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의 결단에 동참 할 사람들 또 있다”
‘안철수 지킴이’로 불린 조경태 전 최고위원이 안철수 전 대표의 정치 행보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내며 쓴소리를 했다. 박은숙 기자
“난 이미 잘못된 공천이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선거에 앞서 경고했다. 안철수 김한길 두 공동대표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애초 공모제를 도입했지만, 결국 주요 지역구가 전략공천으로 전환하며 무용지물이 됐다.
“이건 전략공천이 아니었다. 전략공천은 이기기 위해 아주 전략적으로 심도 있게 고민해서 내는 공천이다. 이번 공천은 내려찍기 공천, 낙하산 공천에 불과했다. 광주 광산을은 공모에 응한 후보자 네 명이 면접까지 봤다. 그런데 갑자기 권은희란 분을 내리 꽂았다. 이유가 뭔지 모르겠다. 최소한 최고위원들에게는 이해를 구했어야 했다. 혹시 다른 계파 세력들의 움직이나 요구가 있지 않았는지 의심스럽기도 하다. 두 대표는 알 것이다. 진상규명이 있어야 한다.”
―애초 광주 광산을에 공모했던 기동민 후보는 서울 동작을로 전략공천이 되고도 사퇴했다.
“호남 당원들 사이에선 이를 두고 비판 여론이 많았다. 제1야당 후보가 군소정당 후보에 밀려 사퇴하는 모습을 두고 자존심 상해하더라. 감동 없는 야권연대도 패인이다. 되레 결집 효과를 반감시켰다.”
―선거 패배 직후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가 동반 사퇴했다.
“무책임하다. 물러나면 그만인가. 우리 지도부는 늘 그래왔다. 물러나더라도 선거 패배에 대한 책임에 대해 무겁게 여기고 소임을 다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번 선거는 왜 패배했는지 종합적이고 입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새 지도부가 와서 이를 할 수 있겠는가. 본인들이 알아서 해야지. 물러나기 전에 최소한 패인 분석보고서나 백서 정도는 만들어야 했다.”
―지난 21일, 조 의원은 헌정기념관에서 있었던 대학생 강연회에서 “안철수의 새정치는 끝났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이름은 새정치지만, 오히려 헌정치보다 더 헌정치 아니냐.”
지난 4월 새정치민주연합 최고위원회의에서 조경태 최고위원이 김한길·안철수 대표와 얘기를 나누는 모습. 이종현 기자
―조 의원은 안철수 전 대표 합류 전부터 많은 기대를 했고 지지를 보냈던 인사였다. 그런데 많이 실망한 것 같다.
“많은 국민들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 나 역시 비슷하다. 난 기존 일부 기득권화된 세력들과 비교해 안철수는 다를 것이라고 봤다. 새정치를 표방했지만, 본인도 새정치의 정의를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아닌가 싶다. 애매모호하다. 뭔지 모르겠다. 나의 새정치와도 다른 듯하다. 내가 생각하는 새정치는 앞서의 것처럼 무지개를 쫓는 정치가 아니다. 원칙과 기본이 바로서고 국민이 함께하는 정치다.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가장 상식적인 정치다. 그동안 대한민국은 약속을 어기고 거짓말만 해오고 있었다. 새정치를 알아도 못했을 뿐이다. 지금 새정치민주연합도 이름만 그렇지 국민의 마음을 제대로 읽지도 못하고 있다.”
―안 전 대표 입장에선 지도부에 오른 지 불과 4개월이다. 한 번의 기회는 더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야박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역사의 수레바퀴는 이제 되돌릴 수 없다. 어쨌든 그 분에게 한 번 지휘봉을 쥐어졌다. 축구로 따지면 감독이다. 기회를 줬지만, 실패했다. 월드컵 4강에서 6-0으로 져도 그 감독 살려두나. 아니다. 패배 직후 손학규 고문이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기존 인물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주신 거다. 죄송하지만 기회를 얻고도 실패한 분들은 손 대표의 결단에 동참하라는 것이다.”
―그 범위는 어디까지인가.
“확 갈아 없어야 한다. 이제 세대교체 하라는 거다. 김포의 김두관, 평택의 정장선, 수원의 손학규 모두 40~50대 젊은 무명 정치 신인들에 패했다.”
2010년 열린 민주당 당대표 후보 예비경선에서 조경태 후보가 연설하고 있다. 일요신문 DB
“본인이 더 잘 알 것이다. 그렇다고 의원직 사퇴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의 기득권에서 물러나라는 것이다.”
―지도부 퇴진과 함께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다. 이제 차기 전당대회가 가시권에 있다(인터뷰 직후 박영선 대표권한대행은 상임고문단과의 회의에서 4월에 예정된 전당대회 일정을 앞당겨 내년 초 치르기로 방침을 정했다).
“현재 비대위는 무엇보다 공정한 룰을 잘 정해야 한다. 대표에 제왕적 권한을 쥐어주는 현재의 단일성체제는 안 된다. 순수집단지도체제로 회귀해야 한다. 안철수 김한길 공동대표의 실패에서 비롯된 교훈이다. 이번에 폐단이 드러났다. 단일성체제가 결국 지도부의 판단 오류를 낳았고 당을 망친 거다.”
―말씀하신 것처럼 당대표 권한 조항 변경 외에 일부 진영에선 대권·당권 분리 조항 삭제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건 욕심이다. 그 진영이 결국 패권화 된 친노 세력 아니냐. 대권·당권 분리 조항은 우리의 전통이다. 지금이 맞다.”
―본인이 직접 차기 당권 도전 의사가 있는가.
“그렇다. 꼭 새누리당을 이기는 정당을 만들고 싶다. 내가 제일 먼저 지역주의를 깬 사람 아니냐. 그 어려운 부산에서만 벌써 3선이다. 이는 곧 내가 선거의 흐름이나 전략, 전술을 잘 알고 있다는 얘기다. 돌아가신 노무현 대통령께서는 ‘조경태 학습관’을 지라고까지 하셨다. 내게 기회를 준다면 자신 있다. 반드시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다. 현재의 계파적 이해관계를 넘어 정말 이기는 정당 만들고 싶다. 나의 정치력을 발휘하고 싶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
지역주의 타파 원조 조경태가 본 ‘이정현 혁명’ “패권화된 친노 호남 시민이 심판” 조 의원은 이 의원의 이번 당선에 대해 “이정현 의원이 대단한 일을 했다. 축하하고 칭찬하고 싶다”며 “우리 사하 주민들만큼 순천·곡성 유권자들도 위대했다. 이 의원도 이따금 나와 만날 때마다 많이 배운다고 말씀하셨다”고 진심어린 축하를 보냈다. 그러면서 조 의원은 “이제 유명세를 타거나 지역세를 타서 당선되는 시대는 끝났다. 지역에서도 진정성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선택된다. 긍정적인 신호”라며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통합을 이뤄내는 사람들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라고 이번 이 의원의 당선 의미를 되새겼다. 한편 그는 야권 입장에서 이번 순천·곡성 패배의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그는 대표적 친노 인사인 서갑원 후보의 이번 패배에 대해 “패권화된 친노 세력에 대한 호남 시민의 심판이다. 노무현 이름만 팔아먹는 사람들에 대해선 이제 호남에서도 거부하는 것”이라며 “기존 기득권을 누렸던 정치세력들은 이제 그만하라는 거다. 그 결과가 이번 순천·곡성의 패배”라고 규정지었다.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