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팔아 ‘시팔이’…욕 같은데 빵 터지네~
자칭 ‘선진국형 아이돌’ 쿠쿠크루의 겨드랑이 왁싱 체험 모습.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멤버 두 명의 눈을 가리고 한 쪽에는 토마토주스를 담은 병을, 다른 한 쪽에는 음식물쓰레기 국물을 넣은 병을 두고 선택하게 한다. 음식물 국물을 먹고 토하는 영상까지 찍으며 토마토 주스를 마신 멤버는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멤버가 샤워하고 있는 화장실의 문을 철사 옷걸이로 따 비비탄을 쏘는가 하면, 성인용 기저귀 리뷰를 찍으며 실제로 기저귀에 소변을 보기도 한다. 겨드랑이와 비키니라인 왁싱 체험을 하며 괴로움에 떠는 멤버를 보고 웃겨 쓰러진다. 다소 하드코어한 더러운 영상도 많다. 간장게장에 소변을 보고 그것을 맛있게 먹는 멤버 몰카를 올리고, 키우는 개의 변을 자고 있는 멤버의 입에 묻히는 실험도 서슴지 않는다.
부산경찰 홍보대사로 위촉된 하상욱 시인은 위촉장을 받는 공식석상에서 딱딱하게 서있는 이금형 부산경찰청장 옆에서 독특한 포즈와 표정을 취하며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병맛은 하상욱의 SNS다. 카카오스토리, 페이스북, 트위터까지 운영하는 그는 SNS에 장난처럼 올리던 글을 엮어 시집까지 펴냈다. 하상욱은 스스로를 ‘시팔이’라고 칭한다. 시인이라는 말이 낯간지럽기에 ‘시를 팔아서 먹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붙인 말이다. 언뜻 들으면 욕 같다는 점에서도 그의 ‘병맛스러운’ 특징을 잘 잡아낸 작명이다. 그의 글은 시라기엔 뭔가 부족하고, 그렇다고 시가 아니라고 할 수도 없다. 두 행짜리, 길어야 열다섯 글자 안팎에 인생의 깨달음과 유머, 공감, 반전을 녹아낸다.
“고민/하게 돼//우리/둘사이 -하상욱 단편시집 ‘축의금’ 中에서”, “점점/커지는//너의/빈자리 - 하상욱 단편 시집 ‘탈모’ 中에서” 등 짧은 글과 제목으로 반전의 묘미를 보여준다. ‘병맛같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아직도 감이 오지 않는다면 그의 시집 <서울시>를 한 장만 넘겨보면 된다. 시집 첫 장에 담긴 ‘작가소개’에는 하상욱, 소, 개 사진이 나란히 붙어있다. ‘작가의 말’에는 말 사진이 한 장 붙어있고, ‘목차’에는 앉아있는 하상욱의 목을 차는 발이 날아오는 사진이 있다. 약 2초 뒤에 어이없는 웃음을 터뜨리게 만드는 반전이다. 심각해하지 마시라. 그냥 재밌으니까 하는 것이란다.
그가 뜬 건 2012년 한해를 휩쓸었던 국민게임 ‘애니팡’ 덕분이다. ‘카카오톡’을 통해 ‘하트’를 받아야 게임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건 다 아는 룰. 평소 연락도 자주하지 않으면서 밤낮없이 ‘하트’를 쏘아대는 사람들 때문에 어이없어 본 경험이 누구나 있을 것이다. 그가 지은 ‘감성돋는’ 16자의 촌철살인은 이렇다.
“서로가/소홀했는데//덕분에/소식듣게돼 -하상욱 단편시집 ‘애니팡’ 中에서-” 그는 트위터에서만 23만, 페이스북에서는 417만 팔로어를 갖고 있다. 지난 한 달 동안 ‘트통령’ 이외수는 6794건의 트위터 언급량을 기록했지만 하상욱은 만 건이 넘었다. 시도 재밌지만 함께 올리는 그의 사진은 더 병맛이다. 부산경찰청 홍보대사가 된 그는 위촉장을 받는 공식석상에서 딱딱하게 서 있는 이금형 부산경찰청장 옆에서 독특한 포즈와 표정을 취하며 사람들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공공기관=병맛’이라는 어색한 조합을 만들고 있는 페이지들도 여럿 있다. 대표적인 병맛 공공기관 페이스북 페이지는 부산경찰. 부산 폴리스를 줄여 ‘부폴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각 서에서 일어났던 소소한 에피소드와 함께 검거소식을 ‘약빨고’ 전한다. 설날 쉬지 않는 경찰 소식을 전하며 “피곤한 연휴 근무엔 역시 모카라떼가 짱! 모카씨 숨겨 들어와주신 문익점쌤 땡큐♡”라는 ‘개드립’은 기본이다. 4월 1일 만우절에는 “그동안 아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페북 청산하고 미니홈피로 이사 갑니다”고 커버에 남겼다. 주목해야 할 것은 함께 붙은 싸이월드 주소(www.cyworld.com/gurayakkk). 부산경찰의 깜찍한(?) 거짓말에 “경찰도 구라치는구나”, “경찰이 사기 치면 되나” 등 댓글 140개에 ‘좋아요’만 700건이 넘게 찍혔다.
경찰이 봐도 황당한 검거소식도 속속 올라온다. 지난 2월에는 “입에 문 소중한 사탕이 도둑질에 방해가 돼 털던 집 냉장고에 보관한 정 군. 깜빡하고 놓고 가버린 바람에 그 사탕에 묻은 침으로 DNA 감식을 통해 검거했습니다. 정 군 보다 웃길 자신 없어서 드립 포기”라는 글을 올렸다. 또 “식당 털기 직전, 갑자기 배가 아파 막다른 골목에다 큰일을 본 이 군. 거대한 DNA덩어리에 묻어나온 피가 결정적 단서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느슨하게 생각했던 괄약근 무장해제. 즐점 하세요!”라며 더러운(?) 검거소식을 전하며 점심 맛있게 먹으라는 반전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한때 화제가 된 최성 고양시장의 고양이 분장 모습.
지난 2012년에는 고양시장 고양이 분장 공약을 내걸기도 했다. 고양시청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수가 8000명이 넘으면 최성 고양시장이 고양이 머리띠와 장갑을 끼겠다고 한 것. 이용자들의 폭발적인 성원에 힘입어 목표 건수를 가뿐히 넘어버렸고 최 시장은 고양이 분장을 하고 율동을 하며 고양시 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지난해 고양시 600주년을 맞아 만든 ‘진격의 고양시’ 홍보영상은 “관리자가 약 빨았냐”며 누리꾼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이밖에 “go 고양 고양시 고고고고 고양시”라는 ‘훅’이 매력적인 고양시 홍보송을 만들기도 하고, 고양글로벌문화대축제를 맞아 만든 아이돌그룹 엑소의 ‘으르렁’을 패러디한 ‘그르렁’도 유튜브에서 조회수 3만 건을 넘겼다.
부산경찰과 고양시청, 서울시청 페이스북 사이의 전쟁도 ‘SNS 병맛사건’으로 유명하다. 부산경찰 홍보대사로 위촉된 하상욱 쟁탈전이 벌어진 것. 시작은 고양시였다. “니가 팔아/시팔이//나도 팔아/시팔이-고양시청 단편시집 ‘9급공무원’ 중에서-”라며 하상욱에게 패러디 시로 러브콜을 날렸다. 이에 부산경찰이 댓글로 “시팔이 내건데”라며 견제에 들어간다. 하상욱은 고양시에 “탈락”이라는 두 글자를 남기며 “나는 서울시민인데”라는 말로 서울시를 도발했다.
이에 서울시 역시 패러디 시로 부산경찰에 ‘한 방’ 먹인다. “부산가서/왜안오니//잘해줄게/서울로 돌아와-서울시 단편 시집 ‘하상욱 찾기’中” 부산경찰은 이에 질세라 “시팔이 내건데”라는 댓글을 다시 단다. 이 댓글 밑에 달린 “지금 서울시민에게 다들 부산스럽게 뭐하는 고양”라는 말 한마디로 승부는 끝. 이에 페북 이용자들은 “공무원들이 이렇게 약 빨아도 됨?” “이 사람들 다 만나면 엄청 웃기겠다”는 등의 댓글을 남겼다.
민속촌 ‘야외서 떡 치는 중’ 글과 함께 떡 메치는 사진을 ‘떡’
한국민속촌도 ‘약 빨고’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로 소문이 났다. 민속촌의 각종 행사를 올리며 웃긴 동영상과 함께 페이지의 마스코트 아씨가 “~옵니다”는 옛말체로 재치를 선보인다. “야외에서 땀 흘리며 떡 치는 중”이라는 글과 함께 아주머니들이 민속촌에 앉아 떡을 메치는 사진을 올리는 식이다. 민속촌에서 아르바이트생들이 행사의 일환으로 가수 싸이의 ‘젠틀맨’을 틀어놓고 클럽춤을 추는 영상에 노래의 가사 ‘마더 파더 젠틀맨’을 패러디해 ‘모친부친선비님’이라는 태그를 붙여 게시했다. 오렌지카라멜의 까탈래나를 패러디한 공연모습을 올리며 “귤엿이 부릅니다. 까불래나”는 멘트를 올리기도 했다. 민속촌 야간개장을 알리면서도 “DJ SADDO의 현란한 민요 리믹스~ 초대가수 월매걸스, 어우동제네레이션의 축하무대~! 예약손님에게는 VIP용 Ocsa(옥사) 룸 제공~! 민속촌 현관에서 아씨를 찾....”이라는 재치넘치는 글을 올렸다. 현재 한국민속촌 페이스북 페이지 ‘좋아요’ 횟수는 3만 3000건을 넘어섰다. 누리꾼들의 댓글에는 재치 넘치는 답글도 달아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진돗개의 개드립 “캡틴과 닮아? 내가 훨 멋져”
사람만 병맛스러우라는 법은 없다. 동물이 SNS상에서 거침없이 드립력을 선보이기도 한다. 페이스북 ‘진돗개’ 페이지에는 진돗개가 등장한 사진과 함께 재치 있는 멘트를 올려 인기다. ‘좋아요’는 3만 4000건이 넘어섰다. 할리우드 배우 크리스 에반스와 진돗개를 비교해놓은 사진엔 “자꾸 내가 할리우드 배우 닮았다고 한다. 솔직히 내가 더 잘생겼지”라는 ‘개드립’을 날린다. 박근혜 대통령이 하얀 진돗개를 돌보는 사진에는 “청와대에 마실 왔다가 이모랑 한 컷”이라는 멘트를 썼다. 마치 ‘셀카’를 찍는 듯한 고양이 사진을 올리고는 “내 카메라를 옆집 사는 동생한테 맡겨 뒀더니 지 셀카가 난무한다. 고양이가 아닌 내가 봐도 이 X은 오지게 못생겼다”고 올리며 웃음을 자아냈다. 고양이 머리를 입에 물고 있는 진돗개 사진과 함께 “고양시청의 무리수를 잠재우고 싶었던 것 뿐이었다”는 말로 고양시청에 ‘한 방’을 날리기도 했다.
박광온 딸 트위터 “박광온 머리 원근감 파괴”
근래 가장 핫한 병맛SNS 페이지는 7·30 보궐선거 수원 정에 당선된 새정치민주연합 박광온 후보 딸의 트위터다. @snsrohyodo라는 아이디로 등장해 “트위터에다 가족실명을 쓰다니. 요 근래 들어 이렇게 심박수가 높아져 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며 첫 트윗부터 심상찮은 드립력을 보여줬다. 이후 아버지에게 ‘노잼(NO재미·재미없다)’ 박광온 선생이라는 호를 붙여주며 “박광온 씨는 제게 압도적인 머리 크기를 물려주셨죠. 그래서 제가 스냅백이 유행해도 쓰지를 못함”이라며 아버지를 거침없이 디스한다. 또 박영선, 안철수 의원과 나란히 앉은 박 의원의 사진을 올리며 “원근감이라는 것을 파괴한다”는 말을 남기고, “머리크기 부정측정 척결, 깨끗한 선거의 첫걸음, 깨끗한 머리크기 측정에서 시작됩니다”는 ‘개드립’을 올리기도 한다.
예상치 못한 딸의 폭주를 말리는 보좌관들을 겨냥해 “방금전에 보좌관한테 트위터 하지 말라고 전화받음ㅋㅋㅋ”라는 글을 실시간으로 올렸다. 딸의 트윗 계정이 인기를 끌자 박 의원은 “딸! 아버지가 큰 머리를 물려줘서 미안해. 그 대신 열심히 해서 영통의 큰머리일꾼이 될게!”라며 화답했다. 여기에 “알면 됐어요 아버지…(콧물을 닦는다)”는 답을 달았다.
그의 트위터 인기 비결은 그가 표현한대로 넘치는 ‘잉여력’에만 있지 않다. 딸의 입장에서 바라본 박 의원에 대한 생각, 박 의원의 지역구인 영통에 대한 솔직한 소감, 선거본부가 돌리는 ‘선거스팸’ 무용론 등 소신 있는 발언을 논리정연하게 펴고 유머 역시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 후보가 당선되고 그간 쓴 트위터 계정을 폭파하면서도 한때 유행했던 ‘프린세스메이커’라는 게임을 패러디해 마지막까지 잉여력을 자랑했다.
황당함에 어필하는 병맛코드에 대중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권위 없이 다가서는 B급 감성이 통하는 것 같다. 대중들이 원하는 건 고차원적 얘기가 아닌 사소한 공감이다. 단순하면서도 황당하고, 소소한 데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기에 크게 웃기지 않아도 열광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윤심 기자 heart@ilyo.co.kr
기업도 택한 병맛 코드 김보성 식혜 광고 “신토부으리~” 대박나으리~ 의리 아이콘 김보성의 ‘비락식혜’ 광고와 자막 센스로 빛난 ‘돼지바’ 광고. 이 두 CF는 병맛 코드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최대의 히트작인 김보성의 비락식혜 광고도 병맛코드를 더해 성공한 사례다. 식혜의 맛에 호소하지 않고 뜬금없이 “아메으리카노”, “항아으리”, “몸에 대한 으리” 등의 자막과 김보성의 ‘의리’ 이미지를 더해 인기를 모았다. 병맛웹툰 컷부 시리즈와 손잡고 만든 편강한의원의 광고 시리즈는 ‘병맛 오브 병맛’이다. 컷부는 ‘소년들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라는 웹툰으로 유명한 작가. 단순한 설정에 황당한 결말이 더해져 미국에서도 소개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편강한의원 광고 역시 진지한 목소리와 맥락 없는 스토리가 더해졌다. “마침내 비염을 치료하는 시대가 왔다”라는 멘트와 함께 소년들이 방귀를 뀌며 편강한의원으로 날아가는 내용이 전부다. 이 광고는 세 편의 시리즈가 연달아 흘러나오며 황당하면서도 나중엔 이유 없이 웃기는 ‘병맛효과’를 보여준다. [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