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가치 올려 ‘경영권 다지기’
현재 보유주식 자산가치가 가장 높은 이는 정 부회장이다. 현대글로비스 지분 31.88% 시가만 약 3조 60000억 원이다. 이노션 지분 40%의 순자산가치 4000억여 원, 현대엔지니어링 지분 11.72%의 순자산가치 1200억여 원을 더하면 모두 4조 1000억 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이노션 지분은 30%를 모건스탠리사모펀드와 투자은행 등에 14일 매각해 3000억 원의 현금을 만들었다. 4조 1000억 원이면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15%를 살 수 있는 규모다.
이노션(잔여지분율 10%)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상장할 경우 정 부회장의 자산가치는 더욱 높아지게 된다. 기아차가 보유한 현대모비스 지분 16.88%만 정 부회장이 가져올 수 있다면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의 순환출자구도가 깨지고, ‘정의선-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로 이어지는 수직 지배구조를 만들 수 있다.
다음은 최태원 회장이다. SK C&C 지분 33.1%의 시가는 3조 3000억 원이 넘는다. 지난해 초 최 회장이 수감되기 전만 해도 주당 10만 원을 간신히 넘었던 주가가, 수감기간 동안 두 배가량 오른 게 아이러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작년 동기대비 32.8% 늘었지만 이익대비 시가총액, 즉 주가수익비율(PER)로 따지면 무려 40배에 달한다. 현대글로비스의 PER이 15배인 점을 감안하면 엄청나게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셈이다. 최 회장이 보유한 SK C&C 지분이 향후 그룹 지배구조를 강화하는 중추가 될 것이라는 기대 덕분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상장사 지분은 거의 없다. 하지만 곧 상장할 삼성SDS와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대주주다. 삼성SDS 지분 11.25%의 장외시장 가치는 2조 2600억여 원이다. 제일모직 지분 25.1%의 가치는 순자산 기준으로만 따져도 1조 원이 넘는다. 상장할 경우 시가로만 3조 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추정이다. 이 부회장이 가진 주식가치가 최소 5조 원을 넘을 것이란 뜻이다.
이 세 총수들은 지분가치를 높이는 데 열중하고 있다. 현대글로비스는 최근 원유 및 LNG운반에 진출했다. SK C&C는 반도체 모듈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예전 현대차그룹에서 현대모비스가 모듈이라는 중간단계를 만들어 재미를 본 것처럼, 요즘 잘나가는 SK하이닉스반도체를 적극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삼성SDS와 제일모직은 각각 IT솔루션과 바이오 부문에서 새롭게 사업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회사가 성장하면 주가와 함께 최대주주의 지분가치도 함께 올라간다.
한편 재계 4위인 LG는 예비 총수의 주식가치가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3대 회장으로 유력한 구광모 (주)LG 부장의 지주회사 (주)LG 지분 4.84%의 시장가치는 5800억여 원이다. LG상자 지분 2.11%(시가 235억 원)를 더해야 간신히 6000억 원을 넘는다. 보유기업의 시장가치가 3대그룹 핵심 회사에 못 미치고, 구 부장의 지분율도 아직 미미한 수준인 탓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