국일보 편집국장) MBC 후배인 박영선(전 경제부장) 노웅래(전 사회부 차장), 민병두 당선자(전 <문화일보> 정치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또 이계안(전 현대캐피탈 회장) 장복심(전 대한여약사회 회장) 홍창선(전 한국과학기술원 총장) 이은영 당선자(한국외대 교수) 등 각계 저명인사들과 조성태(전 국방부 장관) 김명자(전 환경부 장관) 정덕구(전 산자부 장관) 정의용 당선자(전 국제노동기구 대사) 등 전직 고위관료, 심재덕(전 수원시장) 이시종 당선자(전 충주시장) 등 기초단체장 출신도 눈에 띈다.
▲ ‘계보만들기’에 무관심해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한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왼쪽)의 ‘민생우선’ 정책은 ‘암초’를 만날지도 모른다. 시사주간지공동취재단 | ||
당권파에는 정동영계 외에 천정배계와 신기남계도 있다. 천정배계로는 고교(목포고)-대학(서울대 법대) 동문인 유선호 당선자(전 청와대 정무수석)와 옆 지역구(경기 안산 단원을)로 공천 과정에서 연을 맺은 제종길 당선자(전 한국해양연구원 연구원), 그리고 민변 출신인 최재천 임종인 당선자 등이 꼽힌다.
또 신기남계로는 노현송(전 서울 강서구청장) 문병호 당선자(변호사, 인천 부평갑) 등이 거론된다.
2002년 대선 이전과 이후 노무현 대통령과 이런 저런 인연을 맺은 ‘친노(親盧) 그룹’은 수적으로 보면 당내 최다를 자랑한다. 우선 통추 그룹 금배지로는 노 대통령의 정치적 사부인 김원기 열린우리당 최고상임고문과 원혜영 전 부천시장, 유인태 전 청와대 정무수석이 눈에 띈다.
김 고문의 경우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판정 이후 단행될 개각에서 국무총리나, 최다선(6선)인 점을 감안해 17대 국회 전반기 국회의장으로 거론되고 있다. 또 노무현 정권 출범 초 행자부 장관 후보로 거명됐던 원 전 시장도 ‘노심’(盧心)에 정통하다는 점에서 향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인물이다.
이른바 ‘노무현 캠프’ 출신 중엔 염동연(전 대선 후보 정무특보) 이광재(전 청와대 국정상황실장) 서갑원(전 청와대 정무1비서관) 백원우(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 홍미영(인천 시의원) 선병렬(대전 동구) 김기석 당선자(경기 부천 원미갑) 등이 있다. 이 중 이광재 서갑원 백원우 당선자는 노 대통령 386참모들의 핵심으로 당 안팎의 주목을 받고 있다.
순수 청와대 출신 인사는 문희상(전 비서실장) 권선택 당선자(전 인사비서관)가 있다. 또 정부 출신으론 한나라당 홍사덕 원내총무를 꺾은 경기 고양 일산갑의 한명숙 당선자(전 환경부 장관)를 비롯, 김진표(전 경제부총리) 안병엽(전 정보통신부 장관) 신중식(전 국정홍보처장) 변재일(전 정통부 차관) 이근식 당선자(전 행자부 장관) 등이 있다.
또 범(汎) 개혁당 그룹은 김원웅 유시민 의원을 비롯, 박명광(전 경희대 부총장) 강혜숙(청주대 교수) 유기홍 김형주 정청래 이원영 안민석 이기우 김태년 강창일 김재윤 당선자 등이 꼽힌다. 이 중 김형주 당선자는 서울 광진을에서 추미애 민주당 선대위원장을 꺾어 기염을 토한 바 있다.
영남그룹에선 김혁규 열린우리당 상임중앙위원(전 경남지사)을 필두로 조성래(열린우리당 부산시당 위원장) 윤원호 조경태 강길부 김맹곤 최철국 당선자 등이 있다. 이들 중 조경태 당선자와 김맹곤 최철국 당선자는 각각 부산과 경남에서 유일, 유이하게 열린우리당 간판으로 당선됐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를 축으로 한 재야그룹은 크게 세 부류로 나뉜다. 우선 김 대표와 행로를 같이 한 직계로 분류되는 인물로는 이광철 박홍수 최규성 당선자가 꼽힌다. 이 중 전북 김제에서 당선된 최규성 당선자는 김 대표의 계보 모임인 ‘국민정치연구회’ 사무총장을 지낸 핵심측근으로 부인인 이경숙 당선자(비례대표·전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와 함께 헌정 사상 첫 부부 의원으로 유명하다.
다음은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전대협 1~3기 의장을 지낸 이인영(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 오영식 당선자(88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와 임종석 의원(89년 한양대 총학생회장)을 우선 꼽을 수 있다. 또 송영길 의원과 우상호 강기정 정봉주 최재성 이철우 복기왕 당선자 등이 있다. 이밖에 재야 출신으로 정치권에 일찍 착근한 인물군으로는 임채정 이해찬 장영달 신계륜 이호웅 의원과 우원식 이화영 문학진 노영민 유승희 윤호중 지병문 당선자 등이 꼽힌다.
▲ 대표단회의를 주재하고 있는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표. 이종현 기자 | ||
보수정당을 자처하는 한나라당은 이념적 성향과 정책노선에 따른 계파 구분보다는 영입 과정과 지역적 기반, 선수(選數)에 따른 분류가 유효한 측면이 많다. 이는 총선 승리를 이끈 박근혜 대표가 ‘계보 만들기’에 무관심한 데다 이전까지 양대 기둥이었던 민정계와 민주계가 급격히 몰락한 것이 배경이다.
먼저 초선 이상 선수의 의원들을 중심에 놓고 보면 크게 다선 중진그룹과 미래연대를 축으로 한 개혁그룹이 눈에 띈다. 중진그룹으론 5선의 강재섭 김덕룡 박희태 이상득 의원과 4선의 김형오 이강두 이규택 의원 등이 꼽힌다.
27명에 이르는 3선 중엔 김문수 맹형규 안상수 이윤성 이재오 이재창 최연희 황우여 홍준표 남경필 이경재 김영선 의원 등 12명을 빼고는 모두 영남권인 것이 특징. 이들 중엔 박 대표와는 비교적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김기춘 김용갑 정형근 김광원 이상배 이해봉 임인배 의원 등 보수색채가 강한 영남권 의원들과 ‘노무현 저격수’인 김문수 홍준표 의원 등은 ‘민생 우선’을 내세운 박 대표의 정국 운영에 반기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
또 강재섭 의원은 차기 대권에 대한 야망을 품고 있어 본질적으론 박 대표와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는 분석이다.
소장-개혁그룹은 ‘박근혜 체제’ 옹립에 결정적 역할을 하면서 한나라당이 향후 ‘합리적 보수정당’으로 거듭나는 데 주도적 역할을 하리란 분석이다. 30대에 3선 고지에 오른 남경필 의원을 필두로 권영세 원희룡 박진 심재철 임태희 전재희 정병국 의원(이상 재선) 등이 주축이며 고진화 정두언 이혜훈 김양수 진수희 고경화 당선자 등이 주축이다.
합리적 보수를 추구하지만 소장-개혁그룹과 차별성을 갖는 세력으론 박세일 선대위원장을 축으로 한 외부 전문가 그룹을 꼽을 수 있다. 박 위원장을 비롯해 김애실 윤건영 박재완 이주호 이군현 서상기 당선자 등 주로 교수 출신 비례대표 당선자들이 주축을 이루고 있으며, 부산의 박형준 이성권 김희정 당선자 등 이른바 ‘한국의 길’ 출신도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영남 출신 초·재선 중 위의 분류에 속하지 않는 의원들은 현재로선 잠재적 ‘친(親) 박근혜’ 그룹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란 분석이다. 상당수는 당초 공천 과정에선 최병렬 전 대표의 덕을 주로 봤지만, 최 전 대표가 총선 전 중도하차하는 바람에 성향을 따지기가 애매해진 상태다.
서병수 엄호성 안경률 허태열 김병호 김정부 김학송 이방호 이병석 김성조 이인기 의원 등과 유기준 곽성문 김석준 김기현 김태환 장윤석 최경환 김재원 이재웅 박승환 김재원 당선자 등이 꼽힌다. 그러나 이들 중 일부는 최 전 대표의 재기 여부에 따라 향후 행보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진보정당으로 첫 원내 진출에서 일약 3당으로 우뚝 선 민노당은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과 비교하면 이념·정책적 갈등은 거의 없는 편이다. 그러나 창당 이후 15~16대 대통령 후보로 나서며 당의 간판 역할을 했던 권영길 대표의 당내 위상이 이전보다는 약화될 것이란 것이 일반적인 예상이다.
특히 권 대표가 비교적 온건노선을 표방해 온 반면 전노협과 민주노총 설립의 산파역인 천영세(선대위원장) 단병호(민노총 위원장) 심상정(전 민노총 금속노조 사무처장) 최순영 당선자(전 YH노조 위원장) 등은 상대적으로 강경파로 분류되고 있어 제도권 진입 후 정국 대응을 놓고 이견을 빚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준원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