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 안되는 게 어딨니 다~~ 되지
▲ ‘역할대행 사이트’를 매개로 공공연한 성매매가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 특정사실과 관계 없음. | ||
미국 일본 등 해외에서 성행하던 이런 이색 직업은 이성친구가 없는 고객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일일 데이트’ 대상이 되어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이색 풍경이 최근 국내에 도입되면서 그 성격이 엉뚱하게 바뀌는 경우가 흔하다.
대개의 경우 역할 도우미의 역할은 함께 영화를 보고 술자리를 갖는 정도의 일상적인 데이트로 한정되어야 하지만 잠자리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는 것이다. 물론 성관계에 대한 돈은 별도로 지불된다. 즉 역할 도우미가 불법 성매매로 이용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는 것이다. 역할대행 사이트를 통해 벌어지고 있는 불법 성매매의 실태를 살펴보도록 한다.
살다 보면 누군가가 필요한 시점이 있기 마련이다. 모임에 함께 나가줄 애인이 필요하거나, 썰렁한 결혼식장을 채워줄 하객이 필요하고, 때론 헤어진 옛 연인을 확실히 정리하기 위해 새로운 연인이 필요할 때도 있다. 이런 특정 상황에서 필요한 역할을 대행해주는 이들이 바로 역할대행 도우미다.
여기서 얘기하는 특정 상황은 그 의미가 매우 포괄적이다. 예를 들어 혼자 생일을 보내기 싫은 이에게는 생일 자체가 특정 상황이고, 오늘 밤이 무척 외로울 것 같은 이에게는 바로 이 순간이 특정 상황인 셈이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다양한 형태의 역할대행 사이트가 운영되고 있는데 대부분 역할대행 도우미로 일할 알바생들과 이들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회원들을 중계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역할대행 사이트가 회원과 도우미를 연결해주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회원의 의뢰를 받은 사이트 운영자가 적합한 도우미를 골라서 연결해주는 방식이 있고, 회원들끼리 자유롭게 정보를 교환하는 직거래 방식이 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법 성매매는 대개 후자의 경우에서 빈번하게 이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는 역할대행 사이트 가운데 몇 곳을 찾아 직거래 방식을 통해 도우미들과의 접촉을 시도했다. 이들 사이트는 직거래 공간에 별도의 게시판을 만들어 도우미의 소개 글과 연락처 등을 공지해두고 있다. 기자는 일반 남성 고객을 가장해 직거래 게시판에서 접한 몇몇 여성 도우미들에게 은밀한 만남을 제안하는 메일을 보냈다. 저녁 무렵 만나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까지 데이트하자는 내용이었다.
예상외로 답장 메일은 곧바로 도착했다. 거기에는 “30만 원 정도의 페이(역할대행 도우미가 받는 금액)면 님께서 원하시는 것은 모두 가능하다”며 사실상 성매매를 수락하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 더 자세한 내용, 다시 말해 날짜와 장소 등을 구체적으로 메일로 다시 보내달라고 요구했다.
또 따른 한 통의 답 메일이 밤늦은 시간에 도착했다. 역시 수락하는 내용이었는데 이번에는 페이로 50만 원을 요구했다.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절대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글이 첨부되어 있었다. 실제 역할대행 사이트에서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다는 소문이 사실로 확인되는 순간이다. 한 가지 눈길을 끄는 사안은 제안 메일을 보낸 세 명 가운데 한 명에게는 답 메일이 오지 않았다는 점이다.
앞서 답 메일을 보낸 두 여성 도우미는 성매매가 가능할 것 같은 뉘앙스의 적극적인 소개 글을 올린 이들이었다. 대부분의 도우미 여성들은 소개 글에서 “스킨십 절대 사절” 내지는 “불법적인 요구는 응하지 않음” 등의 표현으로 성매매가 불가함을 피력한다.
반면 답 메일을 보내온 이들은 이런 의사를 표시하지 않은 채 “무엇이든 가능하다” 등의 얘기만 올려놓았다. 결국 간접적으로 성매매를 암시한 셈. 반면 답 메일을 보내지 않은 세 번째 도우미는 소개 글에서 “스킨십은 사양한다”고 밝힌 것처럼 자정 넘은 시간까지 데이트를 원한다는 요구를 거절한 듯 보였다. 그런데 취재 과정에서 만난 김 아무개 씨는 기자의 접근방식이 잘못 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일 뿐이라고 얘기한다.
역할대행 사이트는 물론이고 채팅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일반여성’과의 만남을 자주 즐긴다는 김 씨는 우선 페이 부분에 대해 “조건녀(채팅 사이트에서 1:1 대화를 통해 성매매에 나서는 여성들)가 시간당 15만 원이라는 점과 비교해볼 때 30만 원이면 절대 비싼 편은 아니다”라고 설명한다.
김 씨는 역할대행 사이트의 경우 능력만큼 성사확률이 높다는 논리를 내놓는다. 대부분의 여성 도우미들이 성매매는커녕 스킨십조차 거부하고 있지만 실제 만남이 이뤄진 다음에는 상황이 달라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
김 씨는 “일정 부분의 스킨십은 우선 만남 뒤에도 충분히 가능하다. 예를 들어 데이트인 만큼 팔짱, 포옹, 뽀뽀 정도는 허용해 달라고 요청하면 대부분 받아들인다. 그렇게 만나서 술을 마시면서 작업을 걸어야 하는데 간혹 작업에 넘어가 순순히 모텔 행에 동의하는 이들도 있지만 대부분 10만 원에서 15만 원 정도의 추가 페이(일반 데이트의 페이는 시간당 2만~4만 원 수준)를 주면 그 다음 단계가 가능하다”고 말한다. 역할대행 사이트를 통한 여성들과의 만남에 있어서 일반적으로 이루어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같은 일반 여성(직업적인 윤락여성이 아닌 이들)이지만 이미 성관계를 약속하고 만나는 조건녀에 비해 역할대행 도우미는 작업 거는 것을 더 흥미롭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 김 씨의 설명. 앞서 기자가 접촉했듯이 역할대행 사이트에서도 미리 성관계를 약속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런 경우 자신의 페이만 높게 올리기 때문에 꺼려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역할대행 사이트에서 애인 도우미를 만날 경우 남성의 적절한 능력과 매너가 뒷받침되어야 깊은 관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였다.
실제 김 씨와의 만남 이후 뒤늦게 도착한 세 번째 답 메일은 이런 상황을 엿보게 했다. 15만 원 정도의 비교적 저렴한 페이를 요구한 이 여성은 “미리 잠자리를 약속하고 페이를 더 받는 것은 싫다”며 “찐한 연애는 님의 능력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니냐”고 오히려 되물어왔다.
기자는 취재 과정에서 새로운 풍속도도 발견했다. 역할대행 관련 인터넷 카페의 등장이 그것. 역할 도우미와의 ‘찐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통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카페다. 그래서인지 이런 카페의 가장 주된 메뉴는 경험담을 모아 놓은 부분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작업을 시도했는데 실패했다, 내지는 성공했다는 내용인데 역시 실패보다는 성공담이 많았다. 그런가 하면 역할대행 도우미 여성에 대한 정보도 공유되고 있었다. 어떤 아이디의 여성에게 작업을 걸어 성공했다는 글부터 누구는 피해야 한다는 식의 정보가 자발적으로 취합되고 있었다.
이렇게 공공연하게 성매매가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역할대행 사이트는 어떤 입장을 보이고 있을까. 현재 가장 유명한 역할대행 사이트로 최대 회원 수를 자랑하는 ‘나파라’의 안성환 대표는 “역할대행 사이트로서 나파라가 장점도 많이 갖고 있지만 불가피하게 단점도 나타나는 게 사실”이라며 “직거래 시스템의 경우 사이트 운영자가 제어하는 데 분명한 한계가 있어 다양한 방법으로 성매매를 방지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우선 직거래를 처음 이용하는 이들을 위해 ‘주의할 점’을 비교적 자세하게 만들어 게시해 성매매의 위험성을 설명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와 관련됐다는 의혹을 받는 회원은 강제 퇴장시키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의 말처럼 이런 조치 역시 한계가 분명하기 마련이다.
‘성매매특별법 시행’에 ‘성매매 적색지역 선포’까지 성매매 근절을 위한 정부의 강수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 인터넷에선 성매매의 싹이 더욱 극성스럽게 자라나고 있는 것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