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근혜 | ||
정치인 팬클럽의 힘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고 그 영향력 또한 막강하다. 지난 대선에서 이를 경험한 여야의 대선 주자들은 내심 ‘제2의 노사모’가 탄생해주기를 기대하는지도 모른다.
현재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싸이월드에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고 ‘박사모’ ‘근혜사랑’ 등 든든한 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은 일찍부터 공식 팬클럽 ‘정사모’를 가지고 있고 김근태 원내대표도 ‘GT클럽’의 성원을 받고 있다. 과연 이들 중 어떤 지지모임이 제2의 노사모가 될 수 있을까. 이들 팬클럽의 활동 속으로 들어가 본다.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총선을 앞둔 지난 3월 싸이월드에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를 열었다. 지금까지 성역처럼 여겨지던 그의 사생활까지 스스럼없이 공개되자 이 미니홈피는 큰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지난 5월2일 오후 서울 양재동에서 마침내 그 첫 번째 결실을 보게 되었다. 박 대표의 ‘1촌’ 5백여 명이 처음으로 한데 모여 앞으로 그를 지지할 것을 다짐하는 ‘대회’를 열었던 것. 이 행사에는 싸이월드 가족을 비롯해 ‘박사모’(박근혜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근혜사랑’ ‘사랑혜’ 등 인터넷 지지모임 회원들도 대거 참여했다.
현재 박근혜 대표의 공식 팬클럽은 없는 상태. 하지만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크고 작은 지지 모임은 30여 개에 이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중 가장 많은 회원수를 확보하고 있는 곳이 ‘박사모’(http://cafe.daum. net/parkgunhye). 약 9천여 명의 회원이 ‘박근혜 사랑’을 외치고 있다. 개설 시기는 지난 3월30일. 생긴 지 불과 40일 만에 회원수 1만여 명을 바라보는 거대한 ‘조직’이 되었다.
박사모의 회장은 영상업을 하고 있는 정광용씨(47). 그는 지난 5월2일 첫 오프라인 모임에서 처음 박 대표와 대면했을 정도로 아무런 인연이 없다고 한다. 또한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는 노무현 후보에게 한 표를 던진 ‘안티 한나라당’이었다. 그런데 정씨는 그 뒤 ‘변심’을 하게 된다.
▲ 정동영 | ||
정씨가 주장하는 모임 설립의 또 다른 동기는 ‘노사모’에 보다 조직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라고. 정씨는 “지난 대선에서 노사모의 위력을 실감했다. 이제는 박사모가 위력을 발휘할 때다. 건전 보수의 독립된 목소리를 분명하게 내겠다. 또한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 노사모의 반대편에서 보수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면서 “하지만 노사모처럼 무조건 길거리로 나가 투쟁을 하지 않겠다. 온건하고 따뜻한 투쟁방식을 지향할 것이다”고 말했다.
박사모는 정치권으로부터의 경제적 독립을 선언한 상태. 이번 모임 때 4백11만원이 들었는데 전액 회원들의 순수 회비에서 충당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이런 경제적 독립은 분명히 지켜나갈 예정이라고. 이는 전부 게시판에 공개되고 운영비 영수증도 모두 공개한다. 투명한 회계처리가 이 모임의 최대 장점이라고.
다음 카페에서 활동하고 있는 ‘근혜사랑’도 대표적인 박근혜 대표의 팬클럽. 지난 대선 직후인 2002년 12월25일 개설된 ‘원조’ 온라인 지지모임이다. 현재 회원수는 3천8백명이며 각 시도에 소모임을 두고 있다. 모임 별칭이 ‘박근혜대통령만들기운동본부’라는 점에서 알 수 있듯이 박 대표를 지지하는 정치적 결사체다. 이밖에 ‘사랑혜’라는 지지모임도 있는데 이곳은 독립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다. 회원은 1천명 정도. 이곳은 한나라당의 내부사정을 잘 아는 30대 초반의 여성이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사모’(정동영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지난 2000년 8월12일 인터넷 다음 카페에 개설된 ‘정동영과 함께’(http://caf
e.daum.net/DYNEWS)라는 커뮤니티가 모태가 되었다. 이곳의 카페지기는 평범한 회사원인 양승주씨(아이디 ‘제르’). 회원수는 2천7백23명. 이 모임은 개설 뒤 1년여 동안 별 활동을 하지 않다가 2002년 초 다음 카페와 프리챌 등의 ‘정사모’ 운영진들이 모여 공식 팬클럽 홈페이지(ilovedy.or.kr)를 만들었다. ‘아이러브DY’는 정동영 의장 홈페이지 내 커뮤니티의 이름. 이곳은 현재 별도의 회장이나 카페지기는 없으며 회원수는 5천2백32명이다.
현재 정사모라는 이름의 공식 팬클럽이 있는 것은 아니고 정동영 의장의 홈페이지 커뮤니티 ‘아이러브DY’와 다음 카페 ‘정동영과 함께’를 합해서 ‘정사모’라고 부른다. 두 개의 온라인 모임을 합할 경우 회원 수는 8천여 명에 이른다.
▲ 김근태 | ||
정 의장측은 “자생적 모임인 ‘정동영과 함께’의 경우 지지자와 회원들의 자율적인 의사로 미래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하지만 ‘아이러브DY’는 정동영 의장의 거취와 방향에 따라 그 모임의 성격이 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근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의 공식 팬클럽은 ‘GT클럽’(gtclub.org)이다. 이것은 지난 2000년 8월12일 다음 카페에서 개설된 지지모임이 모태가 됐다. 그 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때 김근태 후보 비서실에서 인터넷 홍보를 담당했던 류민영씨(성균관대 사회대학 학생회장 출신)가 ‘GT클럽’의 성장에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2천7백여 명의 회원들이 꾸준하게 ‘인간 김근태’를 응원하고 있다.
이 모임의 회장은 광고 관련 일을 하는 평범한 회사원 김현성씨. 원래 GT클럽은 순수 팬클럽 형태로 운영되었기 때문에 회장도 공석이었다. 모임도 회원들의 자발적 의견에 따라 이어져왔다. 하지만 지난 4·15총선을 계기로 활동이 부진하다는 자체진단을 내리고 회장 등 운영진을 구성해 앞으로 보다 적극적인 활동을 펼칠 계획이라고 한다. 그렇지만 회장이 대표성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시간을 많이 낼 수 있는 사람들이 언제든지 운영진으로 활동할 수 있다.
GT클럽은 노사모 등 이른바 정치적 결사체와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 클럽의 한 관계자는 “노사모는 정치적 성향이 강한 편인데 우리는 그렇지 않다. 인간 김근태의 살아왔던 역사적 과정이나 그의 정신을 좋아한다. 그리고 정치인 김근태가 잘못한 행동을 할 때 그것에 대해 과감하게 비판할 수 있는 팬클럽으로 남고 싶다”고 말했다. 또한 차기 대한민국 지도자로서 김근태를 지지하긴 하지만 지난 대선 때 노사모처럼 일사분란하게 한 후보를 지지할 것인지에 대해선 회원들마다 의견 차이가 크다고 한다.
정치적 지향점도 서로 다르다. 민노당 한나라당 당원도 섞여 있다는 게 한 관계자의 전언. 앞서의 한 관계자는 “노사모가 정치인 팬클럽의 정치지향적인 이미지를 만들었다면 GT클럽은 또 다른 모습의 팬클럽을 창조해내고 싶다”고 한다. 일방적인 추종관계가 아니라 정치인 김근태와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동지적 관계를 맺는 것이 새로운 모습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