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출신 인사들 단체로 ‘접대’
▲ 강원랜드 전경. | ||
비리는 이뿐만이 아니었다. 출입 금지된 고객의 부탁을 받고 내부 직원이 서류 조작까지 하면서 출금 해제를 무리하게 강행한 비리도 발견됐다. 한 업장 간부는 VIP 고객을 상대로 사채 행위를 했다는 투서를 받아 검찰 조사까지 받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 결과 사채 행위에 대한 증거가 없어 불기소처분이 됐지만 수백만 원을 빌려준 사실은 확인되기도 했다.
이 같은 사실은 <일요신문>이 단독 입수한 강원랜드의 최근 내부 감사 자료를 통해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청와대 출신의 강원랜드 고위 간부인 ㅇ 아무개 실장의 경우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강원랜드로 초청해 접대하는 자리에서 회사 규정을 어겨가며 고객 콤프로 결제해 물의를 일으켰다는 점. 더구나 이 같은 사실이 한 내부 제보자의 부패방지위원회 투서에 의해 드러났다는 점에서 자체 은폐 의혹마저 일고 있다. 또한 자신의 수천만 원의 콤프를 제공한 격이 된 VIP 고객은 유명 연예인 ㅈ 아무개 씨인 것으로 밝혀져 또 다른 화제를 낳고 있다.
ㅇ 아무개 실장 비리 의혹
지난해 7월 부패방지위원회에 투서 한 건이 전달됐다. ‘강원랜드 최고위층 측근들의 행태’라는 제목의 이 투서에는 강원랜드 고위 간부인 ㅇ 아무개 실장의 비리 사실 세 가지가 적시돼 있었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ㅇ 실장은 강원랜드 최고위층의 최측근으로 △VIP 회원 고객의 콤프를 이용하여 자신의 지인들을 강원랜드로 불러 접대했고 △출입정지를 당한 고객들에게 금품을 수수했으며 △모 이사와 함께 해외원정 도박을 빈번하게 다닌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문제가 불거지자 ㅇ 실장은 지난해 7월 자체 감사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일요신문>이 입수한 당시 감사 조사서 기록 등을 살펴보면 ㅇ 실장은 “2005년 6월 26일과 29일 내가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지도층 인사들을 초청한 것은 사실이지만, 초청 인사들 가운데 한 명이 우리 카지노의 VIP 고객인 ㅈ 아무개 씨와 절친한 사이여서 ㅈ 씨가 그에게 ‘내 콤프가 얼마든지 있으니 강원랜드에 가서 사용하라’고 했다고 들었다. 마침 ㅈ 씨는 나와도 절친한 사이여서 그의 콤프를 일부 사용하고자 했다”고 해명하고 있다. 그는 “하지만 내부 규정 위반으로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음을 우려해서 음식비는 몇몇 부서의 사내접대비를 모아 대신 처리했고 숙박비는 내 카드로 할부 결제했다”고 덧붙이고 있다.
하지만 다른 관계자의 증언에 따르면 ㅇ 실장의 해명은 사실을 일부 왜곡한 것으로 드러났다. 고객서비스를 담당하는 한 책임자는 “VIP 고객인 ㅈ 씨에게 콤프 사용에 대한 협조도 없었거니와 또 그는 이미 출입 금지된 고객이어서 ‘그 콤프를 우리 내부 직원이 사용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느냐. 절대 안 된다’고 거절한 바 있다”고 자체 감사에서 밝혔다.
또 그는 6월 29일의 음식비용 결제에 대해서 다른 담당 관계자와 고민하다가 “ㅈ 씨가 직접 와서 결제하든가, ㅇ 실장이 자기 돈으로 직접 계산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며 사내접대비로 처리할 경우 흔적이 남아 나중에 감사시 적발될 우려가 있다”고 의논한 것으로 밝혀졌다. ㅇ 실장의 해명과 상당 부분 배치되는 셈. 당시 ㅇ 실장은 ㅈ 씨의 콤프 1390여 만 원을 사용했으며 나머지는 다른 부서의 사내접대비를 모아서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편 이 조사 과정에서 주목할 만한 사실 두 가지가 발견됐다. ㅈ 씨의 콤프가 불법 사용된 두 차례의 자리가 모두 ㅇ 실장이 청와대 출신의 주요 인사들을 단체로 또는 부부동반으로 불러 접대한 자리였음이 확인된 것. ㅇ 실장은 청와대 경호실 간부 출신으로 알려졌다.
6월 26일 저녁에는 청와대 경호실의 ㄱ 아무개 부장 부부와 그 친구 가족을 접대했고, 같은 달 29일에는 청와대 출신 30여 명을 단체로 접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 보고서에서 ㅇ 실장은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친분 있게 지내던 간부급 인사들로 현재는 사회적으로 영향력 있는 지도층이어서 강원랜드 골프장 홍보 차원에서 부른 것이며 사전에 사장님께도 보고된 사항이었다”라고 밝혔다.
▲ 왼쪽은 강원랜드 고객서비스팀 직원이 ㅇ실장의 고객 콤프 결제에 대해 쓴 확인서. 오른쪽은 조작된 출입제한/해제 재심 의결서. 심의위원 중 도박중독센터는 출입제한 해제에 반대했으나 이 의결서에서는 ‘찬성’으로 조작되었다. | ||
확인 결과 ㅇ 실장은 지난 2000년 총선 때 야당 후보로 출마했다 낙선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그는 지난 2004년 총선 때도 열린우리당 입당 환영회 등에 주요 인사로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한 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ㅇ 실장이 사용한 VIP 고객 콤프의 주인이 바로 유명 연예인 ㅈ 씨였다는 사실이다. 카지노 관계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ㅈ 씨는 카지노장 내에서 이미 VIP 고객으로 상당한 유명세를 타고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한 직원은 “ㅈ 씨가 출입금지를 당했기 때문에 출입금지 회원의 콤프 사용은 규정 위반인 줄 알면서도 워낙 잘 알려진 VIP 고객이어서 처리해줄 수밖에 없었다”고 밝히고 있다. ㅇ 실장 또한 ㅈ 씨와의 관계에 대해 “평소 안면 정도 알고 지내는 VIP 고객이었으나 출입제한 해제와 관련한 업무로 (이후) 친분 있게 지내는 고객”이라고 밝혔다.
ㅇ 실장은 부방위 투서에서 거론된 해외원정도박 의혹과 관련해서도 “업무로 인한 해외카지노 벤치마킹을 다녀오면서 개인적으로 골프를 친 사실은 있지만 카지노를 한 적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2003년 1월 이후 그의 해외출입국 기록과 근무일지를 대조해 본 결과 휴일이 아닌 평일에, 그것도 정식으로 휴가를 냈거나 출장도 아닌 날 무려 12회에 걸쳐 필리핀 등 해외로 출입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대해 ㅇ 실장은 “직속 상관인 전무에게만 구두로 보고하고 휴가원 제출 등을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출입정지 고객으로부터 금품을 수수했다는 의혹과 관련해서도 ㅇ 실장은 강력히 부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객의 마일리지는 내 것’
ㅇ 아무개 실장의 사례에서도 드러났듯이 강원랜드 내부 직원의 고객 콤프 부당 사용은 빈번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객의 허락 없이 몰래 고객 정보를 빼내서 콤프를 임의로 도용한 불법 사례도 발견됐다.
2004년 2월 모 영업팀 소속의 ㄴ 아무개 씨는 3개월에 걸쳐 고객 5명의 콤프 60여만 원을 자기 마음대로 부당하게 사용해서 현금을 절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ㄴ 씨는 적립금액이 수천만 원에 달하는 VIP 회원들은 몇십만 원 정도 유출돼도 눈치 채지 못한다는 점을 이용해 콤프를 빼낸 것으로 알려졌다.
ㄴ 씨는 현금으로 들어온 매출을 콤프 결제로 바꾸는 수법으로 현금은 자신이 착복하고 대신 고객의 콤프를 결제로 대신하는 수법 등으로 돈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ㄴ 씨가 고객의 카드번호와 비밀번호를 알게 된 경위는 간단했다. 고객들이 직접 계산할 때 POS 화면에 나타나는 카드번호를 따로 수첩에 메모해 뒀고, 비밀번호 또한 조회기가 바로 앞에 놓여 있어 고객이 번호를 누르는 것을 눈여겨보면 쉽게 외울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출입금지 고객’ 부당 해제
강원랜드는 도박중독자나 사채 관련업자는 출입을 엄격히 금지시키는 규정을 두고 있다. 하지만 출금을 당한 고객들이 직원에게 부탁해서 서류 조작 등의 부당한 방법으로 출금 해제를 받은 사례가 드러났다. 올 초 법조브로커 윤상림 씨 관련 수사에서도 일부 제기됐던 의혹이 결국 사실로 드러난 셈. 더군다나 일부 직원들이 별다른 죄의식도 없이 서류를 마음껏 조작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이 과정에서 서류 조작도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직원 김 아무개 씨와 최 아무개 씨는 “박 씨 등 3명에 대해 출금 해제 조치를 한 뒤 타 부서 담당 과장이 ‘사채업자의 출금 해제시 심의위원회 의결서를 첨부하는 것이 감사 지적도 피할 수 있고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전달해 ‘이미 해제 조치가 된 마당에 심의위원회 회부는 적절치 못하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대신 회람으로 의견서를 돌렸다. 그런데 관련 부서 팀장과 도박상담센터 상담원으로 구성된 심의위원 5명 중 3명이 반대를 해서 해제가 거부됐다. 하지만 이미 고객들은 출입을 하고 있었기에 되돌리기도 그렇고, 어차피 요식행위이므로 임의로 도박상담원 의견을 찬성하는 쪽으로 직접 수정했다”고 밝혔다.
고객 상대 사채행위 의혹
2005년 춘천지검에서 강원랜드 카지노장의 ㅊ 아무개 팀장에 대한 수사가 진행된 것으로 밝혀졌다. 그는 고객을 상대로 카지노장 내에서 사채행위를 한 혐의를 받고 있었다.
확인 결과 ㅊ 팀장은 2004년 1월경 제3자에게 네 차례에 걸쳐 총 6억 원을 자신의 통장에 입금 받아 이중 5억 4000만 원을 VIP룸에서 게임을 하던 박 아무개 씨에게 직접 전달했고, 이후 나머지 6000만 원과 본인 자금 600만 원을 합한 6600만 원을 호텔 로비에서 추가로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ㅊ 팀장은 “평소 형제처럼 친하게 지내던 박 씨가 ‘당신 통장으로 돈을 입금시킬 테니 찾아달라’고 해서 거절하기 어려워 그렇게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점은 ㅊ 팀장이 돈을 찾아서 박 씨에게 전달한 금액이 입금액과 정확히 10%의 차이가 있었다는 사실. 즉 1억 원이 입금된 경우에는 9000만 원, 2억 원이 입금된 경우에는 1억 8000만 원이 박 씨에게 전달됐던 것. 이를 두고 10%의 부당 수수료를 챙긴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러나 박 씨는 “9000만 원씩 찾게 한 것은 숫자 9가 최고인 바카라 게임을 하는 사람의 일종의 징크스 때문이지 이자가 아니다”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사채 행위의 명확한 근거가 없다며 불기소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감사실에서는 “ㅊ 팀장이 타인의 오해를 불러일으킬 만한 부적절한 처신을 했고, 자신의 돈 600만 원을 빌려준 행위 등은 인정된다”고 문책 사유를 밝혔다.
감명국 기자 kmg@ilyo.co.kr